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에서 식량 증산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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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지난달 27일, 28일 평양에서는 농업근로자 동맹 제9차 대회가 소집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대회에 보낸 김정은 총비서의 서한을 보면 과연 그는 왜 북한에서 식량 증산이 안 되는지 아직 원인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김정은 총비서는 60년 전의 농업의 수리화, 화학화, 기계화를 강조하는가 하면 농민들의 사상 개조를 역설하고 있는데, 농민들에게 식량 증산보다 더 중요한 사상은 없으며 그 외 노동당이 강요하는 사상은 그들 모두를 통제에 묶어 두려는 굴레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에서 식량 증산이 안 되는 진짜 이유는?”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먼저 이번에 평양에서 다시 농업근로자대회가 열렸는데 이 대회는 어떤 성격을 가진 정치행사였는지요?

안찬일:북한은 모든 인민들이 정치조직에 소속되어 있는데 농업근로자동맹은 바로 농민들이 소속된 정치조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성들은 여성동맹, 청년들은 청년동맹, 노동자들은 직업총동맹 이런 식이죠. 이번 농업근로자동맹 제9차 대회는 5년 만에 열렸는데, 그만큼 북한 당국이 식량 증산이 안 되고 농민들까지 평양에 불러다 대접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는 반증으로 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농민들의 사기는 올려주어야겠다는 강박관념으로 농민대표들을 평양으로 불러 이른바 농업근로자대회란 걸 열은 것입니다. 여기에는 보통 일반 농민들보다는 최소한 작업반장 이상 초급 간부들에서부터 군 협동농장경영위원회, 도 농촌경리위원회 간부들이 참석합니다.

질문 2:이번 농업근로자대회에 김정은 총비서가 서한을 보냈다고요.

안찬일:김 총비서의 서한을 살펴보면 우선 농민들의 사상 교양을 들먹이는데 이것부터가 헛다리 짚는 것입니다. 사상 교양은 순수 의식화 작업이 아니라 노동당과 총비서에 대한 충성심입니다. 이것부터가 잘못되었습니다. 농촌에서 사상 교양을 안 하면 안 할수록 식량 증산이 올라갑니다.

실례를 들어 볼까요? 해방 직후 북한은 1946년 3월 5일 토지개혁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농토를 밭갈이하는 농민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북한 농민들의 경우 90% 이상이 문맹자들이었습니다. 그들에게는 아무런 사상 교양도 없었고 그들 자신이 사상을 원치도 않았습니다. 그저 내 땅이 생겼다는 기쁨과 자부심으로 농사를 짓다 보니 연속해서 대풍작이었습니다.

오히려 그때 북한 인민들은 한순간이나마 이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농이란 이처럼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그 뒤 농업 협동화가 강요되면서 북한의 식량 증산은 커브 점을 기록하고 오늘의 빈곤에 도달했습니다.

질문 3:김 총비서의 서한에는 농촌의 수리화, 화학화, 기계화, 전기화도 촉구했다는데 이건 무슨 내용인지요?

안찬일:농촌에서 수리화는 물길을 잘 뚫어 항상 물 보장을 잘한다는 것입니다. 물이 있어야 농사가 잘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일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는 산이 많다 보니 농경지가 부족하고 다락밭 등이 있어 물주기가 용의하지 않습니다. 특히 치산치수가 잘 안 돼 장마철이면 큰 홍수가 발생해 농사를 망치기 일수입니다. 그래서 물길공사를 많이 하지만 배관과 시멘트가 절대 부족해 자주 파괴되기 일수입니다. 화학화는 당연히 질소비료 등 농작물에 화학비료를 많이 주어야 한다는 것인데 북한의 화학공업은 멈춘 지 오랩니다. 비료생산이 잘 되지도 않지만 생산된 비료도 운반체계가 무너져 제때 논밭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계화는 벼 이앙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들을 잘 보장한다는 것인데 오늘 북한 농촌의 기계화는 60년대보다도 열악합니다. 연료가 절대 부족하고 농기계들은 고장이 나면 그대로 버려집니다. 이런 환경에서 제아무리 노동당이 식량 증산을 촉구한들 과연 무슨 성과가 있겠습니까?

질문 4:그렇군요, 과거 소련이나 중국도 집단 영농으로 식량증산이 안 되자 심사숙고 끝에 가족 및 개인농으로 이전하였습니다. 이런 정책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농촌의 인력이라고 생각되는데 그 부분도 살펴볼까요?

안찬일:오늘 북한의 모든 경제단위가 열악하지만, 농촌의 경우 인력 부족 현상은 대단히 심각합니다. 젊은이들은 모두 군대로 나가고 농촌에는 부녀자들과 노인들뿐입니다. 그래서 모내기 철이나 추수철에는 도시인력과 군대, 근로자, 심지어 학생들까지 동원해 영농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옛날부터 "남의 일은 오뉴월에도 손이 시리다"는 말이 있는데, 이처럼 지원 노력이 밭에 쭉 깔린들 무슨 성과가 나겠습니다. 그래서 북한에는 '지도농민'이란 용어가 새로 등장했는데 이들은 봄과 가을에 지원 노력이 쏟아져 들어오면 그들을 밭으로 안내만 하면 되는 놀고먹는 농민들입니다. 북한 당국이 농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 한 북한의 영농은 주인이 없는 일로 되고 말 것입니다.

질문 5:북한은 최근에도 미사일을 자주 쏘아 올리며 군사도발에 치중하고 있는데, 그런 소모적인 돈과 기술을 농촌의 기계화에 투자했으면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 박사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당연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은 1970년대 이전까지 식량 자급자족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주체 농법'의 실패로 오늘 인민이 굶어 죽는 나라로 후퇴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중국처럼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가면 됩니다. 특히 농촌 개혁은 북한 체제 유지에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을 것입니다. 이웃 나라 중국은 농촌에서부터 개혁과 개방을 시작해 그것을 도시와 전국으로 확대하지 않았습니까?

김정은 총비서는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북한 농촌 개혁의 칼을 빼 들어야 합니다. 미사일 생산에 소모되는 자금을 농촌의 기계화에 돌리고 군대를 감축해 농촌 노력을 충당해야 합니다. 겨우 2,500만 명의 북한의 적은 인구가 배가 고파 굶어 죽는 이 참담한 현실을 김정은 정권은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농촌의 개혁은 노동당의 권력 유지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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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