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최근 한국의 국정원은 북한의 노동당 제1부부장 김여정의 권력이 날이 갈수록 확장돼 내년 1월 8차 당대회에서는 김정은에 버금가는 위치를 점유하면서 '남매정치'가 이어질 것이란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또 일각에서는 8차 당대회를 계기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계급의 최고 수위인 대원수에 오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야말로 '부자정권'에서 '남매정권'으로 전이하는 새로운 모양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김여정의 권력부상과 위력은 지난 6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대한 폭파 명령을 내리고 군부가 그것을 즉각 실행한 데서 잘 드러났지만, 과연 언제부터 김여정의 권력의 힘이 그렇게 강해졌다고 봐야 하는지요?
안찬일: 네, 이미 지난해 12월이 그 시점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여정과 현송월 조용원 등 권력 핵심 실세들을 이끌고 백두산에 올라 백마를 타면서 세를 과시했는데, 김여정 1부부장을 바로 자기 뒤에 세웠습니다. 노동당 부위원장들을 뒤에 두고 말입니다. 그리고 그때 고위 간부들 앞에서 "여정 동무는 나의 대리인입니다" 이런 말도 했다고 북한 소식통은 전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와 같은 배경은 김정은 위원장 본인 건강과 정책의 과중한 부담을 벗어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즉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는 북한 경제의 참담함, 외교에서 북미관계 암초 등 산적한 문제를 혼자서는 안되니 김여정과 분산해서 타개해 보고 책임도 공동으로 지겠다는 계산이 아닌가 보여집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 뒤 북한 권력은 크게 재편되었는가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북한은 연초 노동당 전원 회의를 소집하고 정치국원들을 상당수 문책했으며, 7월에는 내각 총리 김재룡을 해임하고 김덕훈을 등용했으며, 특히 김여정을 크게 밀어줄 인물로 이병철을 당 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등용하면서 그에게 원수 칭호까지 주었습니다. 김여정은 해외 대남 정책을 거의 전담하는 위치에 임명되었으며 그 실행이 바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련락사무소 폭파와 서해상 연평도 앞바다에서 한국 민간 공무원 사살과 화형과 같은 과격한 정책을 밀어붙인 것입니다. 또 얼마 전에는 노동당 경제담당 부위원장 오수용을 전격 숙청하고 처형하는 정책도 역시 김여정 작품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질문 3: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3일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군 지위가 대원수급이 될 가능성이 있고 여동생인 김여정 조선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이 국정 전반에 관여하는 등 권력이 건재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원수가 된다는 의미는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가요?
안찬일: 네 지금까지 북한에는 2명의 대원수가 있었습니다. 김일성이 1992년 자신의 생일 80돌을 맞으며 최초로 대원수에 올랐고, 김정일은 사후인 2012년 4월 대원수가 되었습니다. 내년 노동당 8차 당대회 이후 김 위원장이 대원수에 오른다면 이것은 또 다른 3대 세습으로 되는 것입니다. 군복 한 번 입어보지 않고 대장에 오른 김 위원장이 원수에 이어 대원수가 된다면 참으로 역사에 조소 거리가 되지 않을 수 없는 것이죠. 북한은 김 위원장의 대원수 칭호 수여를 위해 사전 포석을 깔았는데 그것이 바로 리병철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에게 얼마 전 원수 계급장을 달아주었다는 것입니다. 원래 대장 몇 명에 원수 1명, 원수 몇 명에 대원수 1명, 이런 룰이 있긴 합니다만 뭐 북한이 그런 걸 무시하고 제멋대로 한 지는 오래된 일입니다.
질문 4: 아 그렇군요. 그러면 내년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열리고 나면 김정은 김여정 두 사람은 다시 더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오를 텐데, 김정은 위원장은 그렇다 치고 김여정은 어떤 지위에 오른다고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안찬일: 네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만 최소한 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에 오를 것은 명백한 사실이고, 그다음 노동당 부위원장에 오를지, 아니면 정치국 상무위원에까지 포함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과거 '부자 정권'에서의 경우대로라면 조직지도부를 완전 장악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중국에 정치국 상무위원이 7명인데 반해 북한의 정치국 상무위원은 5명밖에 안 되는데 김여정이 여기 포함된다면 중국처럼 좀 인원을 늘일 가능성도 높아 보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사실 김정은 위원장은 상징적인 지도자, 김여정은 실질적인 지도자로 군림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직 가부장적 문화가 농후한 북한 체제에서 과연 김여정 부부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먹힐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질문 5: 이번 한국 국정원의 발표에는 현재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체중이 140킬로에 달한다는 내용도 있는데, 참으로 건강 이상이 극에 달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집권 초기 김 위원장의 중량은 90kg에 불과했습니다. 오늘 140킬로라면 이건 대단한 오버가 아니겠습니까? 지난 8년간 매년 평균 6~7㎏씩 몸무게가 늘어난 셈인데 이건 순전히 과음과 과식, 줄담배의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인민들은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나라에서 최고 지도자가 좀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요? 오죽하면 너무 중량이 무거워 2014년 족근관 증후군으로 발에 물혹이 있어 지팡이를 짚고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했는데 그것은 살만 빼면 간단히 고치는 병입니다.
질문 6: 마지막으로 최근 북한이 대남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 이 원인이 어디 있는지 한번 짚어보고 마칠까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지난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된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의 대남(對南) 비방전이 다시 격화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의 관영·선전 매체에 실린 대남 비난 기사 건수는 30건으로 전달 25건보다 20% 늘어났습니다. 참고로 북한이 개성공단 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남북 통신 연락선을 완전 차단한 지난 6월 대남 비방 기사 건수는 500건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달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 보류를 지시한 이후 남측을 향한 비난 공세도 잦아들었습니다.
7월의 대남 비난 기사 건수는 19건으로 전달보다 96% 급감한 데 이어 8월엔 11건까지 감소했습니다. 북한이 다시 대남 비방전에 열을 올리는 것은 미국 대선을 계기로 한·미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 선전매체들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국 서훈 안보실장의 정상적인 외교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비난의 화살을 날려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야말로 남북이 합의한 내정간섭 중단에 대한 도전이 아니겠습니까?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