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복무기간 단축의 의미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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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군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복무기간이 긴 군대로 유명하며 보통 10대 말 고급중학교를 졸업하면서 군복을 입으면 10여 년을 군 복무로 청춘을 소진하는 군대가 바로 북한군대라면서 적은 나라와 적은 인구에 너무 많은 정규군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겨우 2,500만의 인구에 119만여 명의 정규군을 보유한 나라, 이것이 바로 일명 북한을 '병영국가'라고 불리는데, 한창 공부하고 나아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해야 할 청년들이 군대에서 썩고 있기에 북한은 경제 파탄에 직면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군 복무 연한을 줄였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어 그래 오늘은 '북한군 복구 기간 단축의 의미와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안 박사님도 북한에서 군 복무를 하다가 휴전선 DMZ를 통해 한국으로 탈출하였는데 혹시 군 복무를 얼마나 하였습니까?

안찬일: 네 저는 9년을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약 1년여 제대를 앞두고 그 지긋지긋한 곳을 떠났습니다. 그러니까 18세에 군복을 입고 한창 공부하고 일할 장기간을 군대에서 썩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것이 당연한 걸로 알았습니다. 청년들을 군대에 장기간 묶어두면 나라의 경제발전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많은 청년들은 군 복무를 자기발전의 기회로 생각하는데,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군대에 들어가야 노동당원이 되고 노동당원이 되어야 신분 상승이 가능하다는 북한식 출세구조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군사복무가 국방력 강화라는 순수한 의미가 아니라 청년들이 신분 상승을 꿈꾸는 정치조직으로 전락한 셈입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러면 여기서 북한군 복무기간의 변화 과정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볼까요?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적어도 북한군의 복무기간이 장기화된 것은 1960년대 중반 이후로 보고 싶습니다. 이때부터 이른바 경제건설 국방건설 병진이라는 병영국가 건설을 제창하면서 수많은 청년들을 군대에 묶어두기 시작했습니다. 대한민국에 비해 군사 기술적 장비가 부족한 북한은 유생역량, 즉 병력 수에서 우위를 지키는 것으로 군사적 비대칭 전력을 유지하려 한 것입니다.

북한군 사병의 복무기간은 과거 13년이었다가 지난 2003년 전민군사복무제 채택 후 남성은 10년, 여성은 7년, 특수부대는 13년으로 의무 복무기간이 정해졌었습니다.

대학 입학생과 예술단 체육단 차출 등 특수한 경우 군 복무가 자동 면제되던 칠팔십년대가 가장 군 복무가 길었고, 그 뒤 좀 떨어지는 사이클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10년 복무는 고정불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 한국군의 18개월과 비교하면 정말 엄청난 기간 아니겠습니까?

질문 3: 북한의 군 복무기간이 2년 정도 단축됐다는 최근 한국 국정원 보고에 대해 탈북 군인들은 믿기 힘들다면서도 사실이면 긍정적 진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하지만 한국과 비교해 여전히 대여섯 배 격차가 있는 만큼 복무기간을 훨씬 더 줄여 젊은이들의 꿈과 행복권을 배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안 박사님은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안찬일: 박지원 한국 국가정보원장이 지난달 16일 국회에서 북한이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한 것으로 보고했다고 한국 언론이 밝혔습니다. 남성은 현 9~10년에서 7~8년으로, 여성은 6~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됐다며, 국정원은 군 제대 인력을 경제 현장에 투입해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을 이행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정말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군 복무기간 단축은 청년들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가져다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청년들은 노동당 입당과 대학 추천이라는 유인요인으로 군복을 입고 싶어 했는데, 갑자기 군 복무 기간이 단축되면 이와 같은 모토가 사라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군대 안에서 배운 거라고는 총 다루는 기술밖에 없는 젊은이들이 일찍 사회로 나가봤자 과연 어디서 무슨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질문 4: 그러고 보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제발전에 청년들을 활용하고자 이번에 군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중대 결정을 내린 것 같은데, 과연 갑자기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청년들을 어디에 배치해 어떤 생산력을 발휘하려는지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10년 복무하던 청년이 제대하여 사회로 나오면 보통 나이가 25살 내지 26살입니다. 과거 28세 정도에 비하면 많이 젊어진 건 분명합니다. 우리 한국에서는 군 복무를 마치고 대학을 막 졸업하는 나이라고 보여지는데, 북한 청년들은 고급중학교를 졸업하고 군대에 들어가면 사회와 많이 단절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군인들이 도로 공사와 아파트 건설, 농촌지원 등으로 노동집약적인 노동은 모두 배우지만 하이테크, 즉 고급 기술은 배울 기회가 전혀 없습니다. 바로 이것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현재 북한 경제는 성장을 멈추다 못해 마이너스 성장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돼 대관절 일자리가 없습니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의 결단은 청년들을 군복을 입혀 건설장으로 내모는 것과 아니면 작업복을 입혀 내모는 동의 적 발상인 셈입니다. 그러나 일단 청년들의 군 복무 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넓은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습니다.

질문 5: 말씀 듣다 보니 향후 군사복무 기간 단축이 북한 사회 변화에 몰고 올 영향력도 상당히 궁금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도 언급해 주세요.

안찬일: 네! 우선 군사력보다 사회역량이 커진다는 급진적 변화를 들 수 있습니다. 과거 군 복무 기간이 10년 넘을 때 후방의 농촌에 가 보면 늙은이와 부녀자들 밖에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모두 군대로 가 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농사는 봄이 되면 지원 노력 즉, 군인들과 노동자들, 심지어 중학교 학생들까지 인산인해를 이루며 겨우 모내기 전투를 벌이곤 했습니다.

문제는 과연 제대군인 수가 늘어나고 노동력이 풍족해지면 이것이 북한의 경제발전으로 이어지느냐 하는 것입니다. 북한 정권이 단지 노동력을 갑자기 늘이는 것으로 경제발전을 시도한다면 이것 또한 오산입니다. 먼저 경제개혁으로 경제구조 자체를 전면 뜯어고쳐야 합니다. 일자리를 창출해 젊은이들이 제대로 생활 조건을 보장받도록 만들고 노동력을 투입해야지 자칫 제대군인들을 무리로 사회에 진출시키면 거대한 저항 세력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1960년대 말 갑자기 사회로 쏟아져 나온 북한군 특수부대들이 탄광과 광산 등에서 폭동을 일으킨 사례를 북한 군인들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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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