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산들은 왜 모두 벌거숭이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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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바야흐로 나무 심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남과 북은 같은 기후권대이지만 나무를 심는 날인 이른바 식목일은 서로 다릅니다. 한국이 청명인 4월 5일로 식목일을 정한 반면 북한은 3월 2일이 식수일입니다. 북한은 1999년부터 식수절을 현재와 같은 3월 2일로 변경한 것은 1946년 3월 2일 김일성이 그의 아내와 아들을 데리고 평양 모란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날을 기념해서 제정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중요한 것은 식목일의 날짜가 아니라 오늘 북한의 산들은 나무가 거의 없는 벌거숭이산으로 변모되었다는 것입니다. 하여 오늘은 '북한의 산들은 왜 모두 벌거숭이가 되었는가?' 이런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의 식수절 날짜가 왜 몇 번이나 바뀌었는지 그 궁금증을 풀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어 볼까요?

안찬일: 네 치산치수란 말이 있듯이 산에 나무가 많아야 자연을 보호하고 물관리를 잘 할 수 있는데 북한은 나무 심기를 제대로 못해서가 아니라 심은 나무를 잘 관리하지 못해서 자연재해의 나라로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식수절은 당초 4월 6일이었습니다. 김일성이 평양 문수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1947년 4월 6일을 기념한 것입니다. 1949년부터 공휴일로 정했고, 1971년부터는 이날을 식수절로 정했습니다. 하지만 1999년부터 식수절을 현재와 같은 3월 2일로 변경했습니다. 1946년 3월 2일 김일성이 그의 아내 김정숙과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평양 모란봉에 올라 나무를 심었다는 날을 기념해서 제정했습니다.
일종에 자연보호에 수령 숭배 사상을 심은 것입니다. 북한의 기후는 남한 지역보다 낮아 3월에 나무를 심는 것은 좀 이르다고 할 때 북한의 식수절 또한 실패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질문 2: 그렇군요. 북한의 식수절에는 어떤 행사들이 진행되는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그 상황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나무를 심는 행사는 남과 북이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학교와 직장, 군부대 별로 조직적인 식수를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날은 거의 다른 일을 멈추고 나무만 심습니다. 묘목도 잘 공급되고 나무를 심는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문제는 이렇게 심은 나무가 거의 살아남지 못하고 뽑혀 나가거나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째는 식량이 부족 한데로부터 화전을 일궈야 하니 8부 능선까지 뙈기밭으로 개간하고, 둘째로 화목이 부족하니 모두 뽑아다 아궁이에 집어넣는 것입니다.

질문 3: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군요. 한때 북한은 다락밭을 만든다며 산을 농토로 개간한 적도 있지 않나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1973년 김일성 주석은 대자연 개조사업이란 운동을 발기했습니다. 산비탈을 깎아 다락밭을 만들어 더 많은 농토를 개간하라는 것이 이 운동의 핵심입니다. 이때부터 산은 벌거숭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인민들은 총동원되어 마치 중국의 대약진운동 때처럼 학생들과 군인들까지 떨쳐나 산을 벌거벗기기 시작했습니다. 나름 농토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이 <대자연 개조 운동>은 <대자연파괴 운동>으로 변질되어 그 댓가를 안겨주었습니다. 비만 내리면 토사가 쏟아져 강안이 낮아지고 범람한 강물은 농토를 사정없이 덮어버려 오히려 농토는 줄어들고 식량생산은 대실패를 맛봐야 했습니다.
제2차 대자연파괴운동은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과 함께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식량배급이 끊기자 인민들은 굶어죽지 않기 위해 주변의 산기슭을 사정없이 개간해 자력갱생에 돌입했습니다. 다시 산은 벌거벗어 돌이킬 수 없는 '나체산'으로 전락했던 것입니다.

질문 4: 그러니까 제1차 민둥산의 주인공은 김일성 주석이고, 제2차 민둥산의 주인공은 김정일 위원장인 셈인데, 그렇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대 들어와 벌거숭이산들은 많이 회복되었나요?

안 찬 일: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후 뭔가 민둥산의 위험성을 발견한 듯했습니다. 나름대로 여러 조치들을 취해 나섰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북한군 전략군사령부에서 나무를 심는 모습 등을 공개하면서 학생들과 군인들을 나무 심기에 동원했습니다. 그때부터 학생들은 100그루, 성인은 200그루 등 도급제를 실시하며 나무 심기를 독려하였으나 역시 그때뿐입니다. 심고 나면 모두 뽑아가기 때문에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벌써 지친 것 같습니다. 근래 김정은 위원장의 나무 심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북한의 산에 나무가 자라게 하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요?

안찬일: 얼마든지 있습니다. 우선 북한 가정들에서 연료 문제가 풀려야 합니다. 과거 1970년대 이전까지 북한의 많은 탄광들은 석탄을 생산에 인민들의 연료로 공급했기 때문에 굳이 산을 깎아 나무를 아궁이에 집어넣은 이유가 없었습니다. 북한 탄광의 근로자들이 다시 갱속으로 들어가려면 식량 공급을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해결 안 되니 석탄 생산은 중단되고, 또 실어 나를 연료가 없어 설사 석탄을 많이 캐도 인민들의 가정까지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막혀 있다는 말입니다. 오늘 한국을 비롯하여 선진국가들은 가스로 가정연료를 완벽하게 해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력갱생이 어려우면 러시아 등지에서 천연가스를 공급하도록 문을 열어야 합니다. 한국이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에 대해 그렇게 길을 터 달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 북한의 산들은 시간이 갈수록 벌거숭이가 되고 있습니다. 참으로 답답한 일입니다. 언제야 북한의 산들에 녹음이 우거질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