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년들은 왜 절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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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얼마 전 8월 28일은 북한의 청년절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청년들은 오늘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도 가지지 못한 채 3대 세습 독재체제 아래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왜 북한의 청년들은 절망하고 있는가? 우선 북한의 잘못된 사회주의 제도는 청년들을 단지 열악한 노동의 돌격대로 여길 뿐 최첨단 과학시대의 오늘 아무런 역할도 못하게 억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많은 청년들이 군복을 입고 장기복무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어느 정도 공부한 청년들도 어려운 농촌과 탄광으로 강제 진출하는 등 단지 세기말적인 마소와 같은 역할 밖에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청년들은 왜 절망하는가?" 이런 내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북한은 올해 유독 <청년절>에 대해 많은 선전선동 공세를 펼쳤는데 과연 '청년절'은 무엇인지 그 의미부터 살펴보고 본격적인 대담에 들어갈까요?

안찬일: 네! 북한은 김일성 주석이 1927년 8월 28일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을 결성했다고 주장하며 1991년부터 이날을 청년절로 기념하고 있으며, 그래서 올해는 청년절 제정 3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혁명역사는 조작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그들은 노동당의 원 출발도 1930년 '카륜회의'라고 선전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 당시 만주에서 청년들이 끼리끼리 모여 크고 작은 커뮤니티를 조직하는 일은 다반사였으며 열 다섯 살 김일성도 소그룹으로 서클 활동한 것을 그 무슨 조선공산주의청년동맹의 결성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올해 북한은 유독 청년절을 맞으며 청년들의 역할을 강조하고, 특히 사상투쟁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라고 보시는 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청년절'을 맞아 청년들이 사회주의 건설의 돌격대가 돼야 한다며 사상투쟁을 촉구했습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청년들은 사회주의 미래의 주인공·건설자들"이라며 "사회주의·집단주의에 배치되는 온갖 반동적인 사상 요소들과 비타협적인 투쟁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신문은 최근 노동당 외곽 청년단체의 명칭이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에서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바뀐 데 대해 "청년동맹이 사회주의 건설에서 돌격대의 위력을 백방으로 떨치기를 바라는 당과 인민의 커다란 기대가 실려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노동신문은 "청년 문제는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좌우하는 근본 문제"라며 "청년 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혁명의 명맥을 꿋꿋이 잇고 조국 번영의 활로를 확신성 있게 열어나갈 수 있다"고 역설했습니다. 또 "모든 청년들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수행에서 창조와 혁신의 불길을 세차게 지펴 올려야 한다"고도 주문했습니다.

질문 3: 얼마 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을 <사회주의 애국청년동맹>으로 조직명을 바꾸었는데 그 이유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원래 해방 직후 북한 청년단체는 1946년 1월 17일 창립한 '북조선민주청년동맹'에 연원을 두고 있으며, 1951년 '조선민주청년동맹', 1964년 '사회주의노동청년동맹', 1996년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등으로 명칭이 바뀌다가 2016년 8월 청년동맹 9차대회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 청년동맹'으로 변경되었습니다. 2021년 4월 27일부터 열린 청년동맹 제10차 대회에서 현재의 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으로 이름을 변경하였습니다. 분명한 건 김정은 총비서가 어떻게든 자기 조상들인 김일성과 김정일을 우상화 명단에서 지우고 자기 우상화만 하겠다는 의지로 그렇게 개명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질문 4: 이번 청년절을 계기로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걸 보면 나름대로 MZ세대를 강조하면서도 단지 그들을 노역의 주인공으로 지칭한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의 MZ 세대와 또 그들의 지위에 대해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 청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도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다만 세대를 가르는 기준은 차이가 있는데, 밀레니얼 세대에 대해 1980~1995년 사이 출생한 세대를, Z세대를 1996~2000년 사이 출생한 세대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는 모바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는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또 MZ세대는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소유보다는 공유(렌털이나 중고시장 이용)를, 상품보다는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특징을 보이며, 단순히 물건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사회적 가치나 특별한 메세지를 담은 물건을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표출하는 '미닝아웃' 소비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이들 세대는 미래보다는 현재를, 가격보다는 취향을 중시하는 성향을 가진 이들이 많아 '플렉스' 문화와 명품 소비가 여느 세대보다 익숙하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질문 5: 아 그렇군요. 오늘 자본주의 나라 청년들의 트렌드(흐름)를 그대로 설명해주고 있군요. 그런데 북한의 청년들은 정 반대의 길을 가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만, 안 박사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북한판 'MZ세대'로 불리는 '장마당 세대'가 자본주의 등 외부 사상에 물드는 현상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청년절을 맞으며 지금의 청년들에 대해 "혁명의 시련을 겪어보지 못한 세대"라며 "개인주의에 기초한 자본주의 도덕과 서양 문화에 오염되면 일신의 안일과 향락만 추구하는 도덕적 폐인, 정신적 불구자가 되고 종당에는 사회주의 위업에 반기를 드는 혁명의 원수로 전락하게 된다"고 쓸데없는 걱정을 했습니다.
그러면 현재 북한에 혁명의 시련을 겪어 본 사람이 누가 있단 말입니까?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만 보아도 일찍이 스위스에 유학 가 자본주의 학교에서 호의호식하지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서 청년들보고만 어려운 모퉁이를 막아나서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어김없이 이번 청년절을 맞아 탄광이나 건설·생산현장 등 각종 험지로 떠난 청년들을 격려하고 어려움 앞에서도 애국의 길을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험지로 자원한 청년들의 사상을 치켜세우면서도 자본주의 등 외부사상에 물드는 현상을 경계하며 정신 무장을 독려한 것입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1면에 '사회주의 건설의 어렵고 힘든 전선에 탄원진출한 미더운 청년들에게'라는 제목의 김 총비서 명의 축하문을 싣고 청년들의 앞날을 축복한다고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축하문을 통해 재차 어려운 시기를 언급하며 청년들의 사상 결집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때에 우리 청년들이 앞을 다투어 탄원 진출한 것은 몇 십, 몇 백만 톤(t)의 강철과 비료가 쏟아져 나오고 몇 만 대의 기계가 생산된 것보다 더 고무적인 소식"이라며 칭찬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사여구는 거품에 불과합니다.
먼저 북한 통치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청년들만 내 몬다고 북한 사회가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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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정영,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