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마이 라이프] 북한 쓰레기는 보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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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국은 쓰레기 분리수거에 있어서 세계 최고의 모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음식물, 재활용 쓰레기 등 종류별로 나누어서 버리죠. 부패하기 쉬운 음식물 쓰레기는 매일 수거하지만 재활용 쓰레기를 분리, 수거하는 날은 동네마다 조금씩 다른데요. 프라스틱 병을 감싼 비닐을 떼고 종이팩에 플라스틱 마개가 부착된 제품도 각각 분리하고… 이것도 꽤 손이 많이 가는 일입니다.

저희 동네는 매주 월요일, 재활용 쓰레기를 수거하는데요. 제가 쓰레기 버리면서 주변을 보면 배달 음식 포장 용기가 많은 집도 있고 애기 기저귀 봉투가 많은 집 또 우유 팩이 많은 집, 술병이 많은 집… 분리수거 품목만 봐도 이웃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냥 쓰레기라고 무심코 넘겨 버릴 수 있겠지만 누군가에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될 수도 있네요. 그래서 일부러 쓰레기를 찾아 나섰다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분일까요? 오늘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효과음 – 강동완TV 중 :안녕하십니까. 통생통사 강동완입니다. 여러분들, 겨울에는 어떤 옷을 입고 다니십니까? 어떤 옷을 입고 다니느냐… 이런 질문에 대답하기가 상당히 어렵죠…

오늘의 주인공! 바로 강동완 교수입니다. 동아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이자 전 부산하나센터 소장. 동시에 ‘문화로 여는 통일’이라는 주제로 유튜브 방송도 하며 꾸준히 북한 관련 책을 쓰고 있습니다. 강 교수는 지난해 말, 서해5도에서 떠밀려 온 북한 쓰레기를 주제로 책을 냈는데요. 제목은 ‘서해5도에서 북한쓰레기를 줍다’ 입니다.

(강동완) 백령도를 처음 갔는데요. 해안가를 다니다가 너무 많은 쓰레기들이 쌓여 있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쓰레기가 많나 생각했는데 그중에 북한 상품으로 보이는 쓰레기 하나를 찾은 거죠. 제일 처음에 주은 건 소주병 페트병이었어요. 한눈에 봐도 이게 북한 물건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 하나를 주웠는데… 이게 백령도에 떠내려왔다면 다른 서해5도 지역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을 갖게 됐죠. 서해5도는 보통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그리고 연평도, 소연평도를 포함하는데 그 지역을 다 돌아다니면서 쓰레기를 찾았죠

보통 사람이었다면 무심코 넘겼을 수 있지만 평소 북한 물건을 수집하고 연구해왔던 강 교수는 한 눈에 북한 쓰레기를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쓰레기 모으기…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연평도를 비롯해 서해5도는 군사 경계 지역입니다. 쓰레기가 모이는, 인적이 드문 해안선을 찾아다니는 강 교수의 모습은 오해 받기 좋았습니다. 실제로 웃지 못 할 일들을 경험하기도 했다는데요.

(강동완) 신고도 많이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주민들은 워낙 전방 지역과 가깝게 살다 보니까 낯선 사람, 거동 수상자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해당되는 거죠. 제가 혼자 다니면 왜 왔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실제로 군대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며 나온 적도 있어요. 지뢰 표지판이 있는 곳을 넘어서기도 하고 또 (해안선 출입) 통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반드시 가서 확인을 했어요. 해안가는 아무래도 인적이 드문 곳에 주로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모아온 쓰레기입니다. 제가 자주 가다 보니까 나중엔 주민들과 친해졌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강 교수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1년 동안 서해5도에서 주운 북한쓰레기는 모두 708종 1,414점입니다. 강 교수는 ‘하나둘 모은 북한 쓰레기는 북한 사회를 읽는 소중한 자료이자 보물’이라고 하는데요. 우선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수집한 것은 우유팩이었습니다.

(강동완) 우유가 비닐 팩으로 되어 있는 건데 한 번에 짜서 먹을 수 있는 분량 정도의 우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규격의 제품으로 종류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거에요. 모든 과일의 종류가 다 있었어요. 귤, 참외, 파인애플, 사과 등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요. 놀라운 것은 우유 포장지에 캐릭터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낯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남한 사람들이 봤던 북한 상품은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 포장 인쇄도 상당히 조악했습니다. 강 교수가 주운 쓰레기만 보자면 북한 상품의 변화가 보이는데요. 북한 상품에도 이제 브랜드 즉 상표가 존재하고 강조된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강동완) 북한 내 각각의 회사마다 상표가 있다는 것도 참 놀라운 사실인데 우리는 브랜드라고 얘기를 하죠. 북한에서 김정은이 '상표에는 우리식의 고유한 사상과 정서를 담아야 된다'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상품에는 반드시 고유한 브랜드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선봉, 금강산, 필승… 이런 식으로 상표가 들어가는데 그걸 표현하는 형태로 디자인이 되어 있다는 점도 달라요.

