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최근 북한은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UN 총회에서 제시한 종전선언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를 달며 종전선언을 한반도에서 주도권(이니셔티브)을 장악하기 위한 새로운 수단으로 활용하려 든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개전 선언 없이 시작된 한국전쟁, 그것은 북한의 불법 남침이었으며, 전쟁은 반드시 선전포고로 시작해야 하고, 인류사회는 국제법적으로 그것을 어느 정도 준수해 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김일성 정권은 평화로운 한국 땅을 불법 남침하여 제2차 대전 후 최악의 재앙과 영구분단, 반평화의 오늘을 낳았고, 그러고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오늘날까지 '북침'운운하며 철면피한 태도를 보이더니 이제는 대한민국 정부의 종전선언에 대해서도 2중적 태도를 취하며 그것을 체제유지의 수단으로 삼으려 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한반도 종전선언, 북한은 흥정거리로 삼지 말라"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이번 유엔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번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촉구했는데, 그 내용부터 들어보고 대담 시작하시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금년 유엔총회에서도 '종전선언'을 제안했습니다. 즉 지난 9월 21일 미국의 뉴욕 UN본부에서 개최된 제76차 유엔총회에서 "나는 오늘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다시한번 촉구한다"며 종전선언을 재 촉구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한국과 북한, 미국 등 종전선언 3개국 참가에서 4개 국, 즉 중국까지 포함시키는 파격적 제안을 했습니다. 중국은 파멸직전에 이른 북한을 도와주고자 중국인민지원군을 파견해 한국전쟁에 참전했고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의 정전협정에 조인한 당사국으로 그동안 종전선언의 주체냐 아니냐의 논란이 많았는데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도 함께 하자고 손을 내민 것입니다. 이로써 다시 한번 한반도 종전선언을 놓고 남과 북, 그리고 중국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뜨거운 논쟁을 개막하고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안 박사님은 문재인 대통령이 왜 이 현시점에서 다시 종전선언의 가볍지 않은 주제를 국제사회와 북한을 향해 던졌다고 보시는지요?
안찬일: 문 대통령이 남한·북한·미국·중국 간 종전선언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한 것은 임기가 8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북 문제만큼은 반드시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특히 실무 차원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보텀업' 방식으로는 별 진전이 없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남북미가 보여줬던 정상 간 '톱다운' 방식을 우선하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주변부에 있던 중국까지 언급한 것은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종전선언의 기점으로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미국과 국제 사회의 반응은 다소 결이 달랐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이란이 핵 합의를 준수할 경우 미국도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에도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제적 약속과 시행 가능한 계획을 언급하면서 "구체적 진전을 추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20일 제65차 IAEA 총회 연설에서 "북한은 플루토늄 분리, 우라늄 농축과 같은 핵확산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들을 명백히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IAEA는 지난달 27일 연례 보고서에서도 북한이 2018년 12월 이후 2년 반 만에 영변 5MW 원자로를 재가동한 징후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질문 3: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과연 종전선언이란 그 의미가 무엇인지 좀 구체적으로 짚어보고 넘어가시죠. 그러니까 한반도에서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죠. 그래서 하루빨리 정전상태인 이 전쟁을 끝내자는 게 결국 종전선언이라고 보면 될까요.
안찬일: 네 옳습니다. 북한 정권에 의해 1950년 6월 25일 개전돼 무려 3년 이상 진행된 한국전쟁은 1953월 7월 27일 휴전협정을 통해 잠시 중단되었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직 한반도는 비무장지대를 사이에 두고 군사적으로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고, 그 당시 북침을 저지하고자 유엔군으로 들어온 미군은 철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미군을 자꾸만 '침략군'이라고 왜곡하고 있지만, 그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은 남조선이 아니라 바로 북한 정권입니다. 만약에 종전선언을 하자면 몇 가지 점에서 전제조건이 있는데 그것은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우선 종전선언 참가국이 누구누구여야 하는 데서부터 과연 어떤 조건을 가지고 도장을 찍느냐 등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모름지기 북한은 대한민국 정부는 빠지는 게 어떠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왜냐면 당시 이승만 정부는 다시 나라를 둘로 쪼갤 수는 없다며 정전협정에 반대 입장을 가지고 정전협정 조인식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오늘 한반도의 역학적 구도에서 대한민국은 당연히 종전선언의 주체이며 당사국이 되어야 하며 미국과 중국 등이 참전국으로 함께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질문 4: 그런데 아직 국제사회는 종전선언이 좀 이르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종전선언이 되려면 한반도 긴장과 대결의 모든 수단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으로 상당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한 안 박사님의 견해는 어떠한지요?
