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큰물 피해, 천재인가? 인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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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이때 즈음 북한을 머리에 떠 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용어는 굶주림, 가뭄, 홍수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이런 용어는 자칫 자연과 연결된 말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이 지론인데, 북한 당국은 입만 벙긋하면 '사회주의 지상락원'이라며 체제선전을 하고 있는데, 현실은 왜 이런 자연재해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최빈국일까요. 그리고 올해의 대가뭄과 대홍수 역시 북한을 비껴가지 않았으며 하늘에서 쏟아지는 '물 폭탄'도 문제지만 그것을 막아내는 것은 국민의 힘, 즉 국력이라고 할 때 북한의 천재는 순수한 인재, 즉 지배의 재난이라고 아니할 수 없고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의 큰물 피해, 천재인가? 인재인가?"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무척 안타까운 일이지만 올해도 대가뭄과 대홍수는 북한 땅을 비껴가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까?

안찬일: 네 함경남북도 지역에는 지난 8월 1일부터 하루 최대 300mm, 사흘간 총 600mm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TV는 8월 5일 "농경지 수백 정보가 침수 및 유실됐고 도로와 다리 여러 곳이 파괴됐다"며 "이는 8월 평균 강수량을 훨씬 초과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평안북도와 자강도 역시 8월 5~6일 150mm 이상, 7~9일에는 양강도와 동해안 지역, 함경남도 바닷가를 중심으로 최대 100mm의 비교적 많은 비가 쏟아졌습니다. 이와 같은 폭우로 북한 함경남도 곳곳에 물난리가 나 주민 5천 명이 긴급 대피하고 주택 1천 170여 호가 침수됐다고 조선중앙TV가 5일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의 특별지시로 건설된 날림씩 주택 3,000여 가구가 모두 폭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질문 2: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이와 같은 대홍수 피해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요?

안찬일: 네, 요즘 북한 통치자의 통치 스타일이 주로 '회의 정치'인데 아닌 게 아니라 바로 회의부터 소집했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함경남도 많은 지역에 폭우와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노동당 함경남도 당 군사위원회 확대 회의를 긴급 소집해 공병부대와 함경남도 주둔 군부대를 동원한 신속한 피해복구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노동신문>은 8월 8일 1면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지시에 따라 8월 5일 함경남도 군사위원회 확대 회의가 소집됐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을 보면 당 중앙군사위는 "함경남도 안의 일부 지역에서 폭우와 큰물에 의해 발생한 피해 상황을 료해하고 공병부대들로 피해 지역의 파괴된 도로들을 시급히 복구하며 도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 부대들을 함경남도 당 군사위원회 결정에 따라 동원시켜 도의 력량과 협동 밑에 피해복구를 다그쳐 끝낼 데 대한 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울러 김정은 총비서가 "피해복구용 주요 자재를 국가 예비분에서 해제해 긴급 보장"하고 "중앙에서 재정을 비롯하여 물질적으로 함경남도 피해 복구 사업을 강력히 지원할 데 대해 명령"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이날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았으나, 함경남도 폭우 피해를 보고받고 피해복구 방안을 지시했다고 신문은 전했습니다. 당 중앙군사위 지시 사항은 리정남 함경남도 당위원회 책임비서가 전달하고, 도 당군사위원회 위원들과 시·군당 책임비서들, 도급기관, 중요 공장, 기업소 당 행정 책임 일군들, 도에 주둔하고 있는 인민군부대 군정 간부들이 회의에 참가했습니다.

질문 3: 아, 그렇군요. 집을 잃고 한지에 나 앉은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무척 가슴 아프지만, 문제는 이와 같은 천재지변이 내년에도 똑같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이 더욱 가슴 아픕니다. 이와 같은 악순환의 기본 원인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요?

안찬일: 답은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의 자연재해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 즉 통치의 오류에서 그 원인을 찾으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북한은 국토면적의 70%가 산악지대인 지형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산을 잘 다스리면 자연재해는 얼마든지 막을 수 있었고 1970년대 이전 북한은 가뭄이나 홍수에 그렇게 취약한 나라가 아니였습니다.

북한의 통치자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대자연개조운동>을 발기하고 이른바 '다락밭'을 만든다면서 산을 모두 깎아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북한 산에는 화목 부족으로 주민들이 산을 박박 깎아 아궁이에 집어 넣다보니 장마와 홍수에 취약했는데, 여기 7-8부 능선까지 아예 밭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 흘러내리는 토사는 거의 흙폭탄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흙폭탄은 민가를 덮치고 개울을 막은데 이어 강 바닥까지 메꾸어 버림으로써 대홍수로 범람하여 북한 땅을 초토화시켜 버렸습니다.

질문 4: 아 그렇군요. 자연의 파괴는 단지 외적 모습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식량 절대부족이란 재앙을 가져다주지 않습니까? 올해 북한의 식량 작황 어떨 것 같습니까?

안찬일: 바로 그 점이 제일 안타까운 일입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 8월 2일 "지금은 벼가 이삭이 배고 패는 시기로서 이때 침수 피해를 받으면 수확고가 크게 감소한다"며 "홍수와 폭우에 의한 피해를 어떻게 막느냐에 따라 새로운 5개년 계획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신문은 또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와 황해북도에서 홍수 대비 긴급조치에 들어갔으며, 평안북도 철산군 역시 농작물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특히 이번에 북한의 대표적 곡창지대인 황해남북도 지역에 장마가 집중되면서 쌀 작황에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습니다. 황해남도에 위치한 재령평야는 땅이 비옥하고 면적도 넓어 북한의 대표적인 벼 산지로 꼽히는데, 김정은 총비서도 지난 6월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인정했습니다. 현재 북한에서는 주민의 과반수인 70% 이상이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식량계획(WFP)이 지난달 30일 발표한 '긴급 식량불안정 조기 경보: 2021년 8~11월 전망'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북한의 연간 곡물 부족량은 무려 86만 톤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북한의 곡물 수입 필요량은 110만 톤이지만 공식 수입량이 겨우 20만 5000톤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또 지난해 8~9월 폭우와 태풍 등 기후 여건으로 작황이 악영향을 받았다며 올해도 8~10월 사이 태풍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식량 부족분을 지원받지 못하면 주민들이 혹독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도 최근 공개한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1-2031' 보고서에서 북한, 몽골, 예멘 등 3개국을 아시아에서 식량 상황이 가장 나쁜 나라로 꼽았습니다. 보고서는 올해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104만 톤으로 추산하고 주민 전체의 63%인 1630만 명이 식량 불안정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질문 5: 북한은 대가뭄과 대홍수에 이어 이제 태풍이란 또 다른 재난을 이겨내야 하는 운명 앞에 서 있습니다. 태풍의 재앙도 만만치 않다고 봐야죠?

안찬일: 매년 태풍은 북한을 배려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동해를 스쳐가는 태풍은 북한 농작물에 큰 피해를 안겨주지 않지만, 서해로 상륙하는 태풍의 경우 곡창지대 황해남북도를 강타하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생산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은 북한 전체 쌀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황해남북도의 태풍피해는 곧 북한 쌀 생산의 막대한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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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