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훈련에 돌입한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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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올해 2020년은 북한 정치사에서 또 하나의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해인데 바로 북한 집권당인 노동당 창당 7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북한 노동당은 사실 1945년 10월 10일 창당되었다고 하지만 그것은 본래 정당의 창당이라기보다 서울에 본부를 두고 있는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의 조직에 불과한 크지 않은 정치적 사건이었습니다. 또 북한은 당-국가체계로 항상 국가보다 당을 우선하는 지배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이것 자체가 비정상국가라고 생각됩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줄곧 집권 후 '정상국가'를 제창해 왔는데 이번에도 거창한 열병식을 준비하며 리더십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1: 먼저 북한이 노동당 창당 75주년을 맞으며 거창한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분명한 사실이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지난 1일 미국의 촬영 및 기록 전문 매체 3.8노스는 평양의 미림 비행장에서 연습 중인 북한군의 열병모습을 그대로 보도했습니다. 무려 수천 명이 동원된 북한 군인들이 횡렬 종렬로 연습하는 모습은 거대한 열병식 말고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실제로 북한은 노동당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에서 여러 차례 열병식의 진행을 공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질문 2: 이번 열병식은 최근에는 없었던 것 아닙니까?

안찬일: 북한은 커다란 정치적 기념일 때마다 열병식을 하는데 지난 2년 동안은 그런 일이 없었습니다. 이른바 꺾어지는 해, 즉 정주년이 와야 그런 행사를 합니다. 2년 전 9월 9일은 이른바 북한의 정권 수립 70주년으로 북한이 가만있을 수 없었습니다. 그 당시 김일성광장에서는 거창한 열병식이 진행됐는데 기대했던 신형 미사일 등의 공개는 북미 관계를 의식해서인지 자제된 모습이었습니다.

질문3: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런 열병식을 한 번 하려면 엄청난 예산과 노력이 들어가겠죠? 그 실태가 무척 궁금합니다.

안찬일: 당연합니다. 사실 북한의 열병식은 그 규모와 장비에서 이전 소련의 열병식을 능가하는 모습입니다. 북한은 열병식 하나로 체제를 광고하고 선전하는 일대 정치선전장으로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형식에서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열병식보다 수준이 떨어지지만 사이즈(규모)에서는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의 열병식은 말 그대로 그들의 자존심이며 존재 이유를 과시하는 일대 캠페인인 것입니다. 예산으로 따지면 아마도 평양시 인구 280만 명이 한 달 이상 생활할 돈이 투자된다고 보아도 될 것입니다.
최근 평양에서 들려오는 소식통은 열병식 준비에 동원된 군인들을 먹여 살리려고 평양시 주민들 식량 배급까지 그쪽으로 돌리는 바람에 평양시민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오고 있습니다. 사실 정규 사단 3개 이상, 즉 3만여 명의 군인들이 한꺼번에 평양시에 모여 훈련하고 연습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질문4: 아 그렇군요. 이번 열병식의 초미의 관심사는 과연 김정은 정권이 새로운 신형 무기를 공개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의 관계도 그렇고, 또 최근 미국이 새로운 미사일에 대한 규제안도 내놓은 상태여서 북한으로서는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 같은데... 어떨까요?

안찬일: 북한은 눈치를 안 볼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트럼프의 재선을 약 한 달 앞두고 무력시위를 하는데 허풍을 잘 못 떨었다가는 북미 관계가 완전히 깨질 수도 있기에 신경을 쓸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이번 북한군의 열병식은 북-미관계를 지속하느냐 아니면 끝장내고 중국 쪽으로 다시 선회하느냐 하는 갈림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볼 때 그 징조는 10월 10일 전 북한이 잠수함 탄도미사일 SLBM을 최종 단계에서 쏘아 올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그 무기를 김일성광장에 끌고 나가는 것이 이번 열병식의 휘날레가 될 수도 있습니다.

질문 5: 안 박사님도 북한군에 근무하다 DMZ로 넘어왔는데, 김일성광장 열병식에 참가해 본 적은 없는지요. 그것이 무척 궁금합니다.

안찬일: 저희 부대는 정찰총국 소속으로 일반부대와 달랐습니다. 인원 1명을 빼면 대신 1명을 넣어야 하는데 DMZ 안에는 아무나 배치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올 수 있으니까요. 열병식은 보병을 위주로 진행되며 인원동원이 마땅치 않아 군관학교, 즉 우리 사관학교 학생들과 전군에서 선발된 키 큰 군인들, 심지어 군인들이 부족할 때는 청년 대학생들도 동원하곤 합니다. 문제는 동원되는 장비인데 북한군의 탱크와 장갑차, 심지어 공군기들도 기종이 모두 낡은 것이어서 연습할 때는 물론 열병식 당일 날 시동이 꺼져 애먹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예 열병식장 입구에는 대형 중장비가 버티고 서 있다가 시동이 꺼지는 탱크와 장갑차를 제때 번쩍 들어내는 준비가 잘 되어 있습니다.

질문5: 초미의 관심은 이번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연설을 할 것이냐인데,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그리고 중국은 어떤 급의 대표단을 파견하리라 보는지요?

안찬일: 당연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길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의 대내 및 대외 메시지는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총론적으로 공개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 맛보기만 살짝 보여주되 미국이나 국제사회를 향한 분명한 어조는 나오리라 봅니다. 아마 대남메시지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북한의 대남정책은 당분간 침묵하는 것이니까요.
아마도 중국은 공산당 부주석급의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것입니다. 2년 전 정권수립 70주년 열병식 때도 정치국 상무위원을 파견해 북-중 관계의 우정을 과시하지 않았습니까? 좀 우스운 일이지만 최소한 김일성광장 주석단에서 두 시간 정도 서서 박수칠 수 있는 정치국 상무위원이 가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북한 노동당 창당 75주년 열병식 준비와 예측 잘 들었습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 찬 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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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