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는 유명한 격연이 있습니다. 불과 3년 전의 일입니다만 지난 2017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에서 '군사 옵션' 논의가 있었다고 CNN의 국가 안보 전문 기자가 새로운 책에서 밝혔습니다. 짐 슈토 CNN 기자는 8월 10일 출간한 책 '미치광이 이론: 트럼프가 세계와 맞붙다'(Madman Theory: Trump Takes on the World)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해 공개적으로 한 협박이 단순 엄포는 아니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자 현재 미국에서 이 책이 큰 관심을 끌고 있는데 2017년의 북미 관계 가장 큰 쟁점은 무엇이었는지요?
안 찬 일: 북한은 2017년 9월 3일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그 무렵 10개월에 걸쳐 16번의 시험을 통해 모두 23발의 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북한은 결국 제6차 핵실험을 끝으로 사실상 핵실험을 종료하고 본격적인 비공식 핵보유국이 된 셈입니다. 특히 2017년 8월과 11월에 한 ICBM 실험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다"는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며 미국의 심기를 강하게 건드렸습니다.
이런 정황 하에 미 국방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내부에선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두고 사적인 논의가 있었으며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은 전면전으로 가지 않으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 방법으로 군사 공격 가능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슈토 기자의 핵심설명입니다. 이 논의는 이후 소위 '코피 터뜨리기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2: '코피터뜨리기 전략"? 참 표현이 기가 막힙니다. 코피터뜨리기는 결국 큰 상처를내지 않으면서도 싸움의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한판승이라고 보여지는데 그 내용을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 슈토 기자는 그러나 당시 자신이 아는 군사 관계자 중 이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고 책에서 쓰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한적인 공격이라고 해도 북한은 이를 자신들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쟁으로 가는 첫 공격이라고 받아들일 테고, 무엇보다 북한과 국경을 맞댄 한국의 인명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됐다는 점에서입니다.
이로부터 몇 달 뒤인 2018년 초, 하와이에서 탄도 미사일이 날아온다는 잘못된 경보가 주민들에게 문자메시지로 전달된 사건은 미 당국에도 정신이 번쩍 드는 일이었지만 북한에도 깊은 우려를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고 슈토 기자는 기술했습니다.
조셉 윤 전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따르면 북한은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오작동 여부를 판별할 보완시스템이 없고, 오작동 때문에 진짜 전쟁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입니다. 당시 윤 전 대표는 "어느 날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일어나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닌, 이런 사고로 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질문 3: 문제는 북한과 북한의 통치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런 미국의 군사행동을 단지 '위협' 정도로 받아들이나요? 아니면 '허풍'으로 받아들이느냐가 관건인데 안 박사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안 찬 일: 네! 북한에는 2중적 사고가 존재합니다. 즉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비롯한 통치권자들은 국제 국내 정세를 잘 알고 있고, 다수의 인민들과 초급간부들은 국제정세를 거의 모르고 있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의 비핵화 요구로 대변되는 군사행동에 대해 통치권자들은 잔뜩 겁을 먹고 있지만 아래 인민들은 이른바 '복수심'으로 버틴다는 것입니다. 바로 모든 인민들에게도 이 진실의 거울이 전달되는 게 바로 삐라와 같은 '외부통신'입니다.
질문 4: 아 그렇군요. 그런데 2017년의 긴장은 어떤 기회로 가라앉게 되었는지요?
안 찬 일: 네, 2018년 1월 한국이 워싱턴에 대표단을 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이 대화할 준비가 됐으며 이때 단순히 제한적 핵 협상이 아닌, 완전한 비핵화를 논의할 수 있다고 전달하면서 악화일로로 치닫던 북미 관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게 됐다고 슈토 기자는 평가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윤 전 대표를 인용, "그들은 북한이 비핵화에 합의할 수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를 원한다고 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결국, 북한이 항복한 셈이라고 봐야 옳은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국제정세를 제대로 읽은 것입니다.
당시 한국과 북한이 함께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가서도록 조율해낸 점이 놀랍다며 "그들은 북한이 포기하려는 것에 대한 기대를 부풀림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슈토 기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이는 즉각적으로는 북한과 미국을 전쟁의 벼랑에서 물러나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비핵화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냈다며 어느 범위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적 양쪽 모두에게 이용당했다고 저자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질문 5: 결국 북한이 미국의 의중을 읽고 대화로 돌아선 것은 다행이지만, 오늘 미국의 강한 요구는 북한에 전혀 먹히지 않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전락했습니다. 향 후 어떤 미국의 정책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까요?
안 찬 일: 결국 당근과 채찍 모두를 들어야 하지만, 현재 북한에 대한 미국과 UN의 대북제재는 그 효과를 서서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2017년의 미국의 '협박'이 1회용이었다면 오늘의 대북제재는 북한이 '항복'할 수도 있을 만큼 무겁고 중대한 것입니다. 여기에 엎친 데 겹친 격으로 올해 북한의 홍수 피해는 대단히 큰 자연의 공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핵폭탄, 즉 거대한 물 폭탄이 북한을 강타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리더십으로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을 만큼 자연은 가혹합니다.
이 시점에서 북한은 비핵화에 응해 나서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할 때만 미래가 있다고 충고하고 싶습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 찬 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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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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