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은 지난 10월 10일 새벽 0시 사상 최초로 심야 열병식을 개최하여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20세기 이후 이렇게 새벽에 기습적인 열병식을 단행한 경우는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어떤 전문가들은 1950년 6.25 남침 전쟁을 상기하며 그 후손들이 하는 행동이 유사하다는 평가까지 내릴 정도였습니다. 두드러진 현상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북한군부가 다시 우월적 지위를 회복하고 당분간 김정은 체제에서 '선군정치'의 재탕을 벌릴 것이란 점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제2의 선군정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이번 열병식에서 보여준 군부 재등장의 의미, 어떤 점부터 찾아볼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군부의 북한 정치 권력에서의 서열 부상을 들 수 있습니다. 김일성광장 주석단에서 찾아볼 수 있듯 김정은 국무위원장 다음으로 이병철 원수, 박정천 원수가 자리 잡고 최용해 상임위원장과 김덕훈 총리, 박봉주 부위원장 등이 그 아래로 밀렸습니다. 이것은 단지 열병식이라는 행사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여집니다. 그전에 이미 이병철과 박정천에게는 원수 칭호가 내려졌습니다. 특히 이병철은 현역 군인이 아님에도 인민군 원수로 올라섰으며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에도 진입했습니다. 막 뒤에서 대리인 역할을 하는 김여정 당 부부장은 주석단에 오르기는 했으나 꼭 한 번 카메라 후레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번 열병식 장면을 보면 박정천 총참모장과 무력상 등 군부 엘리트들에게 과거 소련군 복장과 같은 월계수 모양이 두드러진 군복을 입혀 잔뜩 위신을 세워줬습니다. 이야말로 군부가 권토중래를 꿈꾸어 오던 북한 정치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회복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 부여를 찾을 수 없는 것입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이번 열병식에서 또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그동안 장령으로 불러오던 장성들에게 '장군'이란 명칭을 쓰기 시작했다는데 이건 또 뭐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그동안 북한 사회에서 장군이란 호칭은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에게만 붙일 수 있던 신성불가침의 명예였습니다. 군인 중 어느 누구도 장군이란 명칭을 불러줄 수 없었습니다. 6.25 전쟁 말까지 최 현, 무정 장군 등 특정 소수에 한 해 간혹 불렀지만 그 뒤 완전히 금지되었습니다. 그런데 60년이 지나 오늘 김정은 시대에 공식적으로 북한군 군부 장성들을 장군으로 불러준다는 의미는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김정은식 '인민사랑' 정치의 술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즉 정상국가를 꿈꾸며 다른 나라가 다 부르는 장군 칭호 못 줄 것 뭐 있느냐? 이건 김정은 위원장의 시혜다 뭐 이런 뜻이기도 합니다. 하여간 이제 북한에도 세 명 뿐이던 장군이 도처에 널리게 되었으니 개인숭배도 쉬울 것 같지 않습니다.
질문 3: 그런데 이번 열병식의 특징으로 김정은 위원장 호위부대가 핵심을 이루고, 또 공개되었다는데 그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안찬일: 이번 열병식은 인적 규모가 비교적 작고 ICBM과 SLBM, 신형 방사포 등 주로 신형 무기 공개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지난 시기 열병종대가 보통 50여 개에 달했는데 이번에는 30여 개로 축소되었습니다. 그 중 김정은의 호위를 책임진 종대가 무려 4개 종대가 행진해 주위 시선을 끌었습니다. 먼저 김필규 상장이 이끄는 국무위원회 경위국 종대가 등장했는데 널리 알려진 대로 김필규 상장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직접 호위하는 호위무사의 대장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로 곽창식 상장이 이끄는 호위사령부 종대로, 곽창식 상장의 현 직책은 호위사령관입니다. 그 다음은 당중앙위원회 호위처장 한순철 상장이 이끄는 호위종대, 김용호 중장이 이끄는 호위국 종대가 행진해 나가면서 호위무력의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이렇게 호위무력의 규모와 지휘관들을 모두 공개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군사쿠데타는 꿈도 꾸지 마라. 호위역량은 막대하며 그 위용도 대단하니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면 단숨에 진압한다는 것을 광고한 셈입니다.
질문 4: 이번에 김 위원장은 군부 최고엘리트들에게 긴 칼 군도를 수여해 주목을 받았다는데 그 의미도 좀 설명해주시죠.
안찬일: 수령절대주의 북한 사회에서 수령 즉 최고 존엄 앞에서 무기를 휴대하는 것은 지금껏 금기시 돼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군 수뇌부 장군들은 모두 긴 칼을 차고 등장했습니다. 그 군도는 10월 9일 김 위원장이 직접 장군들을 노동당 본부 청사로 불러 직접 손에 쥐여준 것입니다. 빈 권총과 달리 군도는 언제든 뽑아 휘두르면 살상이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다소 의외적인 것이었습니다. 장군 칭호와 함께 군도를 주는 것은 한국이나 기타 정상국가에서 하는 예식이니 김정은 위원장 자신도 따라 하겠다는 것으로 별로 나쁜 일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것은 향후 군부 쿠데타가 가능하게 만드는 진일보한 현상이라고도 평가할 수 있습니다.
질문 5: 그렇다면 앞으로 김 위원장은 쭉 군부에 의존해 통치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안찬일: 물론 당장은 군부를 장악하고 군대에 의존해 건설과 경제복구를 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입니다. 그러나 군부가 너무 득세하면 그것 역시 가만두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 경제는 회복 불능 상태입니다. 여기에 장마로 북한 전체가 초토화되다 보니 그것을 복구할 힘은 군대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군대에 힘을 실어주고 군대를 이용해 경제를 재건하고자 선군정치 재탕을 시도하고 있지만, 제재가 끝나고 정상 국가 도약이 시작된다면 군대는 다시 토사구팽이 될 것입니다.
물론 그날이 올지 말지도 불투명한 것이 오늘의 북한입니다. 앞으로 미국의 대선 결과와 그 뒤 미-중 사이에서 북한은 중대 결정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아마도 그 결정의 순간은 2021년 1월에 소집되는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드러날 것입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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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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