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체제에서 인권이 어떻게 침해되고 그에 따라 북한 인민들이 어떤 비참한 생활을 하는지는 세상이 다 아는 일입니다. 또 북한 인권 문제는 미국이 제일 앞장서 압박을 가하는 것이 현실이며, 그런 가운데 드디어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첫 제재에 나섰다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미국은 북한 정권의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에 대해 반인권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새로운 대북제재에 착수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미국 정부가 드디어 북한에 대한 인권 압박에 나선 이유는?”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우리는 수십 년 동안 미국 정부가 어떻게 북한에 대한 인권침해를 압박하고 그 개선을 위해 노력해 왔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정부가 드디어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첫 제재에 나섰는데 어떤 내용인지 알아보고 본격적인 대담을 시작할까요?
안찬일 :네, 미국이 드디어 북한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등에 대해 반(反)인권 행위를 자행했다며 신규 대북제재를 단행했습니다. 올해 1월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그동안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가한 대북제재의 효력을 연장한 적은 있지만, 신규 제재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건 없는 대화'에서 압박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바이든 정부는 대북정책도 조금 늦게 내놓는 등 북한에 대한 정책에서 신중론을 펴 온 것이 사실입니다. 그만큼 북한 정권이 비핵화 등 모든 국제법 위반에서 자발적인 개과천선을 바랐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인권압박의 칼을 빼들었다는 사실 앞에서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내와 좌시가 한계에 도달하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이라고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질문 2:그러면 이번에 미국이 빼든 대북인권 압박의 내용은 어떤 것들입니까?
안찬일 :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12월 10일(현지 시간) '국제인권의 날'을 맞아 북한과 중국,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개인 15명과 단체 10곳을 경제 제재 리스트에 올렸다고 밝혔습니다. 제재 대상에 오른 리영길은 북한군 총참모장 출신으로 노동당 정치국 위원이자 강제수용소 운영을 책임지는 사회안전상을 지냈고 지금은 국방상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의 제재 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고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미국 비자 발급 제한 등의 조치가 가해집니다.
미국 재무부는 “외국인들도 북한의 불공정한 사법 시스템의 피해자가 돼 왔다”면서 2016년 북한을 여행하던 중 체제 전복 혐의로 체포됐던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사례를 지적했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직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고 변호해 논란을 일으킨 지 2년 10개월 만에 웜비어 사건에 따른 새 대북제재를 단행한 것입니다.
미국은 또 북한의 해외 노동자 불법 취업과 노동자 송출 알선 혐의로 ‘조선 4·26 아동영화촬영소(SEK Studio)’와 중국 및 러시아 회사들도 제재 리스트에 올렸습니다.
질문 3: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지는 한참 되었는데 왜 이제 와서 북한 인권 압박에 나섰다고 보시는지요?
안찬일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그동안 북한 정권에 대해 신중론을 펴 온 것이 사실입니다. 이를 두고 과거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다시 재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유린을 정조준하며 신규 대북제재 카드를 꺼내 들면서 장기 교착 상태인 한반도 정세에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간) "독재가 자유의 불길을 결코 꺼뜨릴 수 없다"고 강조한 민주주의 정상회의 폐막과 동시에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이 그동안 미국의 표적이 돼왔던 중국 미얀마 등과 함께 북한에 대한 제재를 단행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대북 관여(engagement) 정책에 초점을 맞췄던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인 것. 재무부가 대북제재 리스트에 추가한 인물과 단체는 리영길 국방상과 중앙검찰소,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 등입니다. 또 조선 4·26아동영화촬영소와 관련이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회사 3곳과 개인 1명, 러시아에서 북한 노동자 해외 불법 취업을 돕기 위해 수백 건의 학생비자를 발급해준 러시아 대학 1곳과 이 대학 교무처장도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습니다. 이날 재무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10개 단체 중 무려 6곳이 북한과 관련이 있습니다.
질문 4:아 그렇군요. 그런데 미국은 언제부터 북한 인권 문제에 압박을 가해왔는지 그 전통도 잠깐 살펴볼까요?
안찬일 :네! 미국이 북한 인권과 관련해 대북제재를 단행한 것은 2016년부터입니다. 미국은 그해 7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국가원수로는 처음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하는 등 지도부 15명과 국무위원회, 노동당 조직지도부 등 핵심 기관 8곳을 제재 대상에 올린 뒤 지금까지 네 차례에 걸쳐 대북 인권 제재를 단행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미국 의회를 통과한 '북한 제재와 정책 강화법'에 따라 180일마다 대북 인권보고서를 내고 인권 탄압 책임자를 제재 명단에 올리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미 대화가 본격화되자 2018년 10월 당시 최룡해 조직지도부장 등 3명을 제재 리스트에 올릴 때까지 추가 제재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출범 후 기존 대북제재를 연장하는 선에서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갔습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가로 신규 대북제재를 단행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기점으로 ‘독재 정치’와 대립각을 세우고 나선 만큼 더 이상 북한에 대한 ‘로우키(low key)’ 대응을 이어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제재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압박 조치라는 풀이도 나오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이후 줄곧 북한과의 대화를 시도해 왔지만 북한은 제재 완화를 요구하며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질문 5:이번 제재를 시작으로 향후 바이든 정부의 북한 인권침해에 대한 압박은 날로 강화될 텐데 그 전망도 해 주시지요.
안찬일 :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북한이 2019년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부터 철회를 요구해온 5건의 대북제재 중 해외 노동자 송출 금지 조항과 관련해 중국과 러시아 기관들까지 제재 리스트에 올리면서 분명한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또 추가 대북제재와 함께 이들과 거래하는 제3국 기관이나 개인도 제재할 수 있다는 '세컨더리 제재 주의'를 경고하면서 중국 러시아의 우회 지원으로 느슨해진 대북제재의 고삐를 다시 죌 수 있다는 뜻을 분명하게 나타냈습니다. 북한이 이번 대북제재 조치에 반발해 '도발 카드'를 다시 꺼내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은 과거 자행해온 군사적 도발로 이번 미국 정부의 대북 인권압박에 거센 반발을 나타낼 수 있다는 전망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김진국; 웹 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