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친구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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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비루스 2차 확산의 조짐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 정부는 코로나비루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 위치한 유치원과 초, 중, 고등학교의 등교 수업을 8월 26일부터 9월 11일까지 원격수업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학력 격차 문제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학생들이 걱정하는 건 친구들과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당분간 학생들은 친구와 함께 하는 등교와 학교생활을 미뤄야 하니까요.

학생들뿐만이 아닙니다. 여럿이 모이는 것이 금지됐고 노래연습장, 유흥주점 등의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일일카페'를 통해 남북청년들이 함께 했던 자리는 꿈처럼 여겨집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함께해 반가웠던 자리!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인서트1: 일일카페 현장 소리

이름은 어떻게 돼요? / 정예원이요. / 저는 김요셉. / 아~ 안녕하세요. / 이제야 이름을 텄네요.

평범해 보이는 커피점에 젊은 남녀들이 여럿 모여있습니다. 서로의 이름을 물어보고 어색한 웃음을 짓는 모습이 꼭 맞선 보는 자리인 것 같네요. 하지만 이곳은 남한 10여개 대학의 북한 인권 통일 소조들의 연합체,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구성원들의 모임 장소입니다.

인서트2: (김송현) 저희가 통대동연을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게 다양한 학교에 있는, 통일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지금까지 1학기 동안 활동을 코로나 때문에 하지 못했고 그래서 처음으로 어떤 활동을 하면 좋겠을까 생각했을 때 좀 더 친해져야 이야기들을 스스럼없이 나눌 수 있을 것 같아서 일일카페라는 컨셉을 통해서 얘기하고 자연스럽게 만나는 자리를 마련 했습니다.

중앙대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김송현 씨였습니다. 송현 씨는 지난 해부터 통대동연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좀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올해는 사무국 활동을 지원했다고 하네요.

인서트3: (김송현) 제가 완전히 활발한 성격이 아니거든요. 어떤 자리가 주어지거나 정기적으로 모이지 않으면 저는 사람을 사귀기 어려워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소속감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만나는 활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통대동연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오픈 마인드 친구들이 되게 많은 것 같고 외국친구들도 있고 북한에서 온 친구들도 있다 보니까 다양한 문화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이는 수용력이 높은 것 같아요.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최소한의 활동만 가능했습니다. 안심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잠시 코로나비루스 확산이 주춤했던 때 모두 모여 오랜만에 얼굴 볼 수 있는 일일카페를 연 이유이기도 한데요. 남북 청년들이 서로에게 친구가 될 수 있는 자리에서 송현 씨는 주방일을 자처했습니다. 이날 일일카페에 방문한 모든 사람들에게 제공되는 음료를 쉴새 없이 만들어야 하는 고된 일인데도 말이죠.

인서트4: (김송현) 같이 함께 하는 시간을 우리가 만들어가고 그걸 주최한다는 기쁨이 저에게 큰 것 같아요. 그리고 새로운 친구를 하나 알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스스로 할 수 없는 경험을 그 친구를 통해 배우니까, 특히 북한에서 온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고요. 그래서 이런 노력들이 수고로 느껴지지 않고 즐겁게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고등학교 때 우연치 않게 대외활동으로 북한에서 온 친구를 만나게 됐지만 고등학교 때는 입시준비를 명목으로 했던 작위적인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활동을 하다보니까 더더욱 의미가 있고 여기서 제가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클 것 같고 그럼으로 인해서 제 삶이 좀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길인 것 같아서 이쪽으로 계속 나아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서로에 대한 호기심으로 친구가 됐다면 이제는 이해하는 마음으로 친구가 됩니다. 마음과 생각을 나누면서 말이죠.

지난해 지인을 통해 통대동연을 알게 된 이준우 씨. 준우 씨는 대학생이 돼서 제일 먼저 한 일이 통대동연에 가입한 것이랍니다.