각 포장지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규격 번호인 국규, 제조 공장 이름과 주소, 유통 기한 등이 표시됩니다. 재활용 아이콘과 QR 코드, 바코드도 보입니다. 어떤 포장지에는 국제규격인증 표시도 있는데요. 강 교수는 QR 코드 등을 실제로 사용한다기 보다는 국제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이런 규격이 인쇄된 포장지를 통해 북한 사회의 빈부 격차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강동완) QR 코드와 바코드를 실제로 찍어보면 그 정보가 나오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중국어로 표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오류가 나는 경우도 많아요. 아무래도 북한이 그렇게 이제 주장을 하죠. 눈, 발은 여기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그런 점에서 QR 코드, 바코드 심지어는 쓰레기통을 휴지통에 버리는 그런 부분들까지도 그려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쓰레기의 포장지만 봐도 제품의 질을 알 수 있을 만큼 굉장히 허술하거나 또는 우리 한국의 70, 80년대 생산 상품 수준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국제 기준을 맞춘, 심지어는 IOS 2만 2천을 맞춘 포장지도 있고요. 포장지 재질에서도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나는데요. 이걸 통해 북한 사회 내에서 빈부의 격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죠.

우유가 아니라 ‘소젓’이라고 표시한 포장지에서는 북한의 직설적인 표현에 놀라고 남한에서 요쿠르트라 불리는 우유 발효 식품을 ‘신젖’이라고 하는 부분은 신박하게 느껴집니다. 실제 드라마, 영화는 물론 뭐든 한국풍이라면 강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남한 포장 디자인은 그대로 베끼는 북한의 모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강동완) 특히 라면, 북한에서는 즉석 국수라고 부르는데 즉석 국수와 신라면의 포장지는 거의 똑같습니다. 만약에 단어가 라면과 즉석 국수가 아니라면 그냥 포장지의 디자인이나 색깔은 정말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하게 카피를 했을까 싶습니다. 북한의 튀기 과자라고 새우맛 튀기과자 포장지에 그려진 새우는 정말 남한의 새우깡과 똑같거든요. 그리고 신라면 말고 북한의 즉석 국수와 한국의 삼양 라면에서 나오는 소기 라면이 있는데 그 두 개를 비교해보면 어느 게 남한인지 북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캐릭터가 아주 똑같습니다. 그 외에도 바나나 과자 또 남한에서 '웨하스'라 불리는, 북한에서는 '겹과자'라고 부르는데요. 그런 것도 굉장히 많이 따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류는 굉장히 단속하면서도 오히려 제품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남한 것들을 많이 카피하고 있습니다.

-Closing-

강 교수가 수집한 쓰레기 중 가장 큰 것은 까만색 수지통이었습니다. 반파된 채 발견된 수지통은 수지의 질과 맨 위의 ‘청천강’이라는 글씨로 봐서 북한 제품임을 확신했지만 그 용도는 도통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탈북민들에게 물었다는데… 어떤 대답이 돌아왔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강동완) 신고도 많이 당했습니다. 왜냐하면 거기 주민들은 워낙 전방 지역과 가깝게 살다 보니까 낯선 사람, 거동 수상자라고 표현하는데 제가 해당되는 거죠. 제가 혼자 다니면 왜 왔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실제로 군대에서 신고가 들어왔다며 나온 적도 있어요. 지뢰 표지판이 있는 곳을 넘어서기도 하고 또 (해안선 출입) 통문 안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면 반드시 가서 확인을 했어요. 해안가는 아무래도 인적이 드문 곳에 주로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거든요. 그렇게 해서 모아온 쓰레기입니다. 제가 자주 가다 보니까 나중엔 주민들과 친해졌지만 처음에는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강 교수가 2020년 9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약 1년 동안 서해5도에서 주운 북한쓰레기는 모두 708종 1,414점입니다. 강 교수는 ‘하나둘 모은 북한 쓰레기는 북한 사회를 읽는 소중한 자료이자 보물’이라고 하는데요. 우선 단일 품목으로 가장 많이 수집한 것은 우유팩이었습니다.

