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ICBM은 북한 체제 종말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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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 24일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반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쏘아 올리고 지금 자화자찬의 흥분에 들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의 군사력이 강성부흥하는 징조가 아니라 자칫 김정은 체제 종말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ICBM은 북한 체제 종말의 전주곡이 될 수 있다”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요즘 북한의 노동당 선전기관들인 언론이 마치 ICBM 발사를 두고 연일 자화자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데, 이런 현상을 바라보는 세계 평화 애호 국민들은 불쾌감을 들어내고 있습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로켓을 쏘아 올린 게 언제입니까?

안찬일: 네, 지난 24일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국군은 이날 오후 2시 34분쯤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ICBM 한 발을 포착했습니다. ICBM의 비행거리는 약 1,080km, 고도는 약 6,200km 이상이었습니다. 일본 방위성은 ICBM이 71분 동안 비행해 오후 3시 44분쯤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 내에 떨어졌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은 2017년 11월 29일 이후 약 4년 4개월 만에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명백한 모라토리엄 파기에 해당하는 무력 도발이었습니다.

2017년 11월 북한이 발사한 ICBM급 화성-15형보다 비행시간이 길고, 고도도 높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북한이 이번에 쏜 ICBM은 한층 개량된 신형 미사일로 보입니다. 당초 한·미는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지난 5일 발사한 발사체를 2020년 10월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화성-17형’으로 추정하며, 조만간 전면적 (full-range) 실험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었습니다. 북한이 지난 16일 발사를 시도했다가 공중폭파로 실패한 ICBM도 화성-17형으로 추정됐습니다. 다만 이날 쏜 ICBM은 화성-17형과는 다른 기종일 가능성이 있어 정밀 제원을 분석 중에 있습니다.

질문 2: 우리의 궁금증은 왜 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손을 댔을까? 결국 임기 말까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되살리려 노력한 문재인 대통령 보란 듯 '레드 라인'을 넘어선 것인데 이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24일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주재하고 북한에 대한 규탄 입장을 명백하게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직접 긴급 국가안보 회의를 주재했는데,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회의에서 "이번 발사가 김정은 총비서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ICBM 발사 유예를 스스로 파기한 것으로서, 한반도와 지역 그리고 국제사회에 심각한 위협을 야기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력히 규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북한을 '강력 규탄'한 것은 2017년 11월 화성-15형 시험 발사 이후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은 또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모든 대응 조치를 철저히 강구하라”고도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선을 넘은 이상 문 대통령이 언급한 ‘모든 대응 조치’에는 강력한 제재도 포함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간 북한의 숱한 미사일 도발도 “대화가 더 긴요해졌다는 신호”로 해석했던 문재인 정부가 이런 입장을 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번 ICBM 발사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사망 선고’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남북 대화는 단절됐고 북한의 핵 무력 증강은 계속되는 상황에서 마지막 희망의 끈으로 평가됐던 모라토리엄마저 붕괴했기 때문입니다.

질문 3: 김정은 총비서의 이런 모험에는 어떤 배경이 깔려 있다고 분석해야 할까요?

안찬일: 김정은 총비서는 자신의 야심 차게 준비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한 북미 정상회담은 결렬됐고, 2018년 시작된 한반도 평화 무드는 '하노이 노딜'로 마무리됐습니다. 특히 김정은 총비서가 2018년 4월 직접 약속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은 한반도 안보 평화 환경 변화의 핵심이었습니다. 2019년 2월 북·미 정상회담이 '하노이 노딜'로 결렬되며 대화가 교착 국면에 접어들고, 북한이 올 들어 소나기 미사일 도발에 나설 때도 한국 정부는 북한이 모라토리엄만은 지켜온 것을 희망의 신호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지난 24일 ICBM을 발사하며 한국 정부가 공들였던 '평화의 2018년'은 모두 지워버린 것이나 다름없게 됐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평화보다 대결을 선택했고, 이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더 확대될 것인 즉 김정은 총비서는 자업자득에 대해 역사 앞에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 지구상 최빈국을 이끄는 지도자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들고 날뛰면 인류사회가 “그래 너희들 잘한다” 하며 박수를 쳐 줄까요? 아니면 “저런 반평화주의자들은 제거해야 한다”고 할까요. 바로 대답은 후자가 될 것입니다.

질문 4: 그런데 북한은 한 수 더 떠 김정은 총비서가 강력한 공격무기를 더 만들라고 독려하고 있다는데 이 또한 배경이 무척 궁금합니다.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총비서가 '화성-17형'이라고 주장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기여한 과학자·기술자·노동자 등 국방 부문 관계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한 자리에서 언급한 발언을 자세히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누구도 멈춰 세울 수 없는 가공할 공격력, 압도적인 군사력을 갖춰야 전쟁을 방지하고 국가의 안전을 담보하며 온갖 제국주의자들의 위협 공갈을 억제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계속해 우리의 국방건설 목표를 점령해나갈 것이며 강력한 공격수단들을 더 많이 개발해 우리 군대에 장비(배치)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공격무기를 더 개발해 전력화할 강한 의지를 역설했습니다.

질문 5: 그렇게 강경일변도로 나가면 과연 미국이나 UN이 북한을 가만둘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지금 미국의 자세는 만만치 않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의 ICBM 발사로 바이든 행정부는 넓어진 전선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아마도 북한은 이 여백을 노린 것 같습니다.

미국이 이런 두 개의 위협을 한꺼번에 다루는 과정에서 글로벌 리더십의 허점을 드러낸다면 북한으로서 손해 볼 것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당장 안보리 차원에서 또 다른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기도 합니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97호는 이른바 ‘유류 트리거’ 조항을 담고 있는바, 북한이 ICBM을 발사할 경우 현재 상한선이 각기 50만 배럴과 400만 배럴인 정유 제품과 원유의 대북 공급량을 더 줄이게 돼 있습니다. 북한이 ICBM 도발을 하면 자동으로 적용되는 조치이기에 트리거라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자신들의 운명이 벼랑 끝으로 치닫는 것도 모르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금 파멸의 전주곡을 스스로 연주하고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