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의 ‘남매정치’ 다시 막 오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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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얼마 전 개최된 북한 김정일 위원장 10주기 행사에 그동안 좌중하던 김여정 부부장이 주석단 상위서열에 일약 등장했습니다. 이를 두고 안찬일 박사는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이제 북한 노동당이 또 다시 '남매정치'를 재현하려는 의도라고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김일성 김정일 때 이미 제도적 지배를 상실한 북한은 측근정치, 남매정치 등 비합리적인 정치로 북한을 파멸로 몰고 왔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그동안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실패 후 은인자중하던 김여정 부부장이 다시 등장한 것은 대단히 불길한 징조라고 강조했습니다. 해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이 남매정치 다시 막 오르나?"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에서 남매정치란 말은 김정은 총비서와 김여정 부부장에게만 쓰는 말인지 알아보고 본격적인 대담을 시작할까요?

안찬일: 김정은 김여정 남매정치 이전에 남매정치란 말이 잠깐 나돌았습니다. 바로 2011년 12월 김정일 위원장 사망 직전 그의 여동생 김경희가 좀 나서 설칠 때 북한 엘리트들이 '남매정치'라고 놀려댔습니다. 그러나 김경희 당 부장은 정치국원에까지 올랐지만 오늘의 김여정 부부장처럼 치맛자락을 날리진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본분에 머물러 있었을 뿐입니다.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김경희 부장은 많이 자중했고, 그의 남편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 12월 이후에는 그 충격으로 건강을 잃어 권력무대에 거의 나서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질문 2: 그렇군요. 김여정 부부장은 사실상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해서 평양으로 돌아와 은인자중하더니 지난 해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키면서 한 바탕 난리를 쳤습니다. 일종의 화풀이라고도 생각됩니다만, 그런데 그 당시 숙청된 걸로 알려진 실무자 3인 방이 모두 건재하다고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당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보좌관으로 나갔던 김혁철도 평양으로 복귀하고 김성혜 대표는 지방교원으로 좌천되고, 신혜영 통역원은 현재 인민대학습당, 즉 도서관에서 외국인 안내를 담당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았고 진짜 실무책임을 져야 할 김여정 역시 이번에 다시 정치국원 서열에 가담한 것 같으니 죄는 누가 짖고 처벌은 엉뚱한 사람들이 받은 셈입니다.

질문 3: 이번 김정일 위원장 10주기에 김여정 부부장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요?

안찬일 :네, 최근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주기 관련 행사에서 김 부부장의 호명 순서가 크게 앞당겨진 점을 미뤄, 당 최고 결정기구인 정치국에 재입성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은 주요 정부 행사에서 권력 서열 순서로 당 고위 측 인사 이름을 호명해오고 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18일 전날 있었던 김정일 10주기 중앙추모대회에 참가한 간부들을 소개하면서 김여정 부부장의 이름을 정치국 위원들인 리일환, 정상학, 오수용, 태형철, 김재룡, 오일정, 김영철, 정경택 다음에 호명했습니다.
특히 김 부부장은 김성남 당 국제부장과 허철만 간부부장(인사담당) 등 당 정치국 후보위원들보다 먼저 소개됐습니다. 정치국 위원 맨 뒤이자 정치국 후보위원 맨 앞에서 호명된 점으로 미뤄, 최근 정치국 위원이나 후보위원에 선출된 것 아니냐는 추정이지만 후보위원 보다는 정위원의 자리에 올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는 전날 중앙추모대회 주석단을 중계한 조선중앙TV 화면에서도 중앙 김정은 위원장 왼쪽의 김덕훈 총리, 정치국 위원들인 오수용·김재룡·김영철 다음에 서 있는 모습이 포착돼 서열 상승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습니다.

질문 4: 지난 2019년 2월 이후 김여정 부부장은 권력에서 밀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과정에 대해서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해까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겸 정치국 후보위원이었다가 올 1월 8차 당 대회에서 직급이 선전선동부 부부장으로 강등되면서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에서도 밀려났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당 선전선동부 부부장 신분으로 국무위원에 올랐습니다. 북한 정보에 정통한 한국의 국가정보원은 10월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여정의 국무위원 임명에 대해 "위상에 걸맞은 공식 직책이 부여된 것"이라며 "외교·안보 총괄을 맡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국무위원의 자리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정도라고 할까, 별로 힘을 쓸 수 없는 상징적인 자리에 불과해 김여정 부부장은 그 뒤에도 권력의 전면에 나서지는 못했습니다.

질문 5: 백두혈통이자 대외 총괄인 김 부부장의 직함이나 직급이 그의 정치적 위상과 무관하다는 것이 정설이지만, 낮아졌던 그의 공식 직함이 다시 높아진 것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대외 사업 관련 북한의 기조 변화와도 연관된 것인 만큼 북한의 향후 외교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데 안 박사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안찬일: '백두혈통'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철저한 세습체제이고 따라서 그것은 봉건정치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도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제멋대로 김여정을 정치국으로 오려놓은 것이지, 어느 누가 김 부부장이 다시 돌아와 치맛자락 날리길 바라겠습니까?
실례로 김 부부장은 북한이 한미를 향해 이중기준 철회와 대북 적대시 철회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던 지난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으로 임명됐습니다. 북한이 대외 총괄 김 부부장을 국무위원으로 임명했다는 점에서 대외 사안 관련 기조 변화의 한 근거라는 분석이 나왔었는데, 실제로 북한의 대외정책은 국무위원 정도로는 부족하고 이번에 정치국에 복권시켜 새해 2022년부터 북미관계 등 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66일 만에 공식석상에 등장한 김 부부장의 위상 변화로 북한이 향후 어떤 기조로 외교에 나설지 여부가 주목되는데 다만 북한이 정치국 구성원의 경우, 당 전원회의나 정치국 회의를 통해 선출한 뒤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해왔기 때문에 이번 달 말 열리는 당 전원회의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질문 6: 그러면 안 박사님은 김여정 부부장이 공식 정치국원이 되고 대미관계를 콘트롤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면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나선다고 보시는지요?

안찬일: 물론 북한도 대미관계서 딜레마는 많습니다. 이웃나라 중국의 눈치에다 최근 러시아군 1개 사단이 불라디보스톡으로 진주하는 등 주변국의 압박을 견디어 내며 미국에 당장 다가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김여정 부부장에게 그런 어려운 일을 모험적으로 맡기려는 인상도 풍기고 있어 새해 2022년 북한 대외정책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한편 북한은 현재 김 부부장의 직함 변화는 물론 대화를 촉구하고 있는 한미 정부를 향해 어떤 공식적인 언급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내년 국정방향이 제시될 당 전원회의에서 김여정 부부장의 입지 변화는 물론 대남대미 기조를 공식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북한은 이달 말 올해 네 번째 당 중앙위 전원회의 개최를 예고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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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