(강동완) 우유가 비닐 팩으로 되어 있는 건데 한 번에 짜서 먹을 수 있는 분량 정도의 우유입니다. 중요한 것은 동일한 규격의 제품으로 종류가 엄청나게 많았다는 거에요. 모든 과일의 종류가 다 있었어요. 귤, 참외, 파인애플, 사과 등 세기도 어려울 정도로요. 놀라운 것은 우유 포장지에 캐릭터가 예쁘게 그려져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북한에 대한 고정관념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낯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동안 남한 사람들이 봤던 북한 상품은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 포장 인쇄도 상당히 조악했습니다. 강 교수가 주운 쓰레기만 보자면 북한 상품의 변화가 보이는데요. 북한 상품에도 이제 브랜드 즉 상표가 존재하고 강조된다는 점이 주목됩니다.

(강동완) 북한 내 각각의 회사마다 상표가 있다는 것도 참 놀라운 사실인데 우리는 브랜드라고 얘기를 하죠. 북한에서 김정은이 ‘상표에는 우리식의 고유한 사상과 정서를 담아야 된다’라고 지시를 했기 때문에 북한의 모든 상품에는 반드시 고유한 브랜드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면 선봉, 금강산, 필승… 이런 식으로 상표가 들어가는데 그걸 표현하는 형태로 디자인이 되어 있다는 점도 달라요.

각 포장지에는 국가에서 관리하는 규격 번호인 국규, 제조 공장 이름과 주소, 유통 기한 등이 표시됩니다. 재활용 아이콘과 QR 코드, 바코드도 보입니다. 어떤 포장지에는 국제규격인증 표시도 있는데요. 강 교수는 QR 코드 등을 실제로 사용한다기 보다는 국제 기준을 맞추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이런 규격이 인쇄된 포장지를 통해 북한 사회의 빈부 격차를 읽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강동완) QR 코드와 바코드를 실제로 찍어보면 그 정보가 나오기는 하거든요. 그런데 대부분 중국어로 표기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오류가 나는 경우도 많아요. 아무래도 북한이 그렇게 이제 주장을 하죠. 눈, 발은 여기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고. 그런 점에서 QR 코드, 바코드 심지어는 쓰레기통을 휴지통에 버리는 그런 부분들까지도 그려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북한 쓰레기의 포장지만 봐도 제품의 질을 알 수 있을 만큼 굉장히 허술하거나 또는 우리 한국의 70, 80년대 생산 상품 수준을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국제 기준을 맞춘, 심지어는 IOS 2만 2천을 맞춘 포장지도 있고요. 포장지 재질에서도 굉장히 많은 차이가 나는데요. 이걸 통해 북한 사회 내에서 빈부의 격차를 짐작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죠.

우유가 아니라 ‘소젓’이라고 표시한 포장지에서는 북한의 직설적인 표현에 놀라고 남한에서 요쿠르트라 불리는 우유 발효 식품을 ‘신젖’이라고 하는 부분은 신박하게 느껴집니다. 실제 드라마, 영화는 물론 뭐든 한국풍이라면 강하게 단속하고 있지만 남한 포장 디자인은 그대로 베끼는 북한의 모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강동완) 특히 라면, 북한에서는 즉석 국수라고 부르는데 즉석 국수와 신라면의 포장지는 거의 똑같습니다. 만약에 단어가 라면과 즉석 국수가 아니라면 그냥 포장지의 디자인이나 색깔은 정말 어떻게 이렇게 디테일하게 카피를 했을까 싶습니다. 북한의 튀기 과자라고 새우맛 튀기과자 포장지에 그려진 새우는 정말 남한의 새우깡과 똑같거든요. 그리고 신라면 말고 북한의 즉석 국수와 한국의 삼양 라면에서 나오는 소기 라면이 있는데 그 두 개를 비교해보면 어느 게 남한인지 북한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 캐릭터가 아주 똑같습니다. 그 외에도 바나나 과자 또 남한에서 ‘웨하스’라 불리는, 북한에서는 ‘겹과자’라고 부르는데요. 그런 것도 굉장히 많이 따라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류는 굉장히 단속하면서도 오히려 제품이나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는 남한 것들을 많이 카피하고 있습니다.

-Closing-

강 교수가 수집한 쓰레기 중 가장 큰 것은 까만색 수지통이었습니다. 반파된 채 발견된 수지통은 수지의 질과 맨 위의 ‘청천강’이라는 글씨로 봐서 북한 제품임을 확신했지만 그 용도는 도통 파악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탈북민들에게 물었다는데… 어떤 대답이 돌아왔을까요.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