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오늘의 북한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으며, 오죽하면 김정은 총비서까지 8차 당대회 개회사를 통해 인민 경제 실패를 자인했겠느냐며, 북한 경제 실패 원인을 노동당이 경제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 경제 실패의 책임은 내각이 아니라 노동당이 져야 한다'는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오늘은 북한 경제 이야기로 할 텐데, 먼저 얼마 전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4차 회의부터 알아보지요.
안찬일: 네, 북한은 지난 1월 17일 평양 만수대 의사당에서 최고 인민 회의 제14기 4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노동당 제8차 대회 폐막 후 이어 열린 최고 인민 회의에서 뭔가 경제정책에서 개혁적인 정책들이 나오질 않을까 잔뜩 기대했었는데 그야말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그와 같은 기대감은 보기 좋게 물거품 되었습니다. 국무위원회도 개혁 앞에 무력했습니다. 최고 인민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개편 대신 내각 인사 쇄신에 집중했습니다. 당대회가 8일 간이나 열린 데 비해 최고인민회의는 단 하루만에 폐막된 걸 보면 역시 북한의 의회는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셈입니다.
질문 2: 이번에 많은 북한 전문가들이 최고 인민 회의에서 국무위원회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관측했었다고요.
안찬일: 네. 일부 국무위원들이 당 대회를 계기로 노동당 핵심 직책에서 물러나거나 지위에 변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또 김정은 총비서가 좀 더 권력 집중력을 위해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의 '주석제'를 도입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는데 모두 빗나갔습니다.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은 당 정치국 상무위원을 비롯한 모든 직책을 내려놓아 국무위원회에서 빠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기존 노동당 직책에서 물러난 리만건·김형준 당 부위원장, 김수길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정호 인민보안상도 국무위원 탈락이 전망됐고 유일한 여성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국무위원 재진입 여부도 주목됐습니다. 그러나 그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이렇듯 유력시됐던 국무위 개편이 이번 최고 인민 회의에서 단행되지 않은 이유는 당면한 경제난 해결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됩니다. 앞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 대회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2016~2020년) 목표가 미달했다고 인정함에 따라 관련 인사들을 문책하고 새로운 인물을 기용해 경제를 운용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질문 3: 북한 지도부는 북한 경제 위기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고 보십니까?
안찬일: 북한은 이번 최고 인민 회의에서 내각 부총리 8명 가운데 6명을 교체했고 국가계획위원장과 경제 관련 각 부의 장관급 인사 15명을 물갈이했습니다. 전력공업상, 화학공업상, 철도상, 채취공업상, 건설건재공업상, 대외경제상 등이 새로 임명됐고 중앙은행 총재와 중앙통계국장도 바뀌었습니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사업 보고에서 "나라의 경제사업을 책임진 경제지도 일꾼(간부)들이 그릇된 사상 관점과 무책임한 사업 태도, 구태의연한 사업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나라의 경제 발전과 인민 생활 향상에서 그 어떤 개선도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최고 인민 회의에서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부문별 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이번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또 회의 결과 확정된 올해 북한의 예산은 지난해보다 1.1% 늘어나는 데 그쳤는바 특히 경제건설 예산이 전년 대비 0.6%밖에 증가하지 않아 최근 3년간 증가율(5~6%대)에 비하면 현저히 낮아졌습니다.
질문 4: 이번에 비교적 큰 폭의 내각 인사교체가 있었는데 앞으로 경제발전으로 나타날까요?
안찬일: 절대 그러기 어렵다고 봅니다. 북한 경제실패의 핵심은 사회주의 집단경제 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노동당이 내각을 누르고 경제를 주무르고 있는 데서 실패의 본질을 찾아야 합니다. 오죽하면 1,970대부터 북한 경제를 '노동당 경제' '궁정 경제'로 부르겠느냐 말입니다.
이번에 북한은 제8차 노동당 대회와 이어진 최고 인민 회의를 통해 당이 경제정책을 총괄·지도하기 위해 노동당에 경제정책을 전담한 부서를 신설하고 그 책임자가 내각 부총리를 겸임토록 하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내용인 즉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안에 경제정책실장을 새로 내오고 그 자리에 전현철을 임명했는데 이번 최고 인민 회의에서 전현철 경제정책 실장은 내각 부총리로 전격 임명됐습니다. 내각 고위 관료가 당 정치국에 포함되는 건 흔한 일이지만, 당내 전문부서 책임자가 부총리를 겸임한 것은 전례 없는 일입니다. 북한은 김정일 후계체제 시절부터 당과 내각을 분리해서 내각이 경제를 전담토록 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내각에서 당으로, 혹은 당에서 내각으로 옮겨가며 자리를 맡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긴 했지만, 겸직 사례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노동당이 인민 경제 발전에 큰 관심을 가진다고 평가하는데, 제발 노동당은 경제에서 손을 떼고 경제발전은 내각에 맡기라는 게 북한 인민들의 소망입니다. 북한은 이번 제8차 당대회에서 '경제사령부'인 내각의 책임제·중심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대회에서 경제 전반 조율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특수기관의 '특수'현상을 비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데, 김 위원장은 당대회 결론에서 "당대회 이후에도 특수성을 운운하며 국가의 통일적 지도에 저해를 주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어느 단위를 불문하고 강한 제재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앞서 김정일 체제에서 국방성이나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등 이른바 힘센 특수기관들이 알짜배기 기업소를 산하에 두고 독식하며 내각 산하 민수 경제에 악영향을 미쳤던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강력한 경고를 보낸 셈입니다. 어쨌든 결론은 노동당은 경제에서 손을 떼라, 이 단순한 논리가 유일 지배의 장벽 앞에 가로놓여 있다는 것을 평양 당국자들이 하루빨리 깨닫는 길이 북한 경제회복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