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김정은 최고사령관, 북한 재래식 전력의 쇠퇴와 몰락 인정, 대안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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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얼마 전인 지난 6월 21일부터 사흘 동안 북한 노동당 제8기 제3차 군사위원회 확대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는 북한이 북한의 재래식 전력의 쇠퇴와 몰락을 인정하고 뭔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였습니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현재 북한의 세계 군사력 순위는 30위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미국이 1위, 러시아가 2위, 중국이 3위, 4위는 인도, 5위는 일본, 한국 즉 대한민국이 6위에 올라 있습니다.

현실이 이런 가운데,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북한 군사력의 쇠퇴와 몰락을 인정했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사실입니다. 문제는 북한이 이와 같은 군사력 열세를 비대칭 전력, 즉 핵무기 등으로 극복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김정은 최고사령관, 북한 재래식 전력의 쇠퇴와 몰락 인정, 대안은 무엇인가?” 이런 제목으로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이신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세요. 지난 한 주 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MC: 북한은 한국전쟁 이후 1970년대까지 나름대로 사회주의 경제의 성장에 힘입어 재래식 전력 강화에 어느 정도 투자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사회주의권 국가들의 붕괴와 자력갱생, 그리고 주체사상 체제의 경제몰락에 따라 북한 군사력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어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해 간단하게 배경 설명을 부탁 드립니다.

안찬일: 그렇습니다. GNP상으로도 그렇고 경제성장 규모로도 그렇고 북한은 1974년 이전까지 한국에 앞서 있었습니다. 사회주의 동원화에 힘입은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북한 경제는 몰락의 길을 줄달음쳐 이미 저만치 앞서가는 한국의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따라올 염두도 못 내게 되었습니다. 군사력은 경제력과 균형을 이룰 때 강성대군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군은 1990년대 이후 무기와 장비, 병력에서 발전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쇠퇴와 몰락의 언덕을 계속해서 내려와야만 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3차 확대 회의에서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솔직하게 인정하였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MC: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의 최전선 부대들의 전력이 무엇이 어떻게 쇠퇴하고 몰락하였는지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북한의 전방은 동쪽에 1군단, 중부에 5군단, 서쪽에 2군단이 방어하는 체계로 되어있습니다. 서해안을 지키는 4군단은 원래 정규군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순수 방어군단입니다. 1, 5, 2군단은 보통 5⁓6개 사단 정도를 거느리고 있고 이들은 전쟁이 발발하면 서울을 비롯하여 한국의 중부까지 점령하는 작전계획을 항상 세워놓고 있습니다. 문제는 병력과 무장이 사오십 년 전의 전부 재래식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난 50여 동안 아무런 개혁 없이 현상유지 정책에 볼모가 되어 있다 보니 그저 1920년대 중국의 동북부 군벌부대처럼 겨우 지역이나 차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이번에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이런 재래식 부대를 개편해 보겠다고 칼을 빼들었는데 얼마나 썩고 낡은 것을 잘라낼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왜? 군부대 개혁도 나라 경제가 강성해야 가능한 것이지, 나라에 돈이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MC: 벌써 많은 군사전문가들은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북한군의 재래식 병력을 대폭 감축하는 대신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내리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찬일: 아닌 게 아니라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군 전선부대들의 작전 임무에 중요 군사행동 계획을 추가하기로 했다"며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가일층 확대 강화하기 위한 군사적 담보를 세우는 데서 나서는 중대 문제를 심의하고 승인했다"고 당기관지 로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핵무기를 표현할 때 쓰이는 '전쟁억제력' 용어를 사용한 것으로 봐서 필요 시 핵탄두를 탑재한 전술핵무기 사용을 이번 작전 임무, 중요 군사행동 계획에 추가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전술 핵 탑재 가능 무기들을 전선 일대부터 그 후방으로 다층적으로 배치할 경우, 기존 전선부대의 방어나 공격의 작전 개념에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또 조선신보가 지난 22일 "강대강 원칙의 실천이 첨단무기 개발이나 새형 미사일의 시험발사만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우리가 뻔히 예상하는 방식의 대남 군사적 위협이 아닌, 그러니까 무엇인지 모르지만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 군사적 위협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표현한 점도 의미심장하다는 것입니다.

MC: 북한의 주장을 들어보니 정말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북한이 전술 핵무기들을 전선지역에 배치할까요?

안찬일: 올 여름 한미연합훈련 시기에 북한의 새로운 작전 임무, 작전 수행능력, 작전 계획 등의 일부가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발사한 데 대해 "전선 장거리 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 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설명한 바 있어 전술핵 무기 전선배치를 예고한 바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한미군사훈련 때문에 부득불 전술핵무기를 전진배치할 수밖에 없었다는 명문을 내세우기 위함이라고 봐야죠.

MC: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군이 이렇듯 전술핵무기를 전선지역에 배치할 경우 과연 그들 목적대로 한반도에서 군사력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안 박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안찬일: 대단히 중요한 지적입니다. 핵무기는 사실상 실제로 사용하는 무기라기보다 상대방을 압박하는 대량살상무기입니다. 제2차 대전의 종식을 위해 미국이 1945년 8월 핵무기를 사용한 후 지금껏 핵무기의 단추는 단 한 번도 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칫 선제타격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할 경우 핵무기는 자기 진지에서 터질 가능성도 매우 높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무인 드론공격 능력과 그 외 최첨단 무기체계는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설사 최전방에 가져다 놓는다 해도 일격에 날려버릴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섶을 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든다" 저는 김정은의 호언장담을 들으며 결국 북한이 섶을 지고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모험을 하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MC: 그렇다면 북한의 군사력 운용 대안과 체제생존의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안찬일: 북한에게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결국 북한은 열악한 재래식 전력 유지의 출혈을 줄이고 최전방에 현대적 전술핵무기를 배치함으로써 '핵무기장벽'을 구축함과 동시에 우리의 서울을 위협하고 거기서 비대칭전력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역시 세계 군사력 6위인 한국에게는 통하는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하루빨리 핵개발을 포기하고 한국과 미국에게 손을 내밀어 평화적인 대화와 경제협력을 이루는 길만이 북한의 생존의 길이 될 것입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MC: 네, 안찬일 박사님, 고맙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이번 주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진행: 홍알벗, 안찬일 / 에디터: 이진서 /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