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9월 30일 김 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 청사에서 제7기 제18차 정치국 회의를 열고 "악성 비루스(코로나19)의 전파 위협을 막기 위한 사업에서 나타나는 일련의 부족점들을 지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부족점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서는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통신은 이어 "국가적인 비상방역사업을 보다 강도 높이 시행할 데 대한 해당 문제들이 심도 있게 연구 토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많은 언론들은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서해상에서의 민간인 사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실은 논의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도'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1: 먼저 노동당 정치국 회의란 무엇인지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본격적인 이야기 하시죠.
안찬일: 네! 노동당은 그 지도구조에서 당대회를 최고 지도기관으로 정했으며 그 아래로 당중앙위원회, 당 전원회의, 정치국 상무위원회, 정치국 회의 등으로 서열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거 김정일 시대에나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에도 정치국 회의는 불규칙적으로 소집되었으며 또 설사 소집되어도 보도된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쩍하면 정치국 회의를 열고 그것을 조선중앙통신이나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하는 것은 이른바 정상국가 지향과 정상통치 행위 과시 내지는 리더십에서 김 위원장 만이 아닌 지배집단의 공동 책임이라는 인식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근래 탈북자 문제 및 월북자 문제로 두 차례의 정치국 회의가 소집된 것은 특이한 사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북한 당국이 최근 서해상 황해남도 강령군 앞바다에서 한국 출신 민간인 A씨를 저격하고 불태운 사건이 큰 쟁점으로 되고 있는데 이제 그 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대화를 나눠보시죠. 이 사건이 언제 발생한 겁니까?
안찬일: 이 사건은 최초 한국 국방부의 발표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즉 한국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한국 해양수산부 소속 항해사 이 모 씨는 지난 9월 21일 오전 11시 30분경 소연평도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된 뒤 다음 날(22일) 오후 3시 반경 등산곶 인근 해상에서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발견됐습니다. 한국군 관계자는 "당시 이 씨는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1명이 탈 수 있는 규모의 부유물을 붙잡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초 실종 직후 28시간 동안 수온이 낮아진 바다를 표류하면서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 인원들은 초기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한 채로 바다에 떠 있는 이 씨와 일정 간격을 유지하면서 표류 경위와 월북 진술을 들은 것으로 보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이 씨를 건져 올리지 않은 채 신문을 한 것입니다.
질문 3: 아 그렇군요. 국제법상으로 보나 인도적 원칙에서 보나 조난당해 바다에 떠 있는 사람은 무조건 구조하고 봐야 하는데 북한은 고통받고 있는 민간인을 바다에 방치한 채 심문만 했다는 말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안찬일: 이후로도 북측은 이 씨를 바다에 방치하면서 구조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어 오후 9시 40분경 '타타탕' 하는 총성이 칠흑 같은 밤바다의 정적을 갈랐습니다. 현장 인근에 도착한 북한 4군단 소속 18연대 단속정에서 갑자기 이 씨를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한 것입니다. 장시간 표류로 기력이 다한 그는 아무런 저항도 못 한 채 사살되고 만 것입니다.
군 관계자는 "오후 9시경 상부에서 사격 지시가 내려진 뒤 북측은 이 씨를 향해 총격을 가한 걸로 파악됐다"면서 "총격에 사용한 총기 종류와 사격 발수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단속정에는 개인화기로 무장한 10여 명의 북한군이 탑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군은 2000년대 초반부터 AK―74 소총을 개인 기본 화기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소련제 AK―47 소총보다 관통력과 사거리가 개량된 기종입니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이 이 씨를 해상에서 '즉결 처형'하는 데도 같은 소총을 사용했을 걸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질문 4: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은데 있지 않습니까? 잔인하게 처형된 그 민간인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을 질렀다는게 과연 이 말을 곧이 들어야 할지 귀를 의심케 하지 않습니까?
안찬일: 옳습니다. 북한의 반인륜적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북측 인원들은 오후 10시경 총격으로 사망한 이 씨의 시신에 접근한 뒤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했습니다. 오후 10시 11분경 북측 현장에서 20km 이상 떨어진 연평도의 한국측 군 감시장비에도 시신을 불태우는 불빛이 포착됐다고 합니다. 군 소식통은 "아군 관측 장비에 시신을 훼손하는 불빛이 40분간 잡힌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불빛이 지속된 시간과 우리 군에 관측된 거리 등을 고려해 볼 때 최소 수십 L의 기름을 이 씨의 몸에 붓고 불을 질러 시신을 훼손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후 북측은 이 씨의 시신을 수습하지 않은 채 현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질문 5: 이제 세상 사람들의 관심은 과연 그토록 잔인한 사건의 최종 명령권자가 누구인가 하는데 있습니다. 안 박사님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이번 만행을 저지른 북한군은 해군 소속이라고 군은 설명했습니다. 남포에 있는 서해함대사령부 예하의 말단 부대라는 얘기입니다. 서해함대사령부는 6개 전대에 420여 척의 함정을 운용하고 있고, 그중 60%가량을 NLL 인근에 전진 배치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상부 지시'에 따라 이 씨를 총살하고 시신을 훼손했다는 군의 발표로 미뤄 볼 때 최소한 서해함대사령부 이상의 지휘를 받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북한이 이 씨를 최초 발견하고 처형하기까지 6시간이나 걸렸다는 점에서 평양의 총참모부나 최고수뇌부의 지시를 기다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선 대남 및 대미정책의 콘트롤타워로 급부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까지 보고를 받았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최고 명령권자의 실체도 여러 군데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군에서 이와 같은 중요한 문제를 해군사령관이나 군령권자인 총참모장이 단독으로 결정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질문 6: 그런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록 통일전선부를 통한 방법이었지만 일종의 사과문을 보냈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안찬일: 바로 그 점입니다. 문제의 파장을 고려한 점도 있지만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던 점이 바로 최고지도부의 결정으로 이뤄진 결과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지금껏 한국 정부는 줄곧 북한에 대해 포용과 관용으로 일관해 왔는데 이번 민간인 사살로 쎄게 나오자 북한 당국은 덜컥 겁을 먹고 즉각 사과문을 보내게 된 것입니다. 아마도 북한은 앞으로는 한국에 대한 태도가 많이 공손해지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두 번 다시 북한은 이런 비인간적이도 비인도적인 행위를 감행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입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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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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