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인민들은 채소보다 먼저 쌀을 원한다

0:00 / 0:0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얼마 전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총비서는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의 연포온실농장 건설 착공식에 직접 참석해 발파 단추를 누르면서 다시 한번 먹는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으며 지난달에 이은 벌써 두 번째 이 지역 방문으로 얼마나 북한에서 먹는 문제가 심각한지를 나타내 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군의 육해공군 1만여 명 이상을 이 공사에 투입했다는 것 즉 병력 집약적인 방식으로 북한의 고질적인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하고 북한 인민들은 채소보다 쌀을 원하기에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인민들은 채소보다 먼저 쌀을 원한다”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과거 한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풀과 고기를 바꾸자"는 구호를 제시하면서 인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을 촉구했는데, 오늘 김정은 총비서의 생각과 방향은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이번 연포지구 온실농장 건설 어떻게 보셨습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두 부자가 세습정치를 하다 보니 선대가 하던 일에서 과감한 탈피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북한 인민들의 먹는 문제는 북한의 잘못된 농업정책에 그 원인이 있지 풀과 고기를 바꾸든, 채소로 식탁을 풍요롭게 하든 이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요령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싶습니다. 과연 연포지구에 온실농장을 세워 수만 톤의 채소를 생산한다 칩시다. 생산량도 의문이지만 문제는 그걸 인민들의 식탁에 공급하기까지 수송과 유통에 대해서 김정은 총비서는 한 번쯤 생각해 봤는지 걱정이 앞섭니다. 김 총비서 주변 간부들은 뭔가 혁신할 생각은 않고 얄팍한 잔재주를 부리는 것 같습니다.

질문 2:지난 18일 진행된 착공식에는 김정은 총비서가 직접 참가했다는데요. 그 소식도 전해 주시죠.

안찬일: 네, 이번 행사에는 김정은 총비서 외에 군 서열 1위인 권영진 총정치국장과 군 서열 2위 총참모장은 나타나지 않고 국방상 리영길 대장이 행사를 주관했습니다. 그러니까 군대를 지휘하는 라인은 빠지고 건설과 후방사업을 관장하는 국방상이 불려 나온 것입니다. 또 김여정 등 실세들은 빠지고 조용원 조직비서만 참가했습니다. 특이한 것은 해군 사령관 김명식 중장과 공군 사령관 김충일 중장이 참가했는데 이들은 지난해 12월 상장에서 중장으로 강등된 후 아직 별 2개를 달고 있는 걸 볼 때 김정은 총비서의 계급장 정치는 계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번 공사는 육군만이 아닌 해군과 공군도 참여하는 대형 프로젝트란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온실농장 건설장이 이전 공군 비행장에 마련됐다는 것입니다.

질문 3:그러니까 다른 일반 지역이 아닌 군부대 비행장 자리에 온실농장을 건설한다고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함경남도 함주군 연포지구에 북한 공군의 어떤 부대가 있다가 철수하고 그 자리에 온실농장을 세우는지는 북한이 보도금지 사항이어서 알 수 없으나 도열한 수천 명의 군인들이 선 자리가 바로 활주로가 분명하며 순수 벌판인 걸로 볼 때 비행장이 확실해 보입니다. 아마도 쇠락하는 북한 공군의 실정에서 굳이 비행장을 차지하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채소 해결을 위해 군부대 기지를 활용하는 것은 잘하는 일이지만 문제는 생산성과 결과가 걱정이라는 것입니다.

질문 4:그날 행사장에 도착한 김정은 총비서는 일본제 렉서스 유틸리티 차를 타고 행사장에 도착해 내리면서 담배대를 그대로 들고 있었다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안찬일: 사실입니다. 수천 명의 군인들이 운집해 있고 60대가 넘은 장령들이 도열해 영접하는 자리에 김정은 총비서는 차에서 피우던 담배대를 그대로 왼 손에 든 채 내려 고위 간부들과 악수하는 모습이 공개되어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안하무인이라고 할까요. 어떻게 군부대가 진행하는 1호 행사에 담배대를 들고 참석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건 도덕도, 예의도 모르는 무지몽매한 짓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무례한 행태입니다.

질문 5:그러고 나서 김 총비서는 연설도 했다면서요?

안찬일: 연단에서 내려와 공사 착공 발파 단추를 누른 김 총비서는 연포온실농장 착공 연설에서 "연포온실농장을 수만 t의 생산능력을 가진 대규모 남새 생산기지로 건설하는 동시에 선진적인 농업기술을 보급하는 실물교육 농장으로 건설하며 이를 기준으로, 봉화로 하여 나라의 전반적 농촌발전을 더욱 강력하고 확신성 있게 추진하자는 것이 당 중앙의 구상"이라며, "이와 같이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농장건설을 통 채로 맡아 수행하게 된 것은 우리 군대 장병들의 커다란 영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지난 15일 백두산 인근 삼지연 시에서 열린 김정일 생일 80주년 중앙보고대회의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 보도가 나오지 않았고,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도 김 위원장을 부각시키지 않고 멀리서 대회 장면을 찍은 원경사진 3장만 공개하는 등 비교적 절제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또한 김 위원장이 매년 광명성절에 했던 금수산 태양궁전 참배 관련 보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 걸 볼 때 김정은 총비서의 다른 행보보다는 이제 다시 그의 이른바 ‘애민사상’을 다시 들고나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게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 6:우리의 관심은 이런 온실공사로 과연 북한 인민들의 먹는 문제가 제대로 풀리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안 박사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이 온실단지 하나 만든다고 풀릴 리 만무합니다. 또 현재 북한 인민들은 채소가 아니라 쌀을 달라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먼저 쌀이 있어야 의식주가 해결되지 무턱대고 채소단지만 만든다고 인민들의 식의주가 풀릴 수는 없는 것입니다. 지난시기 과일농장, 메기공장, 심지어 타조농장 등 북한이 안 해본 것이 없습니다만 인민들의 배는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먼저 농업정책 개혁에 칼을 대 집단영농제도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합니다. 집단농장을 폐지하면 채소단지와 과일 단지는 저절로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저 대규모 군인집단을 노동력으로 활용하는 자체가 잘못되었습니다. 군대는 병영으로 돌려보내고 더 나아가 과잉군대 집단을 과감하게 축소하는 군축을 단행해야 합니다. 군대가 많으면 나라는 빈곤하기 마련입니다. 특히 북한의 인구 2,500만 명에서 200만에 가까운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기형적이다 못해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말로 질타받을 일입니다. 군인들에게 아파트를 짓게 하고 야채농장 건설을 맡기는 일은 자칫 이상한 ‘병종놀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군복 입은 노동자 군대는 줄이고, 토지는 농민들에게 나누어 줄 때 북한 인민들은 흰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날이 열릴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