인서트5: (이준우)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에 한국에 왔고 현재 대학교1학년 재학중인 이준우라고 합니다. 진짜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통대동연활동)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와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쑥스러웠는데 오늘도 다른 학교 학생들이랑 만나서 또 새로운 친구들을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아~ 이걸 알아야 되는데… / (리포터) 뭘 알아야 돼요? / (이준우) 뭔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거기에서 재밌는 그런 거? 저도 탈북민 친구들에게 계속 추천을 하는데 사실 쉽지는 않더라고요. 보시다시피 저희 통대동연 동아리에서 북한친구들의 참여도가 좀 떨어져요. 그 부분이 좀 아쉽다고 할까요? 사실 탈북민대학생은 많은데… 그 점만 좀 아쉬운 것 같아요.

준우 씨의 경우 지난해에는 외부인으로 올해는 통대동연 구성원으로 모임에 참석하고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전화번호까지 교환하며 새롭게 사귄 친구들은 모두 남한 친구들이라고 하는데요. 대화가 잘 통했을까요? 아니면 거리감이 느껴졌을까요?

인서트6: (이준우) 사실 거리감은 서로가 조금씩 있는 것 같고 한국 사람들도 북한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갖고 있더라고요. 그걸 사실 우리가 먼저 괜찮다, 어떤 수준까지 얘기해도 된다.. 라고 하면 별거 다를 거 없거든요. / (리포터) 사실 저도 마찬가지고.. 뭔가 질문을 받게 되면 반복된 질문이 많을 거에요. 제일 많이 듣는 질문이 뭐에요? / (이준우) 그냥 (남한에) 오게 된 과정을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고. 두번째로 많은 질문이 한국생활에 대한 우리의 생각? 한국을 어떻게 생각하냐… 또 제일 많이 들었던 건 좋아하는 가수가 누구냐…(웃음) 좋아하는 아이돌 있느냐고 질문하고 북한에도 아이돌 있냐고… 나름 재밌습니다. 저는 솔직히 대답해 주는 편입니다. 자유를 찾아서 꿈을 찾아서 왔다기보다는 먹고 살기 위해 왔다고 얘기하기도 하고. 돈 벌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사실 그런 대답이 그 친구들한테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한국에 온 지 3년. 준우 씨의 곁에는 탈북 친구들만큼 남한 친구들이 많아졌습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큰 꿈을 갖고 대학에 진학해도 중도에 그만두는 탈북민 친구도 있습니다.

인서트7: (이준우) 탈북민들이 대학에 적응 못하고 나가는 이유가 학업보다는 학생들과의 소통이 부족하다고 하더라고요. 제 생각에는 한국에 와서 차별이나 편견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큰 차별 이런 것을 느끼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출신)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나를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그런 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최대한 언어를 바꾸려고 하고…

남한 친구들을 따라하고 말투를 바꾸는 것보다 여러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같이 부대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준우 씨. 통대동연 활동을 하면서 더 많은 탈북 청년들을 만나길 희망합니다.

인서트8: (이준우) 일단 탈북민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이유가 어차피 우리(탈북민)가 온 곳은 한국이고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할텐데… 저도 활동을 통해서 한 명을 만나긴 했지만 그 활동을 넘어서서 친한 친구가 됐고 같이 여행도 가고… 이런 작은 만남을 통해서 더 큰 친구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대학에서 학업도 중요하지만 저는 추천합니다. 그리고 탈북민들이 올해 자기들만의 동아리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건 좀 안타깝다고 생각해요. 갈라져서 만들잖아요. 최선을 다해서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Closing-

2013년에 있었던 청룡영화제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은 영화 '설국열차'로 감독상을 수상했습니다. 하지만 봉 감독은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선정돼 청룡영화제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고 '설국열차' 제작을 맡았던 박찬욱 감독이 대신 감독상 트로피를 받았는데요. 이런 소감을 남깁니다.

"제가 설국열차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송강호 씨가 옆을 가리키면서 '이게 너무 오래 닫혀 있어서 벽인지 알고 있었지만 사실 문이다' 라고 말하는 대목입니다. 여러분도 벽인 줄 알고 있었던 문을 꼭 찾으시길 바랍니다"

우리가 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세상을 향해 열린 문이 아닐까요? 남북 청년들은 벽으로 여겼던 그 문을 함께 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