안찬일: 당연합니다. 전쟁을 완전 종식시키는 일은 결국 줄기차게 전쟁 준비의 길을 걸어온 북한의 핵무기 개발 포기 등 사전 준비가 종결되어야 가능할 것입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북한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주한미군 철수와 평화협정은 '대한민국 사형 서명'이라고 했고, 게리 세이모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량살상무기 조정관도 "단순 성명에 불과한 종전선언은 실질적으로 어떤 것도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종이 한 장에 단순히 한국전쟁이 공식적으로 종결됐다고 명시하는 것은 전쟁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제거하지 않는다(If it's just a paper declaration that the war is officially over, then it won't make any change at all on the ground…)"는 설명도 피력했습니다. 세이모어 전 조정관은 "구체적으로는 한국과 북한에 배치돼 있는 병력을 줄이거나 철수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진정한 의미의 종전선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5. 북한은 문재인 대통령의 제기한 종전선언 촉구에 대해 평양 정권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한데요, 그 반응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북한은 민감한 반응을 내보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 연설이 있은 지 이틀만인 9월 23일 리태성 외무성 부상의 담화문을 낸데 이어 9월 24일에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직접 나서 종전선언이 매우 흥미 있다는 진지한 반응도 내보였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24일 조선중앙통신에 담화문을 내고 "종전선언은 흥미 있는 제안이고 좋은 발상"이라면서도 "그러나 지금 때가 적절한지, 모든 조건이 만족되는지를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담화는 이례적으로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비슷한 담화를 낸 지 고작 7시간 만에 나왔습니다. 그는 "지금과 같이 우리 국가에 대한 이중적인 기준과 편견, 적대적인 정책과 언동이 지속되는 가운데 종전을 선언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대립 관계를 그대로 둔 채 서로 애써 웃음이나 지으며 종전선언문이나 낭독하고 사진이나 찍는 것이 누구에게는 간절할지 몰라도 진정한 의미는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이날 김여정이 밝힌 '때와 조건'은 그간 북한이 반복해서 요구해온 한미연합군사훈련 및 첨단무기 구매 중단, 유엔 제재 완화, 국제 인권 기준 변화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리태성 외무성 부상이 미국을 향해 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반면 김여정 부부장이 직접 나선 반응은 서울을 향한 성토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즉 그들은 항상 이중적 태도를 유지하는 상투적 수법을 외교, 대남정책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모습을 보여줘 국제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질문 6: 이런 가운데 또 북한은 김여정 담화를 다시 발표해 남북정상회담 개최 등 다소 엉뚱한 태도를 드러냈는데 그 점도 짚어보고 대담을 마칠까 합니다. 어떻습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25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발표하고 "공정성과 존중의 자세가 유지된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의의 있게, 보기 좋게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김 부부장은 "남북관계 회복과 평화적 안정에 대한 바람은 우리 역시 남측과 다르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남조선 정치권의 움직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며 "남북관계 회복을 바라는 남조선 각계의 분위기가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과 종전선언은 물론, 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에 관해서도 건설적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모두 예고 없이 찾아온다"는 속설도 있지만 과연 이렇게 갑자기 부드러워진 북한의 태도가 모두 궁금할 것입니다. 개인적 견해로 북한은 대한민국의 차기 대선을 바라보며 뭔가 이 절박한 시기에 자신들의 지렛대를 키워보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과연 그게 이번에도 먹힐지 의문이 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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