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우리 속담에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사실 이 속담은 먼 옛날 봉건시대 때 생긴 말이 분명한데, 오늘 날 북한을 두고 하는 말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그런데 북한 당국자들은 북한이야말로 먹을 걱정, 입을 걱정 즉 의식주 걱정이 없는 ‘지상낙원’이라고 선전을 계속하고 있으니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 다. 최근 유엔이 조사하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 인구의 거의 절반이 영양실조에 걸려 허덕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뭐 남의 조사연구가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북한에서 지나다니는 이웃들을 바라보면 피골이 상접하지 않은 사람이 없지요.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의 이사장이신 안찬일 박사님과 함께 “북한의 심각한 영양실조, 한민족의 재앙으로 될 수 있다”라는 주제를 갖고 이야기 나눕니다.
MC :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모두 공감하고 있는 바와 같이, 북한은 1980년대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사람이 굶어 죽는 최빈국은 아니었습니다. 그 당시 최빈국의 대표국가는 이디오피아 등 아프리카 나라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북한이 그 빈곤 상징국가의 정상에 서 있습 니다. 가장 큰 원인은 무엇이라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옳습니다. 우리는 나라가 둘로 쪼개진 분단된 국가이고 오늘 남쪽의 대한 민국은 세계 10대 무역국가로서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이 없는 부자나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북한만이 최빈국으로 헐벗고 굶주리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 들은 마치 빈곤국가의 원인이 자연재해로 농사가 안 되어 인민들이 헐벗고 굶주리고 있다고 선전하지만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22만 평방키로미터의 작은 땅덩어리 우에 분명 하늘은 하나이고 기후권도 하나입니다. 절대로 둘이 아닙니다. 북한 사회주의가 북한 빈곤국가의 가장 큰 원인입니다. 똑같은 사회주의라 쳐도 중국은 개혁과 개방으 로 시장사회주의를 하니 절대로 굶어 죽는 사람들이 없습니다. 고로 북한에 사회주의 제도가 존재하는 한 빈곤국가의 검은 구름은 절대 걷히지 않을 것입니다.
MC: 그렇군요. 그런데 최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안 박사님의 주장을 뒷 받침하기라도 하듯 북한 빈곤국가의 상태를 나타내주는 여러 가지 통계자료를 공개했 습니다. 좀 실례를 들어 알려주시겠습니까?
안찬일: 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유엔아동기금 (INICEF), 세계식량계획(WFP),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일(현지시간) '2022 세계 식량안보와 영양 현황' 이란 보고서를 공동 발간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북한 주민의 41.6%는 영양 부족을 겪는 것으로 조 사됐습니다. 내전을 겪은 예멘(41.4%)이나 아프리카 인도양 섬나라 마다가스카르 (48.5%), 민주 콩고(39.8%), 라이베리아(38.3%) 등과 함께 영양 부족 인구 비율이 가 장 높은 나라로 꼽았습니다. 이는 북한이 속한 동북아시아 평균(5.9%)을 훌쩍 뛰어넘 는 놀라운 수치입니다. 결국 북한 주민 10명 중 4명은 영양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MC: 참으로 가슴 아픈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여성들에 대한 안타까운 조사결 과도 공개되었다고 하지요?
안찬일: 네 15∼49세 여성이 빈혈에 시달리는 비율도 33.9%로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연령대 여성들은 생애 주기상 생리와 임신, 출산 등으로 혈액 손 실이 많은 만큼, 남한(13.5%), 일본(19.0%), 중국(15.5%) 여성들의 빈혈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연령 대비 발육(신장)이 부진(stunting)'한 비율은 2020년 18.2%로, 같은 기간 남한(2.2%) 수치를 크게 웃돌 았습니다. 다만 5세 미만 북한 어린이의 '신장 대비 몸무게가 적은(wasting)' 비율은 2.5%로 조금 낮은 편이었습니다.
