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지난달 29일 평양에서 소집된 노동당 제8기 제2차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는 북한군 원수 2명이 한꺼번에 날라 가는 희대의 숙청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현재 북한에는 원수 3명이 존재하고 있는데 김정은 최고사령관과 이병철 노동당 부위원장, 박정천 총참모장이 그들로 김정은은 공화국 원수이고 나머지 2명은 인민군 원수로 원수의 격은 분명히 다른데, 북한군을 장악하고 있는 최고위 간부 2명을 날리는 자리에서 노동당 조직비서 조용원과 부부장 김여정, 역시 부부장 현송월이 나서 군 최고위 간부들을 비판했는데 이는 노동당과 군부의 정면충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은 '평양의 자중지란, 노동당과 군부의 정면충돌을 보며'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에서 원수는 어떤 존재이며 노동당과 군부의 역학관계라고 할까요. 양측의 힘의 균형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대담을 진행할까요?
안찬일: 네, 원수는 원래 계급에서 대장 이상에게 주어지는 칭호 아닙니까. 북한에서 최초의 원수는 한국전쟁 직후 김일성에게 주어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공화국 원수와 인민군 원수는 구별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2년 김일성 생일 80돌을 맞으며 북한은 '별의 풍년'을 만들어 냈는데, 김일성에게 대원수 칭호를 주고 김정일, 오진우 등에게도 대원수는 주고 또 그 아래 차수라고 해서 10여 명 이상에게 왕별을 마구 달아주었습니다. 심지어 김정일에게는 2011년 사후 곧바로 대원수 칭호를 집어 주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와 처음으로 김영춘 인민무력상과 현철해에게 원수 칭호를 내리더니 지난해에는 이병철과 박정천에게 별안간 원수를 달아줘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분명한 것은 김정은의 공화국 원수와 이병철 박정천의 인민군 원수는 격이 다른 것입니다. 김정은 원수는 개인숭배의 차원에서 주어지는 상징적인 최고 통치권자의 격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질문 2: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장에서 군 원수 2명을 처벌하는 과감한 조치를 취했는데 이를 일각에서는 노동당과 군부의 정면충돌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안찬일: 네, 이번 노동당 정치국 확대 회의는 이례적으로 시, 군당 책임 비서(시장, 군수)들까지 무려 1천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회의였습니다. 정치국 확대 회의가 이렇게 대규모 행사로 열린 적은 북한 노동당 76년 역사에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두 원수를 해임하는 강경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야말로 노동당이 군부를 압살하는 역쿠데타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군 원수를 친 이틀 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1일 '일군과 혁명적 수양'이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기사를 실어 여기서 이른바 고위 간부들의 죄목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나이와 경력, 직위, 공로가 어떠하던 모든 간부들이 당 조직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9일 정치국 확대 회의에서 단행한 대규모 문책성 인사를 설명하는 것으로 "혁명가의 수양과 단련에는 시작은 있어도 끝이란 있을 수 없다. 혁명 연한이 어떻든 직위와 공로가 어떠하든 모든 일군들은 언제나 허심한 태도와 자세에서 늘 당 정책으로 무장하고 당 조직의 통제를 받기 위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질문 3: 노동신문은 이 두 원수의 죄목이 뭔지 구체적으로 밝혔습니까?
안찬일: 그들의 죄목을 적나라하게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북한 매체의 보도를 보면 최소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 등 3인은 엄중한 문책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조선중앙TV 보도 영상을 보면 조직문제, 즉 '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의 소환 및 보선, 당 중앙위 비서의 소환 및 선거, 국가기관 간부들의 조동 및 임명' 문제를 처리하는 장면에서 리병철과 박정천은 거수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상건 당 비서 겸 과학교육부장은 아예 자리를 비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일각에서는 그가 김정은 총비서에게 몇 마디 대들어 현장에서 체포되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평양의 소식통들은 이 두 원수가 군량미를 풀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명령을 어기고 중국에서 쌀을 들여다 굶주림에 허덕이는 군인들을 살렸다는 것이 큰 죄목으로 되었다고 전하고 있는데 상당히 일리 있는 말입니다. 왜냐하면 사실 북한 군량미의 2호 창고도 거의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랩니다. 그런데 그것마저 털라는 것은 군부 수뇌들에게 전쟁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군사에 '군' 자도 모르는 김정은이 제멋대로 이래라저래라하니 군부 고위 인사들이 더 이상 고분고분할 때는 지난 것입니다. 최상건 과학교육 비서 역시 학교 방학 문제를 두고 자기 직무의 권한 안에서 결정을 내렸는데 결국 코로나 방역에 실패했다는 엄중한 죄를 뒤집어쓰게 된 것입니다.
질문 4: 그런데 두 원수와 당 비서를 비판하는 토론자로 조용원과 김여정, 현송월이 나섰다는 데 이 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당을 대표해서 나선 이들은 당 지도 경험이 일천한 애송이들입니다. 순전히 혈통과 인맥으로 당 간부 자리에 오른 애송이들이 군복 속에서 30년 이상을 늙어온 노간부들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천박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즉 이들은 "당 중앙의 정치적 신임과 기대를 받아 안고 당과 국가의 중요 직책을 맡고 있는 책임 있는 간부들이 현시기 조국과 인민의 안전, 사활이 걸린 국가 비상 방역체계의 지속적 강화와 나라의 경제사업과 인민 생활 안정에 엄중한 저해를 준 데 대해 심각히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계속하여 이들은 "역사는 어느 일군이든 간부가 된 것을 타고난 팔자처럼 여기면서 당성단련을 게을리하고 혁명화의 불도가니 속에 스스로 뛰어들지 않는다면 사상적으로 부패 변질되어 혁명 투쟁, 계급투쟁의 전초선에서 물러날 뿐 아니라 나중에는 당도 인민도 몰라보는 반당 반혁명의 길로 굴러떨어지게 된다는 심각한 교훈을 주고 있다"며, "수양하고, 수양하고 또 수양하는 것"의 실천을 촉구했습니다.
우리는 이른바 노동당의 리더들이라는 김여정, 현송월 등에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북한 체제는 김씨가문이 3대 세습을 하고 노동당 1당 독재를 하는 바람에 나라가 풍비박산 난 것이지 어느 개별적 간부들 때문에 오늘의 재앙이 닥쳐온 것은 아니라고 말입니다. 나아가 역사는 인민의 권력을 찬탈하여 독재를 일삼은 자들을 어떻게 단죄하고 심판하였는지를 좀 공부해 보시라고 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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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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