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전직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가 한국에 입국해 생활 중인 것으로 25일 확인됐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습니다. 정보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017년 9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 후 서창식 당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가 추방되면서 대사대리를 맡았던 류현우 전 대사대리가 가족과 함께 탈북해 국내로 입국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국언론들도 전했습니다. 당시 류 전 대사대리는 참사관 직급이었으며, 국내 입국 후 주민등록 과정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안찬일 박사는 류 전 대사대리는 처와 딸 등 식구들을 모두 데리고 서울로 갔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류현우는 북한의 실세 중 실세였던 전 39호 실장 전일춘의 사위라는데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정은 금고지기 사위의 탈북을 통해 본 평양 고위층의 심각한 동요'라는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류현우 전 쿠웨이트 대사대리는 누구인지부터 알아볼까요?
안찬일: 네! 2019년 7월 조성길 전 로마주재 북한 대사대리 조성길이 망명해 대한민국으로 갔는데, 류현우도 지역만 중동으로 다를 뿐 똑같은 대사대리란 점에서 충격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 같은 시기에 북한의 대사급 2명이 동시에 망명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입니다. 류현우 대사대리는 평양 외국어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아랍 전문가로 쿠웨이트 주재 북한 대사대리로 근무하였습니다. 쿠웨이트 주재 대사 서창식은 2017년 북한의 핵무기 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로 평양에 소환된 상태였던 것입니다. 당시 중동 지역에는 많은 북한 근로자들이 진출해 있어 외화벌이도 좋았고 따라서 쿠웨이트 대사관은 몇 개 나라를 동시에 관리하는 업무여서 수입도 좋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2: 충격적인 것은 류현우 씨 본인보다 부인이 전 39호 실장 딸이라는 것인데 그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전일춘 씨는 류현우 가족이 망명을 선택하기 직전 39호 실장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그의 실각이 이들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당 39호실은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권력의 실세로 당 자금을 모두 관리하는 중요한 핵심 부서입니다. 전일춘은 30여 년 이상 39호실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으로 김정일 시대부터 김정은 위원장까지 2대 통치자를 보필하며 노동당의 금고지기를 수행해 왔습니다. 특히 전일춘은 김정일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이어서 그의 큰 신임을 받고 있었으며 업무에서는 청렴한 측면이 강해 노동당의 금고지기를 수 십년 동안이나 맡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질문 3: 전일춘 노동당 39호 실장의 딸, 즉 류현우 대사대리의 부인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엘리트라고 들었습니다.
안찬일: 맞습니다. 그는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거기서 다시 박사원을 다녀 경제학 학사(석사)학위까지 받은 재원입니다. 머리가 총명하고 이론이 밝아 경제 분야에 필요한 인재였으나 남편이 외교관으로 해외에 부임하면서 딸을 데리고 쿠웨이트로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더구나 전일춘 39호 실장의 딸이다 보니 앞으로 전도 앙양한 엘리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 4: 중동 지역은 북한 외교와 경제에서 어떤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까?
안찬일: 류현우 대사대리가 근무했던 쿠웨이트 대사관은 인근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여러 나라를 관할하면서 중동 지역 무기 거래와 해외 근로자 송출에 깊이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태영호 국민의 힘 의원은 "쿠웨이트 대사관은 중동지역 내 외화벌이를 총괄하는 중점 대사관 중 하나"라며 "대북 제재 전까지는 외화벌이 규모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류 전 대사대리도 근로자 임금과 무기 수출 대금이 39호실로 자금이 흘러가는 데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류현우 대사대리는 대사가 소환된 후에도 중동의 자금줄을 장악하고 있었는데 그 당시 중동 지역에는 1만여 명에 달하는 북한 근로자들이 진출해 있었고, 이들이 벌어들이는 외화는 고스란히 노동당 39호실, 즉 류현우 대사대리의 장인 금고로 들어갔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호황도 2017년 북한이 6차 핵실험을 종료하면서 UN과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게 되었고 결국 중동의 노동시장은 더 이상 북한 근로자들이 발붙일 기회를 모두 빼앗고 말았습니다.
질문 5: 비록 대사대리이지만 이와 같이 북한 고위 엘리트들이 연속 망명하는 것을 보면 북한 통치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평양의 고위 엘리트 집단이 동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조성길 전 이탈리아 대사대리에 이어 류현우 전 쿠웨이트 대사대리까지 한국행을 택한 것으로 드러나자 평양이 크게 동요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북-미 싱가포르 회담과 그 후 하노이 회담이 연속 결렬되면서 더 이상 북한에 희망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고, 그것은 외교관들이 김정은 체제와 대북 제재 장기화에 따른 불안감이 증폭되는 것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대북 소식통은 "2018년 싱가포르 회담 때만 해도 희망을 가졌던 외교관들이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은 물론 대북 제재로 외화벌이와 송금이 어려워진 데 대한 스트레스가 한층 더 커졌다"며 "이 때문에 해외 공관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가 가일층 강화됐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질문 6: 또 북한의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 탈북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소식인데 이 소식도 전해주시죠.
안찬일: 북한에서 도 인민위원회 부위원장이면 한국의 도지사 밑의 부지사 격입니다. 함경북도의 인민위원회 부위원장까지 탈북의 길에 나서는 것을 보면 정말로 북한의 고위엘리트들이 여지없이 흔들리고 있다는 반증으로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북한이 노동당 8차 당대회까지 열어 새로운 출발과 체제결속을 다짐했지만 이제 북한의 체제 재생산 능력은 한계점에 도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머지않아 평양 정권의 엘리트 대부분이 탈북하는 21세기형 액소더스를 목격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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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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