MC: 네, 북한 청소년들의 신장이 한국 청소년들에 비해 10cm 이상 작다는 결과 를 본적이 있습니다만 정말 불가피한 현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우 '빈 국의 병'으로 널리 알려진 결핵환자가 그렇게 많다고 하던데 이번 조사에서 그 내용 도 공개되었다고 하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특히 영양결핍으로 인해 결핵환자가 많습니 다. 북한의 2021년 기준 결핵환자는 13만 5천 명으로 조사됐습니다. 세계보건기구 (WHO)가 발간한 '세계 결핵 보고서 2021'에 따르면 북한에는 지난해 기준 결핵 환자 13만 5천 명이 있는 것으로 조사돼 전년 13만 2천명 대비 3천 명이 증가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발생률은 523명으로 전년 513명보다 더 높아졌습니다. WHO는 매년 이 보고서에서 결핵 발생률이 높은 30개 국가를 '고부담 국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일반 결핵과 다제내성 결핵 모두 고부담 국가에 들어갔습니다. 고부담 국가 중에서도 10만 명당 발생률이 500명 이상인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레 소토(650명), 남아프리카공화국(554명), 중앙아프리카공화국(540명), 필리핀(539명)뿐 이었다고 WHO는 전했습니다. 북한 결핵 환자 중 치료받는 비율은 66%에 불과했습니다. 결핵 환자의 감염치사율은 16%였습니다. 북한 결핵의 최대 원인으로는 영양실조가 꼽혔고 흡연, 당뇨, 알코올 중독 등도 포함되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인구의 48%가 영양실조를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기준 책정한 북한의 결핵 퇴치 예산은 4천 700만 달러(약 556억원)였으나, 69%는 채우지 못해 부족한 상황으로 나타났습니다.
MC: 우리 속담에 "잘 입어 못난 놈 없고, 못 먹어 잘난 놈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만, 빈 창자 조차도 채울 수 없는 북한에서 결핵이든, 영양실조든 창궐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비정상일 것입니다. 모두 북한 사회주의 경제 파탄의 결과로 보면 될까요?
안찬일: 바른 지적입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 북한의 영양실조와 결핵 발생률은 대단히 낮아 사회를 위협할 정도는 절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1989년 사회주의권이 붕괴되고 사회주의권 시장 코메콘의 몰락으로 더 이상 북한 경제는 견디지 못하고 와 르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영향으로 북한에서 경제 위기의 조짐은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나 1990년대 들어 심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경제 위기 는 매우 복합적인 원인들로 인해 발생했습니다. 먼저 사회주의적 소유 방식과 그에 기초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났고, 북한 지도부는 생 산수단에 대한 사적 소유를 착취와 압박의 사회경제적 근원으로 보면서, 따라서 그들 은 소유 형태의 다양화를 부정하고 국영을 의미하는 전 인민적 소유나 농촌의 협동적 소유와 같이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제때에 집어던지지 못했습니다.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는 중앙에서 수천, 수만 가지에 이르는 상품의 수급을 모두 원 활하게 조정하는 일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과, 중앙에서 모든 부문을 조정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모으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지만 이미 관료화 될때로 관료화된 노동당은 이에 대응할 기회를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다행히 고난의 행군 뒤 장마당경제가 등장해 주민들의 의식주를 돕고 있지만 국가경 제가 작동을 멈춘 상태에서 전반적 경제회복은 불가능해졌습니다. 고로 북한 주민들 의 오늘의 심각한 영양실조가 향후 통일국가에서 어떤 재앙으로 다가올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아마도 좀 더 시간이 지나면 한국 국민들이 아예 통일을 하지 말고 각자 살 자고 할까봐 겁이 납니다.
MC: 아닌게 아니라 북한 주민들의 영양실조에 따른 기형화 등이 통일 후에 재앙으로 다가올까봐 걱정이 큽니다. 오늘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은 여기까집니다. 안 박사님 고맙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 홍알벗, 안찬일 / 애디터 김진국 /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