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가 드디어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1월 5일에 개막된 8차 당대회는 장장 8일간 진행되어 12일 폐막되었습니다. 당 대회 역사로는 1970년의 제5차 당대회에 이어 최장 기록 두 번째를 기록했습니다. 주간 진단 오늘은 북한의 8차 당대회에 대한 전반적 검토와 북한의 향후 진로에 대해 진단해 보고자 합니다. 이 시간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이번 당 대회가 역사상 두 번째로 길게 진행되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북한의 8차 당 대회는 지난 5일 개막해 12일 폐막했습니다. 무려 8일에 걸쳐 열린 것으로, 지난 1970년 5차 당 대회(12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긴 기간 동안 개최된 당 대회로 기록됐습니다. 김일성 시대 북한 체제 절정기에 5차 당대회를 열 때만 해도 북한 사회주의는 본격적인 세습도 아니고, 사회주의에 대한 신심도 어느 정도 넘치는 대회였다는 점에서 이번 8차 당대회와는 큰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이번 당 대회는 김정은 총비서가 연례행사인 신년사를 건너뛴 가운데 열렸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 속에서도 일주일 넘게 진행돼 세인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특히 김 총비서가 2016년에 수립한 경제발전 목표가 엄청나게 미달됐다면서 실패를 자인했다는 점에서도 다른 대회와 차별화되고 있습니다.
질문 2: 이번 8차 당대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요 사업은 무엇입니까?
안찬일: 원래 당대회에서는 주로 경제정책에 대해 총화하고 새로운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하는 것을 기본 사명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김 총비서는 경제정책의 실패는 자인했지만, 그 대안에 대해서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사업총화 보고에서 전술핵무기와 핵잠수함, 다탄두 개별유도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군사 정찰위성 등 무기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결국 국방건설을 위해 다시 인민 경제를 희생하겠다는 것으로 북한 인민들의 거센 불만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입니다.
또 미국을 겨냥해 1만 5,000㎞ 사정권 안의 명중률을 제고하겠다고 밝혔고, 개정 당 규약에 '강력한 국방력 건설'을 명기하기도 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당 대회 결론에서도 "핵전쟁 억제력을 보다 강화하면서 최강의 군사력을 키우는데 모든 것을 다해야 한다"며 "국가방위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는 것을 중요한 과업으로 틀어쥐고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질문 3: 이번 당대회에서 미국과 한국에 대해서 비핵화 내지 화해와 협력보다는 새로운 대결을 강조한 것으로 밝혀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김 총비서는 미국에는 '적대시 철회'를, 남쪽에는 '남북 합의 이행'을 전제로 관계 개선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메시지를 내긴 했지만, 대화를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동시에 미국을 "최대 주적"으로 규정하고 남쪽의 한미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반입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 북미·남북관계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반면 김 총비서는 "사회주의 나라들과의 관계를 가일층 확대, 발전시킬 것"이라며 전통적인 우방국인 중국, 러시아와 외교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북한은 이번 당 대회 기간에 중국과 축전을 두 번이나 주고받았고, 당 국제부장에 중국통 김성남을 임명하는 등 대중국 외교 강화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새롭게 등장할 바이든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일단 강경 일변도의 대미 정책을 선언한 셈입니다.
북한이 다시 국방력 강화로 통일하겠다고 호언한 것은 결국 제7차 당대회에서 강조했던 핵 건설 경제건설 병진 노선을 우회적으로 재천명한 것이며, 특히 분수에 넘치게 핵잠수함 건조와 극초음속 무기 개발을 선언한 것은 일종의 바이든 정부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질문 4: 새롭게 달라진 인사 문제도 한 번 짚어볼까요? 박봉주 전 노동당 부위원장과 최부일 노동당 군정지도부장이 물러나는 등 세대교체도 있었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세대교체의 폭은 크지 않았지만 새로운 중진급이 약진한 측면은 분명 있습니다. 우선 올해 60대 중반인 조용원 제1부부장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과 역시 60대 중반인 오일정의 군정지도부장 등장이 특징적이라고 분석할 수 있습니다. 조용원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지도원으로 출발해 당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김정은 총비서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가 이번에 노동당의 최고 수뇌부인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진입했을 뿐만 아니라 당 중앙의 조직비서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 노동당의 핸들은 조용원 비서가 잡고 운전한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뒷좌석에서 좌로, 우로 코치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오일정은 북한에서 '영원한 무력부장'으로 불리는 전 무력부장 오진우 원수의 셋째 아들인바, 향후 빨치산 2세 최용해와 좌우에서 즉, 우 최용해, 좌 오일정이 김정은 총비서를 보좌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외 오수용 전 노동당 경제비서가 국방 군수공업을 총괄하는 제2경제 위원장에 임명된 것도 눈여겨 볼만한 일입니다. 인민 경제보다는 군수 경제에 더 치중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섭니다.
질문 5: 초미의 관심사는 김여정 부부장이 최소한 정치국 위원에는 오를 것으로 보았다는데 정치국 후보위원 명단에도 없는 건 다소 이례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안찬일: 그렇습니다. 모두들 김여정이 노동당 내에서 후계자의 지위를 굳힐 것으로 예상했는데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향후 17일에 열리는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여정이 국가 정권기관의 요직에 등용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합니다. 왜냐면 당은 김정은과 조용원이, 또 정권기관에서는 최용해와 김여정이 리더십을 발휘할 때 벼랑 끝으로 질주하는 북한을 구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켜볼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외교 안보라인을 총괄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 같은 기구를 만들어 그 수장에 앉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 찬 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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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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