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정상 국가가 되려거든 ‘태양절’부터 없애라

지난 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15일 평양에서 김일성 주석의 생일인 105번째 생일(태양절)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 참석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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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4월 15일은 북한의 최대의 명절 태양절입니다. 그것도 올해는 이른바 꺾어지는 해 110주년이어서 지금 평양이 떠들썩해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올해로 북한은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마지막으로 요란하게 기념하고 다음 해부터는 서서히 김일성, 즉 조상의 흔적을 지우는 쪽으로 나갈 것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왜냐하면 이번 중앙보고 대회에서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내리고 김정은 초상화만 걸은 걸 보면 이제 ‘선대수령’에 목매는 일도 그만두겠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원래 개인숭배가 얼마나 구차한 것인지 김정은 총비서가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정상 국가가 되려거든 ‘태양절’부터 없애라”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지금 평양과 북한 각지는 태양절로 흥성거리고 있는데, 우리는 지구상에서 이렇게 '최고 존엄'의 생일, 그것도 이미 망자가 된 지 28년이 되는 통치자의 생일을 거창하게 쇠는 나라를 알지 못합니다. 먼저 김 주석 생일의 유래에 대해 좀 살펴보고 본격적인 대화를 이어갈까요?

안찬일: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 체제는 8.15광복과 함께 북한 지역에 진주한 소련군에 의해 이식된 '스탈린주의 체제'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그 당시 스탈린도 자신의 생일을 그렇게 요란하게 기념할 정도로 개인숭배를 강요하는 지도자는 아니었습니다. 북한의 경우 스탈린식을 모방해 초상화를 걸고 구호를 노래와 만들어 내는 등 스탈린식 개인숭배를 모방하였지만, 태양절이란 말을 만들어 낼 정도로 넋이 빠진 건 아니었단 말입니다. 1966년 북한은 중요한 제2차 당대표자회의를 소집하는데 여기서 노동당 중앙위원장 제도를 당 총비서 제도로 바꾸면서 김일성에 대한 본격적인 개인숭배의 막을 올리게 됩니다.

바로 그 뒤에 다시 노동당 제4기 4차 전원 회의에서는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을 내놓게 되는데 이때부터 김일성의 생일이 이른바 민족 최대의 경사의 나로 지정되게 됩니다. 저 자신 바로 그때인 1968년 4월 15일 날 최초로 김일성의 초상기발을 들고 나가는 연합단체대회를 보며 아연질색했습니다. 김일성의 환갑이며 동시에 김정일이 노동당을 장악한 1972년 4.15는 다시 한층 격상되었으며 1997년 북한은 이미 사망한 김일성의 3년상을 계기로 그의 생일을 이른바 ‘태양절’로 명명하는 희극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또 이때 김일성주석궁을 <김일성태양궁전>으로 명명하게 되었습니다.

질문 2: 오늘 북한은 이른바 '정상 국가'를 주창하면서 이렇듯 조상숭배의 개인 우상화를 강요하고 있는데 안 박사님은 어떻게 보습니까?

일: 당연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거 소련이나 루마니아 등도 이렇게까지 개인숭배를 제도화한 적은 없었습니다. 다만 소련의 경우 스탈린 폭정하에서 한때 전통적인 레닌주의를 수령 숭배 사상으로 체계화했을 뿐입니다. 원래 소련에서 생성한 수령제는 단일 수령제가 아니라 7명의 공동지배 사상으로 발전하였습니다. 공산당의 엘리트에 의해 둘러싸여 있던 각 수령들은 국가와 사회, 자신의 인민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이해하는 과오를 범했습니다.

그러나 이를 통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서로 증오하도록 만드는 계급의식이 지배적인 사상으로 되었습니다. 이른바 모든 공산주의 사상은 서로 갈등하는 투쟁의 과정을 통해 그렇게 갈등의 덩어리로 반죽된 것입니다. 북한에서 수령은 언제나 전지전능하다 못해 신의 경지에 도달한 사람처럼, 그래서 그는 영생하는 태양으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북한에만 존재하는 희세의 정치범수용소와. 공개총살 등 세기말적인 인권탄압이 태양 아래서 버젓이 강행되어도 누구 하나 입을 열지 못합니다.

질문 3: 우리의 의문은 과연 북한 주민들이 제아무리 세뇌되고 학습되었다 할지라도 이건 너무 무지몽매하다는 의문이 드는데, 실제로 북한 주민들은 그냥 그 개인숭배의 대열에 묵묵히 따라 나서고있는지요?

안찬일: 앞서 잠깐 언급한 정치범 수용소와 공개총살이란 공포정치가 그것을 대신 설명해 줄 것입니다. 북한에는 1973년에 만들어진 국가보위성, 물론 당시 출범할 때는 <국가정치보위부>였습니다. 당시 국가정치보위부는 순전히 반김일성 세력을 색출하고 제압하는데 그 사명을 두었습니다. 수많은 당 간부들과 청년들이 개인숭배에 거역한다는 이유로 체포, 처형되었습니다. 김동규 부주석과 류장식 노동당 부부장, 심지어 그 초대 부장 김병하마저 책상 서랍 속의 권총을 꺼내 자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명백한 사실은 북한의 태양절은 인민 대중의 피바다 위에 피어난 한 떨기 '우상화 꽃송이'에 다름 아닙니다.

인민들은 태양절이 다가오면 충성의 노래모임 등 너무 많이 시달립니다. 물론 식용유와 알사탕 등 간단한 선물 챙기기에 잠깐 흥이 나기도 하지만 그건 유치원 어린이들이 즐겨야 할 놀이가 아니겠습니까.

질문 4: 같은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라도 개인숭배를 절대 금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쿠바가 그런 나라 아닙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쿠바에서는 절대 개인숭배가 발붙일 수 없었습니다. 피델 카스트로 스스로 개인숭배의 폐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중국의 마오쩌둥과 루마니아의 챠우쉐스쿠,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을 절대 따라 해서는 안 될 '독재자로' 보았던 것입니다. 어느 날 카스트로가 현지 지도를 마치고 아바나로 돌아오는데 비가 내리는 가운데 근로자들이 산에 뭘 세우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알아본 즉 자신의 동상을 세우고 있었는데, 그걸 본 카스트로는 엄하게 소리 지르며 "당장 중지하라"고 해 쿠바에는 현재 카스트로의 동상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질문 5: 얼마 전인 지난 10일 열린 김정은 집권 10년 중앙기념 보고대회에서는 주석단의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가 내려졌다더니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올라갔다고 합니다. 이건 뭐 개인숭배는 계속 이어진다? 이런 말이겠지요? 북한이 정상 국가로 가기 위해 첫 번째 할 일이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안찬일: 북한은 김정은 집권 이후 줄곧 정상 국가를 제창하고 있습니다. 먼저 김일성 생일과 같은 종교적 정치행사부터 없앨 때 북한은 정상국가의 궤도에 들어선다는 것을 김정은이 왜 모른단 말입니까? 알고도 그런다면 북한은 그 끝이 보인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전제군주제도 국가가 아닌 나라에서 최고 통치자의 생일을, 그것도 망자의 생일을 기념하는 나라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태양신과 핵무기를 결합하여 김씨 왕조 1000년 집권을 꿈꾸는 북한, 이미 망자가 된 통치자의 이데올로기에 포로가 되어 그 고릿적 사상을 붙잡고 가다가는 북한이 떨어질 곳은 벼랑 끝뿐입니다. 이런 전근대적 통치 수법을 두고 과연 어떻게 정상 국가로 갈 수 있단 말입니까. 태양절은 110주년으로 그 막을 내리기 바랍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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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