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최근 한국의 통일부가 분석한 북한 권력 구조 자료에 보면 김일성 시대 이후 북한군에서 원수, 차수가 단 1명도 남지 않게 되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김일성 주석이 80살이 되던 지난 1992년 4월 북한군에는 ‘별무리’가 쏟아졌습니다. 즉 김일성이 대원수가 되면서 군부에도 차수, 대장, 상장 등 별 풍년이 들었습니다. 이와 같은 계급장 홍수 시대는 김정일 위원장 통치 기간 내내 이어졌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집권 초기 원수, 차수의 승진을 통한 ‘계급장 정치’를 용이 주도하게 활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김일성 시대 이후 북한군에서 원수, 차수가 모두 사라진 사연”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한국군에는 원수가 단 1명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국군이 나약한 군대라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습니다. 대장 7명 정도가 최고 계급이지요. 반면 북한군에는 얼마 전까지 원수, 차수가 꽤 많았습니다. 북한군의 계급구조에 관해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네, 북한군은 1948년 2월 8일 정규군으로 창설되면서 모든 교리를 소련군 것을 그대로 베꼈습니다. 계급구조, 즉 북한에서는 그것을 군사칭호라고 부릅니다만 계급구조 역시 소련군 것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아래 병사 하사관 것까지 설명하자면 너무 길고 꼭대기에 보면 대장 위에 차수가 있고, 원수, 대원수로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현재까지 대원수는 김일성과 김정일 2명이고 원수는 꽤 많아 일일이 거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 북한의 통치자인 김정은도 원수인데, 북한에는 공화국 원수와 인민군 원수 두 종류로 나뉩니다. 일설에는 김정은도 비공개 대원수라고 하는데 이미 그가 대원수복을 입은 사진을 북한이 공개한 바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 이후 원수가 된 북한군 고위 인사들을 살펴보면 오진우 원수, 이을설 원수, 최광 원수, 김영춘 원수, 현철해 원수, 이병철 원수, 박정천 원수 등이 있습니다. 차수는 이두익 차수, 조명록 차수, 주도일 차수, 백학림 차수, 이용호 차수, 황병서 차수, 최룡해 차수 등이 있습니다.
질문2: 정말 ‘별무리’란 말이 실감이 납니다. 꼭대기 통치자를 숭배하는 별을 제작하려다 보니 아래 사람도 덕을 보는 행태라고 할까요? 참 별들이 무수하군요. 그런데 최근 북한군에서 원수, 차수가 모두 사라졌다는 말은 어떤 뜻인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이미 지난 해 이병철 원수와 박정천 원수가 졸지에 원수별을 빼앗기더니 뒤이어 올해 들어와 권영진 차수, 김정관 차수 등도 계급장을 빼앗기며 대장, 상장으로 강등되었습니다. 즉 한때 원수까지 올랐던 군 서열 1위와 2위 리병철과 박정천의 해임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지난해 7월 당 전원회의에서 '비상 방역에 대한 당의 중요 결정 집행을 태공(태업)'해 문책을 받은 리병철은 해임 이후 근황이 알려지지 않고 있고, 박정천의 경우는 리병철 대신 정치국 상무위원과 노동당 비서에 임명됐지만 원수에서 차수로 강등됐습니다. 총참모장 역시 박정천에서 림광일로 교체됐고, 국방상은 김정관에서 리영길로 바뀌었으며 김정관은 국방성 제1부상으로 좌천되면서 차수에서 상장(별 두개)으로 내려갔습니다. 별이 두 개가 사라진 것입니다.
군 수뇌부 중 유일하게 보직을 유지한 권영진 총정치국장 역시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습니다.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까지 차수 계급장을 회수한 걸 보면 이제 군대 안에 더는 원수, 차수를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어느 정치국 회의에서 “중국을 보라, 최고 계급이 상장이다. 상장 이상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당신들은 군사칭호를 높이 달아줬더니 거들먹거리며 일은 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자기는 그대로 달고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자기 공화국 원수별을 합리화하려고 아래 간부들에게 별을 달아준 것이지 달래 잔뜩 계급 인플레를 가져온 것이 아니지 않느냐 말입니다.
질문 3: 최근 북한은 노동당 정치국 등에서 군 간부들을 밀어내고 경제 간부들을 등용하고 있다는 데 얼핏 들어보면 잘하는 일로 보입니다. 그 사연도 좀 설명이 필요합니다.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정치국에 당과 내각의 경제 간부들을 등용하고 군사 간부들을 밀어내는 형식적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액면 그대로는 그럴싸하게 보입니다. 북한이 통치구조에서 약간의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전통적으로 당-국가체제를 유지해 온 북한이 근래 경제 간부들을 정치국으로 진입시키면서 당 및 군부 우위 지배구조를 재편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도 1967년 유일사상체계 등장 이전에는 국가기구의 권력이 당 못지않게 강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 권력의 핵심인 노동당 정치국 내에서 경제 부문 인사의 영향력이 커진 반면 군 인사의 비중은 축소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통일부가 3월 17일 공개한 '북한 권력기구도'에 따르면 국가 경제의 설계와 계획 전반을 총괄하는 국가계획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하고 정치국 후보위원 중 내각 부총리가 2명에서 3명으로 증가했습니다.
또 식량문제 해결에 힘을 쏟는 북한이 내각의 농업성을 농업위원회로 격상한 가운데, 주철규 농업위원장이 정치국 후보위원에 진입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처럼 정치국 안에서 경제 관련 인사의 비중이 커진 건 북한이 지난해 1월 8차 당 대회 이후 산업 증산과 민생 개선을 목표로 5개년 계획 수행을 강조하며 경제난 타개에 박차를 가하는 상황이 반영된 현상으로 보입니다. 반면 북한군 총참모장과 사회안전상(남측 경찰청장)은 기존 정치국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내려가면서 정치국 내 군 인사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었습니다.
질문 4: 우리의 관심은 과연 이렇게 표면적인 권력 이동과 재편이 북한 경제발전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안 박사님은 그 효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계십니까?
안찬일: 경제가 붕괴 직전인 북한에서 지배구조 조정은 다소 희망적입니다. 그러나 내각과 경제기관의 예산권이 완전히 장악되지 않은 조건에서 경제 간부들의 권력의 무게만 높이는 것은 형식적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습니다. 마치 1960년대의 북한 권력 구조를 다시 보는 것 같지만 그때에 비해 오늘 북한 경제는 너무 바닥으로 내려갔다. 과거 노동당이 전횡하던 시기 이전에 북한의 내각은 예산권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예산권은 물론 계획, 실천에서 내각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로 전락하였습니다.
평양시 아파트를 누가 짓습니까? 내각이 아니라 군대가 짓고 있습니다. 왜 군대가 건설공사를 해야 합니까? 이래서 북한을 ‘병영국가’ 즉 비정상국가로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별을 뗐다 부쳤다 하는 계급장 정치를 접고 군대는 병영으로 돌려보내고 경제를 개혁 개방하여 정상 국가로 나갈 때 북한은 변화할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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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