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것으로 총 620여 쪽, 7개 챕터에 걸쳐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국방·외교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분야 성과를 담은 이른바 '위인과 강국시대' 즉 '김정은 위인전'이 출판되어 최근 언론에 공개되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여기에는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등 핵 무력 과시와 함께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과 외교 분야까지 김정은 국무위원장 찬양 일색을 그려내고 있으며, 특이한 것은 2018년 4월 27일 한국 대통령과의 판문점 정상회담과 평창올림픽 참가 등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런 자칭 위인전에 대해서 인민들은 '이상한 위인전'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김정은 위인전, 과연 인민들의 생각은?'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에서 위인이란 꼭 세 사람 즉 김일성,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한테만 주는 명예라는데 그게 맞는 말입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개인숭배가 철저한 체제이고, '위인'이니 '장군님'이니 하는 말은 최고 존엄에만 붙일 수 있는 호칭으로 만약에 개별적으로 존경하는 교수님이나 지휘관에게 이런 호칭을 붙였다가는 <10대 원칙> 위반으로 큰 변을 당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번에 다시 김정은 위인전이 나와 벌써 세 번째 '위인'이 등장했지만 앞으로 네 번 이상 김 씨 위인이 등장한다면 이야말로 북한 땅의 큰 재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진짜 위인이 세 명이나 나왔다면 북한이란 나라가 정말로 세계가 부러워하는 '지상락원'이 되었을 텐데 짝퉁 위인이 자꾸 나오니 그게 안타깝다는 것입니다.
질문 2: 그럼 이번에 나온 김정은 위인전 내용을 좀 살펴보고 북한 인민들의 반응도 알아볼까요?
안찬일: 네 지난 2월 28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위인과 강국시대'라는 제목의 도서를 공개했습니다. 이 책은 김 위원장의 집권 10년을 맞이해 발간된 것으로 그의 치적을 나열한 사실상 <위인자서전>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각 기관지인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12월 30일 발간한 것으로 총 620여 쪽, 7개 챕터에 걸쳐 김정은 집권 10년간의 국방·외교는 물론 경제·사회·문화 분야 성과를 담고 있는데,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등 핵 무력 과시를 김 위원장의 가장 큰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인전은 '핵에는 핵으로' 소제목을 단 글을 통해 2016년 수소탄 실험과 이듬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을 상세히 설명한 가운데 별도로 ICBM '화성-14형'과 '화성-15형' 발사 실험도 나열했습니다.
위인전에서는 "적대 세력들과는 오직 힘으로, 폭제의 핵에는 정의의 핵 억제력으로만이 통할 수 있다"거나 "강한 핵 무력으로 미국의 일방적인 핵 위협의 역사를 끝장내야 한다"며 이것이 김정은의 신조라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3: 대외관계, 대남관계 분야의 치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요?
안찬일: 대외관계 성과를 서술하면서는 첫 자리에 미북 관계를 놓고 사상 첫 싱가포르 정상회담과 판문점 회동에만 15쪽을 할애하며 지대한 업적으로 자화자찬(自畵自讚)했습니다.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미지에 극심한 타격을 입혔던 '하노이 노딜' 관련 내용은 쏙 빼버렸습니다. 북한에게는 외교적으로 심대한 타격이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며 또 이제 트럼프 시대도 갔으니 그쪽은 덮고 가자는 것으로 보입니다. 책은 판문점 회동 당시 함께했던 문재인 대통령도 언급하지 않는 등 북한 입맛대로 편집했습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 대해 근래 취하고 있는 일련의 입장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대남 성과 부문에서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문선명 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 등의 이름은 직접 거론하고 일화를 소개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습니다. 평창올림픽에 북한 대표단을 초청하고 미북 정상회담의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 대통령의 노력은 싹 잊어버린 셈입니다.
질문 4: 판문점과 평양 등에서 여러 차례 만나 정상회담을 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을 쏙 빼고 대외관계 리더십의 성과를 자화자찬한다는 게 아무리 봐도 이상하지 않는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2018년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뒤이어 그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가 순안공항으로 영접 나오고 "대통령 각하"라는 극진한 호칭까지 힘차게 부르던 북한이 돌연 한국 대통령을 지우고 공적과 업적 운운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위인전에서는 "군사적 긴장 상태의 지속을 끝장내는 것이야말로 북남관계의 개선과 조선(한)반도에서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끝까지 한미동맹을 물고 늘어지면서 미국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요구를 비껴가겠다는 전략을 재강조한 것입니다. 그리고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과 러시아, 쿠바 등과의 관계도 강조하면서 특히 "조중(북한·중국)친선 관계는 공동의 위업을 위한 성스러운 투쟁 속에서 피로써 맺어진 관계"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과 2019년에만 4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는 점을 크게 언급했습니다.
질문 5: 북한 내부의 경제발전이나 인민 생활에서의 업적 같은 것은 위인전에 없었나요?
안찬일: 전혀 없습니다. 담아낼 내용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핵무기를 10개, 100개 가지면 뭐 합니까? 과거 소련은 핵무기 수 천개를 가지고도 공산당이 깃발을 내려야 했습니다. 소련 인민들이 공산당 물러가라 했기에 공산당은 핵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라 인민들의 요구에 따라 스스로 공산당을 포기했습니다. 하여 이번 위인전을 두고 북한 사회에서는 말들이 많다고 합니다. "노동당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동안 인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다 못해 수백만 명이 굶어 죽었다" "핵무기는 평양 정권은 지켜줄지 몰라도 우리 인민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이것이 오늘 북한 인민들의 김정은 위인전을 바라보는 한결같은 입장입니다. 위인전은 이제 3번으로 막을 내려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나오다가는 큰일 날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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