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이 지난해 10월 10일 새벽 0시 김일성광장에서 시작한 열병식에서는 의아한 모습이 펼쳐졌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신형무기들과 함께 김정은 호위부대가 그 위용을 과시했는데, 호위부대 열병 종대가 4개 부대나 사열했는데 어느 부대가 호위사령부이고 어느 부대가 당 호위처인지, 혹은 국무위원회 경무국인지 모두 헷갈리게 했다고 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군부 쿠데타를 막기 위해 호위부대 역량을 강화했음은 물론, 호위부대끼리도 서로 견제하게 했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왜 북한은 김정은 호위부대를 넷으로 쪼갰을까?'라는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기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 호위사령부 체제는 어떠했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안찬일: 네! 일찍이 1960년 초반 호위 사령부로 확장된 김일성 호위사령부는 그동안 호위총국, 호위사령부로 간판을 바꿔 달며 3대 세습의 김정은 시대까지 왔습니다. 초대 호위사령관은 오백룡 대장이었고 그 뒤 전문섭, 이을설 등 이른바 항일빨치산 세대가 쭈욱 총책을 맡아 오다 김정일 사망 뒤에는 윤정린 대장이 사령관을 맡아 왔습니다. 호위사령부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의 근접경호는 물론 그 일가친척 경호에 각종 별장과 특각, 관저까지 지키는 방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호위사령부는 인민군 복장을 하지만 소속은 인민무력성 소속이 아니며 김정은 서기실 직속 내지 당중앙위 직속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호위사령부 병력 수만도 10만여 명이 넘어 북한군 한 개 군단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근래 이 호위사령부 수뇌부에서 큰 사고가 터져 고위 간부들이 처형 내지 숙청되었다는데 사실입니까?
안찬일: 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 김씨 일가에 대한 경호 업무를 전담해 온 호위사령부가 2018년 잇따라 터진 추문과 비리로 1·2인자가 숙청되는 등 해체 수준의 조직 개편을 당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습니다. 근래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은 호위사의 전횡을 막고 경호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호위사를 4개 부서로 쪼개 상호 감시·견제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는데 그전에 호위사령부에서 몇몇 큰 사고가 터졌다고 합니다. 즉 호위사령부 2인자인 정치위원 김성덕 상장(별 셋)은 2018년 하반기 노동당 조직지도부 검열을 받았다고 합니다. 횡령 혐의로 체포된 호위사 재정담당 김모(여·29) 소좌(소령)로부터 뇌물과 성상납을 받은 혐의였습니다. 고강도 조사 끝에 김 소좌는 사령부 산하 무역회사 책임자 등과 함께 같은 해 11월 강건종합군관학교 사격장에서 처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이 사건으로 김성덕은 윤정린 호위사령관(대장)과 함께 동반 해임된 뒤 평남 개천 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갔다고 합니다. 사령관과 정치위원이 동반 숙청된 적은 거의 없는데 이번에 이 둘이 동반 숙청된 것은 그만큼 호위사령부가 썩고 부패해 있었다는 반증입니다.
질문 3: 원래 전체주의 체제에는 특권층이 많기 마련인데 결국 호위사령부가 '최고 존엄'을 등에 업고 온갖 부정부패를 저질러 온 것이 드러났군요. 그 외 부정부패 사례도 있습니까?
안찬일: 지난 2018년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호위사령부가 관리하는 북한 최고의 영빈관인 백화원 초대소에 대한 대대적인 개보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호위사령부의 담당 대좌는 외국에서 각종 호화 자재를 들여오며 무려 50만 달러의 돈을 횡령했습니다. 물론 그 큰돈을 떼먹고 무사히 넘어갈 수는 없었고, 그 대좌는 결국 처형됐습니다. 우리는 북한 호위사령부 하나만 벗겨 봐도 왜 북한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리는 지를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질문 4: 그럼 이번에 호위사령부를 네 쪽으로 쪼갤 수밖에 없는 그 내막도 알아볼까요?
안찬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처럼 자신의 안위를 책임지는 조직에서 추문과 부정부패가 잇따른 것에 충격을 받고, 경호 부대 3개를 신설해 호위사의 권한·기능을 대폭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첫 징후는 지난해 7월 김정은이 '정전협정체결 67주년'을 맞아 군부 핵심 인사들에게 '백두산 권총'을 수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호위사령관, 호위국장, 당중앙위원회 호위처장, 국무위원회 경위국장 등이 권총을 받았다고 보도할 때 공개됐습니다. 호위사령관을 제외한 3개 직위의 존재는 이때 처음 공개됐는데 모두 상장 계급으로 상당히 높은 계급을 부여했습니다.
이들은 3개월 후인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 부대원들을 이끌고 열병 행진을 진행하며 그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 때 얼굴이 여러 번 노출돼 국내에도 익숙한 김철규 호위사 부사령관은 국무위 경위국장에 발탁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전히 그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최측근 경호책임자로 임명된 것입니다. 다른 한편, 북한 경호 체계의 전면 개편은 신변 안전에 대한 김정은의 불안감 때문이란 분석도 분분합니다. 근래 김정은이 고위 외교관을 비롯해 북한 정권의 고위 엘리트들의 탈북이 이어지고 사회 전반의 기강·충성도가 무너지는 것을 우려해 신변 경호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질문 5: 일각에서는 북한 지도부가 군부의 쿠데타 등을 의식하여 호위사령부의 역할을 위장 분산시키고 역량을 대폭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군은 영양실조와 기강문란 등으로 아직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한 현상이라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현재 북한경제 붕괴로 가장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북한 군부라고 말해도 절대로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즉 이번 8차 당대회 직후 김일성광장에서 열병식을 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 호위부대를 중심으로 사열시킨 것은 결국 "자 보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렇게 총창으로 겹겹이 둘러싸여 있으니 군대는 감히 총을 들 생각을 말라" 이렇게 경고하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이미 북한이 1989년 루마니아의 니콜라이 챠우쉐스쿠에 대한 군부 반란 이후 호위사령부를 어떻게 강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그러나 말로는 '위민위천'을 제창하며 오직 유일 체제 강화에 집착하는 북한 지도부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호위사령부를 네 개가 아니라 그 이상으로 쪼개 겹겹이 둘러싸고 떠받들어도 독재자의 운명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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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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