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국제사회는 왜 북한을 불안, 취약국가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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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지난 1995년부터 시작된 고난의 행군으로 북한은 사실상 ‘무너진 사회주의 체제’로 현재까지 그럭저럭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북한 사회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 ‘고장난 기관차’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작동하지 않는 나라, 그것의 불안감, 취약성을 설명하자면 끝이 없습니다. 노동자, 농민들은 굶기를 밥먹듯 하는 나라, 뇌물이 아니면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는 나라! 무모한 핵무기를 들고 세계평화를 위협하는 나라, “오늘의 북한은 일제말기보다 못하다”는 탄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국제사회는 왜 북한을 불안, 취약국가로 볼까?”라는 주제를 갖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님과 이야기 나눕니다.

MC: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북한이란 나라가 나라답지 못하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재조사한 국제기구의 조사자료가 발표되었다는데 먼저 어떤 내용인지짚고 넘어갈까요?

안찬일: 네, 미국의 비영리 민간연구단체인 <평화기금>은 올해도 북한을 취약성이 높은 불안정한 국가로 지목했습니다. 평화기금은 최근인 지난 13일 '2022 취약국가지수(Fragile States Index)'를 발표했는데, 전체 조사대상국 179개 가운데 북한은 89.1점을 받아 불안한 국가 중 32위를 기록했고 취약성이 높은 고위험 국가로 분류됐습니다. 그런데 평화기금이 북한에 접근하기 어려워 그렇지 북한으로 직접 들어가 사회 취약성을 조사를 진행했더라면 훨씬 더 높은 지수가 나왔을 것입니다.

MC: 불안한 국가, 고위험 국가를 규정하는 기준이 대단히 궁금합니다. 그 방법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점수가 높을수록 취약성이 큰 불안정한 나라를 뜻하는데 올해 북한의 점수는 90점을 받은 지난해와 90.2점을 받은 2020년과 비교해 다소 하락했습니다. '취약국가지수'는 정치, 경제, 사회 등 4개 항목에 속하는 12개의 지표를 가지고 평가한 점수인데 북한은 특히 '국가 합법성' 부문에서 10점 만점에 9.9점을 받아 최악의 수준을 보였습니다. 또 북한은 인권 부문에서 9.3점, 지도층 부패 부문에서는 9.2점을 받아 해당 부문의 상태가 매우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외에도 북한의 경제, 공공정책, 외교관계 등의 부문에서도 각각 8.6점, 8.3점, 9.2점을 받아 12개 지표 점수를 합해 120만 점에서 총 89.1점을 기록하며 국가 안정이 위태로운 국가로 평가됐습니다. '취약국가지수'는 평화기금이 지난 2005년부터 국가의 정치, 사회, 경제 관련 요소들을 평가해 매년 발표하는 점수로, 점수가 낮을수록 국가의 지속 발전가능성 및 안정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MC: 아, 그렇군요. 그러면 이제부터 4개 항목을 기준으로 각각 그 원인을 평가해 볼까요? 먼저 국가 합법성에서 10점 만점, 여기서 9.9를 받아 최악의 상태를 드러냈는데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안찬일: 답변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은 국가가 유지해야 할 가장 합법적인 방식에서 너무 멀어진 상태로 체제를 끌고 가고 있습니다. 우선 북한은 합법적 지배의 근간인 민주주의 방식을 계속 외면하고 있습니다. 북한 체제를 두고 민주주의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지만, 지난해와 올해 북한은 여러 노동당 행사를 개최해 강제적인 선전선동과 돌격전을 독려하면서 정상국가로부터 더욱 멀어져 갔습니다. 그리고 굶주린 군인들을 도시건설에 강제로 내몰아 날림식 공사로 통치자의 위신을 세우려 하고 있습니다. 이미 드러누워 버린 인민들이 노동당의 선전선동 공세로 다시 일어서리라 믿는다면 이건 너무 순진한 일입니다. 체제를 개혁하고 개방할 때 북한은 정상국가로 갈 수 있지, 현재의 독재체제를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체제재작동을 기대한다면 그건 오산 중의 오산입니다.

MC: 지배층의 부정부패도 비정상국가 평가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군요?

안찬일: 부정부패는 북한의 생존비결입니다. 부정부패가 없으면 북한은 즉시 무너집니다. 열차를 탈 때고 뇌물을 준비하고 안전부를 찾아갈 때도 뇌물, 심지어 대학에들어가는 것도 뇌물로 해결해야 합니다. 정상공급이 차단되다 보니 뭔가 뇌물을 주지않으면 모든 것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이런 말 못 들어본 사람 없는데, 당 간부는 당당하게 해 먹고, 안전원은 안전하게 해 먹고,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해 먹고, 검찰은검소하게 해 먹는다???. 하여간 힘없고 빈손뿐인 노동자, 농민들만 개고생하고 있습니다.

MC: 국제평화기금은 북한의 인권문제도 언급했는데, 아마 이 문제가 핵심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체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먹고 입는 문제가 꽉 막혀 있는데 거기서 무슨 인권을 보장받을 수 있겠습니까? 특히 지난 5월 12일 노동당이 코로나19 재앙을 발표하면서 북한 인민들의 인권은 더욱 처참하게 희생당하고 있습니다. 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평양시민들조차 대부분 가택연급 상태에 놓이고 수돗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아 이 무더위에 세수도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제대로 된 복지시설이 있다면 졸지에 코로나 핑개 하나로 시민들이 감옥생활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북한 당국은 최근 들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뿌린 삐라에 원인이 있는 것처럼 조작하면서 신대남 흑색선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더욱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습니다.

MC: 북한이 취약국가, 불안지수가 최고로 높은 체제란 것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에 알려진 일입니다. 별로 새로운 일도 아니란 말입니다. 우리의 관심은 과연 언제,어떻게 북한이 이 암흑세계에서 벗어나느냐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북한은 1970년대까지 취약국가도, 불안체제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비정상국가의 절정에 다다르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비합리적 국가의 절정인 봉건 세습체제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체제가 봉건제도 그대로인데 거기서 현대적 합리적 지배가 이뤄진다면 그건 이상한 일 아니겠습니까? 북한은 체제를 개혁하고 제도를 개방하는 혁명이 필요합니다. 중국의 경우를 보면 그들은 굳이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를 버리지 않고도 시장경제를 도입해 최소한 먹고 입는 문제를 해결하니 인민들이 불만이 없습니다. 북한은 나라 전체가 온통 기아와 굶주림으로 아비규환인데 소수 독재자들은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으니 그 불안은 그야말로 핵폭탄급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을 따라가지 않으면 북한은 앞으로 1-2년 안에 취약국가가 아니라 지도상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이름을 잃어버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MC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지금까지 진행에 홍알벗이었습니다.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진행: 홍알벗, 안찬일 / 에디터: 정영 /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