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요즘 북한에서는 두 가지만 작동하는데, 그것은 평양시 살림집 건설과 장마당뿐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을 통해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그러나 살림집 5만 세대 건설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수많은 건설자재와 건설인력이 필요하고 특히 지금 기온이 계속 떨어지면서 공사 자체가 난관에 부딪치고 있는데, 북한 당국으로선 이 문제를 풀어나갈 만한 여유가 하나도 없다고 한다. 특히 만경대구역에 동원된 북한군 제3군단 군인들은 먹고 입는 문제에서부터 모든 것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노동당의 공사독촉에 많은 군인들이 사고로 사망하고 탈영이 빈발하면서 군인들의 집단반발마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평양시 만경대구역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장에서 벌어지는 광경들”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먼저 북한은 언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시작했는지부터 짚어보고 대담을 본격적으로 시작할까요?
안찬일:네, 북한은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직후 노동당과 김정은 체제의 치적을 만들어내기 위해 평양시 5만 세대 살림집 건설을 발기하였습니다. 현재 대동강구역과 보통강구역 등지에서 건설이 진행되고 있는데 성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살림집 건설에는 많은 시멘트와 철근, 벽돌 등 건설자재가 필요한데 북한의 경제구조에서 이런 건자재를 제때에 보장하는 것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질문 2:보통 천 세대의 집을 건설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5만 세대의 집을 한꺼번에 건설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북한이 또 다른 지역인 만경대구역에도 1만 세대의 살림집을 건설한다고 하는데 이 시간에는 이 지역의 건설 현황에 대해 좀 살펴보도록 할까요?
안찬일:네, 평양시 5만 호 건설 목표를 내건 북한이 최근 만경대 인근에도 추가로 주택단지를 건설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 등에 따르면 북한은 평양 서쪽 변두리 지역이자 김일성 주석의 출생지인 만경대 인근 대평지구에 현대적 주택을 건설 중이라는 것입니다. 노동신문은 지난 10월 7일 "우리 당의 웅대한 수도건설 구상에 따라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이 힘있게 추진되는 속에 대평지구에 또 하나의 건설 전역이 펼쳐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수만㎡ 규모의 지대 정리가 이뤄졌으며, 고층 건물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대평지구는 평양 서쪽 변두리 지역으로, 김일성 주석의 생가가 있는 만경대와 아주 가까운 곳입니다.
평양 도심에서 남포시 소재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남포항 방향으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합니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는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선에 있고 이 제강소의 옛 명칭은 강선제강소입니다. 당초 북한 당국이 공개한 주택 건설구역 계획에는 들어있지 않았지만, 지난 7월 김덕훈 내각 총리 현지 시찰 지역에 슬그머니 이름을 올렸고 이달 들어서는 대내외 매체서 연달아 언급되고 있습니다.
질문 3:북한이 그동안 건설을 자제해 오던 만경대구역, 즉 김일성의 생가와 이른바 혁명사적지가 많이 있는 곳에 대규모 살림집을 건설하는 것은 좀 이례적이라고 보여지는데요.
안찬일:맞습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그들이 성스럽게 관리해 온 만경대 지역에는 웬만해서는 아파트를 짓거나 큰 건물 공사를 하는 것을 극력 자제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김정은 총비서가 개인숭배는 위험하다면서 김일성 김정일의 신격화를 끌어내리기를 시작한 다음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만경대의 신성함을 까부시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만경대구역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드디어 대규모 살림집 공사까지 단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노동당 제8차 대회 주석단에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가 끌어 내려진 것과 연계해 생각해보면 바로 답이 나오는 일입니다.
질문 4:그렇군요. 그런데 만경대구역 살림집 건설에 동원된 군인들의 고난이 말이 아니라고 하는데 그 내용도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그렇습니다. 북한은 올해 안에 평양에 주택 1만 세대, 5년 안에 5만 세대를 짓겠다는 목표를 잡고 수도 곳곳에서 건설사업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착공식을 열고 평양 동남부에 위치한 송신·송화지구를 가장 먼저 개발하기 시작했으며, 과거 김일성 주석이 살던 '5호댁 관저'가 있던 도심에는 경루동이라는 이름을 새로 붙이고 보통강 강안 다락식(테라스형) 주택구 조성에 나섰습니다. 이외에도 평양비행장으로 향하는 길목의 북부 변두리 서포지구, 서쪽 만경대 구역에 위치한 금천지구, 금수산태양궁전 북쪽에 1998년 9월 개통된 8㎞ 길이의 9·9절 거리에 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위치로 볼 때 도심지 경루동을 제외하고는 대평지구를 비롯해 송신·송화·서포·금천지구 등은 모두 평양 외곽에 해당해 서민들을 위한 주거구역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문제는 이런 대형공사들을 누가 담당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전부 군인들입니다. 군인들이 건설공사를 도맡아 하고 있는데 이건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원자재의 부족 때문에 군인들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당국의 공사기한은 정해지고 군인들은 야간작업까지 강행하고 있지만 원자재, 즉 시멘트와 철근 등이 보장되지 않아 도무지 공사속도가 나질 않고 있습니다.
질문 5:혹 군인들이 먹는 문제는 잘 해결되고 있는지요.
안찬일:북한이 지금 식량난으로 난리인데 공사에 동원된 군인들에게 식량이 제대로 공급될 리 만무합니다. 병영을 떠나온 군인들은 야외에 가마를 걸고 식사를 해결하고 있는데 멀건 죽물을 마시고 공사장으로 나가는 날도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 보니 군인들이 주변 부대 식량창고를 습격하거나 특히 인근 민가와 협동농장 양식창고를 노략질하는 일이 발생해 아우성이 연발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군인들은 노략질을 나갈 때 총을 들고 사격까지 가해 인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질문 6:모두의 관심은 북한의 급조한 주택들이 견고성에서 얼마나 갈지 의문이 듭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지난 2011년 평양시 평천구역에서는 20층짜리 아파트가 입주 직전 통째로 무너지는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북한이 언론을 통제해서 그렇지 이와 유사한 붕괴사고는 비일비재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면 건설공사 기한을 맞추어야 하는 강압에 제대로 된 자재를 쓰지 않기 때문에 사고가 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