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에서 음악 정치는 3대에 걸친 김씨 정권의 고유한 통치수단인데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음악정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국가공훈합창단' 등 대형 예술단들이 다운사이징으로 규모가 줄고 삼지연 관현악단과 만수대 예술단 등이 부분적으로 통합되면서 김정은식 음악 정치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고, 근래 북한 영상에는 '국무위원회 연주단'이란 정예화된 예술단이 최고위급 간부들의 예술공연에 자주 등장하는데 바로 이 예술단이 김정은식 예술공연이며, 여기서 특히 김옥주란 가수가 부각되고 있다고 지적 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북한의 음악 정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패러다임 전환'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에서 <음악 정치>란 무엇인지 그 개념부터 알아보지요.
안찬일: 네. 한 마디로 음악 정치란 "음악을 통해 온갖 어려움을 이기고 극복한다는 북한 김정일 시대의 정치 논리"라고 요약 설명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음악 정치'가 구체적으로 언급된 자리는 지난 2000년 2월 4·25 문화회관에서 개최된 인민무력성 토론회 자리였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지금 우리식의 특이한 음악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규정하고, "이는 시련과 난관을 혁명의 노래로 이겨내며,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총진격하는 인민의 영웅적 기상을 나타낸 것"으로서 "김정일 동지의 위대한 음악 정치가 가져온 결실"이라고 규정하였습니다. 2000년 이후 북한은 스스로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함께 음악 정치가 실시되고 있다고 하면서 음악 정치의 바탕에는 '노랫소리가 높은 곳에 혁명이 있고 승리가 있다는 노래의 철학이 담겨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고난의 행군 시절에도 노래를 통해 어려움을 이겨냈다고 하면서 노래를 부르면서 강성대국 건설에 매진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김정일이 이처럼 음악 정치를 강조하였던 것은 선군정치와 총대 정치를 결합한 노래를 통해 군인들을 '김정일의 전사'로 만들고, 유사시 '목숨을 바쳐 결사옹위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고 보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노래는 사람들을 '낙관주의자로 만들기 때문에 어떤 어려움과 난관도 웃으며 극복해 나가게 할 수 있다'는 것이며, 김정일은 음악 정치를 강조하기 위하여 조선인민군협주단의 합창단을 독립하여 <국가공훈합창단>으로 창단하면서, '영원히 당의 선군정치, 음악 정치를 앞당겨 받들어 나가야 할 진격의 나팔수'로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질문 2: 북한의 음악 정치는 주체적인것이라기보다 과거 소련의 음악을 통한 전체주의적 동원과 투쟁을 모방한 것이란 말이 있는데요.
안찬일: 맞습니다. 과거 제2차 대전시, 레닌그라드가 독일군에게 함락당하기 직전 스탈린은 '국가합창단'을 레닌그라드로 급파해 총소리보다 음악 소리가 레닌그라드를 진동하도록 만들었습니다. 그 음악 소리를 들으며 소련군은 최후 결전에 나서 파죽지세로 밀려오는 독일군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일성은 한국전쟁 당시 스탈린의 이와 같은 '음악 정치'를 그대로 활용하여 치열한 전투장마다 군악단을 파견하여 군인들의 사기를 충전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생전의 김정일 위원장 역시 기운이 떨어질 때마다 <국가공훈합창단>을 불러 그 우렁찬 남성합창단의 노래를 들으며 사기를 재충전하였습니다.
질문 3: 그런데 북한의 음악 정치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 의해 패러다임이 좀 바뀌고 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분명하게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근래 북한의 국가공훈합창단은 그 모습을 구경하기조차 힘들어졌습니다. 한 때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던 '모란봉악단'도 화면에서 사라져 버렸고, 2018년부터 상승 가도를 달리던 '삼지연관현악단' 역시 오리무중입니다. 최근 김정은 음악 정치의 핵심역량은 '국무위원회 연주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시대 '정상 국가' 제창론에 때맞추어 등장한 북한의 최고 정권기관 즉 노동당 다음의 최고 국가권력기관 아니겠습니까? 국무위원회 연주단의 핵심 구성원 역시 북한 최고의 연주자와 지휘자, 가수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마 전 열린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는 요즘 북한에서 최고로 잘 나가는 명가수 김옥주가 등장했습니다.
질문 4: 김옥주는 지난 2018년 평창에 왔던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핵심 가수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그 당시 무대에서도 김옥주는 비중 높은 가수였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인기 있는 가수는 당연히 송영, 김주향 등이었는데 이런 정상급 가수들이 사라진 반면, 김옥주는 현재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가수로 우뚝 섰습니다. 지난번 2월 일명 광명성절 공연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김옥주에게 직접 2번의 앵콜을 보내 주위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도 총 26곡이 연주되거나 불렸는데 김옥주는 무려 22곡을 불렀습니다. 한 때 잘나가던 모란봉악단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공훈 배우 칭호에 노력 영웅 칭호까지 받은 모란봉악단 악장 선우향희와 미녀 가수 류진아 등도 보기 어려워져 인민들이 아우성입니다. 이런 전문예술인들이 요즘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 나가 '예술선전대' 수준으로 활동하고 있다니 이제 북한도 먹고 살기 어려워진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질문 5: 최근 북한에서는 음악 패턴이나 노래 양식도 많이 바뀌고 있다는데 그 점에 관해서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최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노동당 찬양가인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의 보급 열기가 뜨겁다고 보도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월 26일 '위대한 당을 따라 이 세상 끝까지 갈 전 인민적 사상 감정의 열화같은 분출'이라는 제목으로 새 선전가요인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신문은 해당 내용을 2면 전면에 배치해 집중적으로 다루며 "우리 마음이 그대로 가사가 되고 선율이 됐다"고 하면서, 이어 "새 노래들이 온 나라를 격정의 도가니로 끓게 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일터와 가정 등에서 이를 즐겨 불러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우리 어머니'와 '그 정을 따르네'는 최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당 간부들이 관람한 국무위원회 연주단 공연에서 처음 공개된 노래로, 당의 애민 정신을 강조하고 지도자를 일편단심 따르겠다는 충성심을 가사로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유독 개인숭배를 배격하는 듯한 발언을 많이 했는데, 이제 통치권자 개인보다 노동당을 앞세우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선전 선동 공세를 벌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