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리춘히식 특혜는 반인민적 복지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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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최근 평양의 화두는 4월 15일 이른바 태양절이 아닌, 이른바 '리춘히식 복지 특혜'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총비서는 4.15를 맞으며 평양시 고급주택단지 건설을 인민 사랑의 큰 성과물로 내놓았는데,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를 통해 이 소식을 접한 북한 인민들은 "공화국의 형편과는 너무 동떨어진 리춘히 등 특정 인물들에 대한 특혜는 그대로 빈익빈 부익부의 전형이다"고 혀를 내두르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리춘희식 특혜는 반인민적 복지의 전형이다"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이번 김일성 주석 생일에는 예상했던 열병식도 생략한 채 온통 김정은 총비서의 인민 사랑 정치로 선전선동의 무대를 장식했습니다. 그 대표적 사례가 경루동 고급주택 단지 입주 소식이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요?

안찬일: 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김일성 110회 생일(4월 15일·태양절)을 앞두고 새로 조성된 평양 고급 주택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4일 요란하게 보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전날 열린 보통강 강안(강변) 다락식(테라스식) 주택구 준공식에 참석해 준공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김 총비서는 "뜻깊은 태양절을 계기로 위대한 수령님의 숨결과 체취가 어려 있는 터전에 일떠선 인민의 호화 주택구를 준공하고 보니 수령님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고 말했는데 알고 보니 거기는 과거 김일성이 살았던 이른바 5호 저택지였습니다.

이어 김 총비서는 "아마도 오늘 우리 수령님께서 자신의 저택이 철거된 대신 그 뜰 안에 애국자, 공로자들의 행복 넘친 보금자리가 마련된 것을 아시면 만족해하실 것"이라며 "한생토록 그처럼 사랑하신 인민을 따뜻이 품어 안으신 것 같아 정말 기뻐하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통강변 주택구는 김 총비서가 지난해 3월과 4월, 8월 등 무려 4차례나 직접 시찰한 곳으로, 경루동이라는 이름도 직접 붙였습니다. 이곳 부지는 김일성 주석이 1970년대 주석궁(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옮기기 전까지 살았던 '5호댁 관저'가 있던 곳으로, 평양 내에서도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꼽히는 자리입니다.

질문 2: 그렇군요. 그런데 이 귀하다면 귀한 고급주택들에는 보통 평양 시민들이 아닌 아주 특별한 충성분자들이 입주했다는데 대표적인 인물은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안찬일: 네, 바로 북한의 '노동당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인민방송원 리춘히였습니다. 이날 김 총비서는 준공식에 이어 조선중앙TV 간판 아나운서인 리춘히에게 경루동 7호동의 새집을 선사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꽃나이 처녀 시절부터 50여 년간 당이 안겨준 혁명의 마이크와 함께 고결한 삶을 수놓아온 리춘히 방송원과 같은 나라의 보배들을 위해서라면 아까울 것이 없다"며 "80 고개를 앞둔 나이에도 여전히 청춘 시절의 기백과 열정으로 우리 당의 목소리, 주체 조선의 목소리를 만방에 울려가고 있다"고 극찬했습니다.

또 "불같은 정열로 방송사업에서 성과를 계속 거두는 것과 함께 우리 방송의 앞날을 떠메고 나갈 후배 육성에서도 한 몫 단단히 해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971년, 그러니까 제가 대학교 1학년 막 입학할 때 조선중앙TV 아나운서에 데뷔한 리춘히는 올해 79살로 김일성상과 김정일 표창 등 북한의 주요 상을 휩쓸었고 북한 아나운서의 최고 영예인 '인민 방송원'과 '노력 영웅' 칭호까지 받았습니다.

질문 3: 리춘희 외에도 역시 노동당이 신임하는 인물들이 고급주택을 받았다는데 혹시 누구누구죠?

안찬일: 네, 리춘히 아나운서뿐 아니라 그에 버금가는 위상의 최성원 아나운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정론을 주로 집필하는 동태관 논설위원 등 김정은 체제 선전에 앞장서는 '나팔수'들이 이날 새집을 받았습니다. 김 총비서는 리춘히, 최성원, 동태관의 새집에 일일이 들어가 둘러본 뒤 그들의 가족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평양시민들과 북한 전체 주민들의 시선은 차갑기만 했습니다. 과거 이들이 해 온 일이란 주로 로동당 선전선동의 나팔수 내지 집필자로서 인민대중을 기만하고 독재정치를 찬양해 온 것이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걸 마치 무슨 큰 공이라고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니 이야말로 빈익빈 부익부의 전형이 아니겠습니까?

질문 4: 원래 사회주의란 평등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하는 제도 아니겠습니까? 리춘히와 최성원, 동태관 등은 그동안에도 평양시의 최고 아파트에서만 살아온 걸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번에 또다시 특혜를 받는 건가요?

안찬일: 맞습니다. 김 총비서의 특혜를 받은 소수야 행복이 넘치겠지만 오늘 북한 전체 인민들의 복지 수준에서 볼 때 이건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빈익빈 부익부의 전형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복지를 왜곡하는 것은 아마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위원장도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 주민들 과반수가 허리띠를 졸라맨 채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걷고 있습니다. 현실을 무시한 김정은은 무리한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 개발로 북한을 벼랑 끝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 김정은 총비서의 취임 1성이 무엇이었습니까?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게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리춘히와 동태관 등은 굳이 다락식 아파트로 옮기지 않아도 괜찬케 살고 있는 평양의 특권층 중의 특권층입니다. 아직도 함경남도의 검덕지구 등에는 지난여름 대홍수로 집을 잃은 주민들 수 천 명이 움막생활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백성은 가난은 탓하지 않아도 차이는 탓한다” 왜 김정은 총비서는 이런 말을 모른단 말입니까? 오늘 북한 주민들 중 노인들과 어린이 세 명 중 1명이 영양실조에 걸려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른바 통치자의 ‘인민 사랑’을 광고하기 위해 호화주택 몇십채 지어 놓고 꿍당거리는 것은 누가 봐도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질문 5: 현시점에서 북한 경제가 일어설 날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현재로서 북한 경재재건은 절망 그 자체입니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아도 그들이 사회주의 재건기에 통치자가 호화주택이나 지어 특권층에게 선물하는 한심한 짓을 하는 걸 우리는 본 적이 없습니다. 먼저 농촌을 개혁하고 그것을 도시와 공업지구로 확산해 시장경제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평양전시관은 그대로 두고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농촌으로 시선을 돌려야 합니다. 젊은이들에게 군복을 입혀 건설노동자로 동원해 통치자의 우상화 건설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를 적재적소로 돌려보내 시장경제 건설을 촉진할 때 북한의 인민 경제는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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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