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공처럼 둥근 평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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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다양한 사람을 한 자리에, 그것도 한꺼번에 많은 인원을 모이게 하는 최고의 비법은 스포츠라고 합니다. 실제로 각국의 대표 선수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수많은 국제대회와 올림픽, 월드컵이 열릴 때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자국의 선수들을 응원하니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스포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경쟁이지만 누가 뭐라해도, 가장 중요한 스포츠의 강점은 연습과 경쟁의 과정에서 배우는 존중, 책임, 포용 등의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평화는 어떨까요?

축구를 통해 평화의 가치를 알리는 청년들,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봅니다.

(인터뷰)반갑습니다. 저는 평화 축구 기획에 참여했던 하석원이라고 하고요. / 저는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에 재학 중인 강 빈이고 친선 경기를 기획해서 다른 대학생 친구들이랑 같이 운영했어요. /저는 한국외대 4학년 외교 전공하고 있는 문창섭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이번에 기획한 프로그램은 여자 축구 동아리를 대상으로 중앙대학교 여자축구 동아리와 동국대 여자 축구 동아리 간에 평화 축구를 배우고 그것을 통해서 평화 축구 시합까지 직접 해보는 경기를 기획했습니다.

‘평화 축구’는 축구로 평화를 배우고 평화를 만드는 일종의 교육 과정입니다. 2001년 이스라엘에서 처음 도입됐고 영국 브라이튼 대학교의 한 교수가 프로그램의 기본틀을 발전시킨 후 각 나라의 현장 진행자들이 현지 상황에 맞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평화 축구는 평화와 남북 통합 등을 지원하는 민간 단체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2013년부터 도입해 진행 중인데요. 타인과 협력하는 경험부터 다양한 갈등 상황에서 평화로운 해결책을 찾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평화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런 평화 축구 운영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는데요. 초·중·고등학교 교사와 대학생, 활동가 그리고 평화교육에 관심 있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코치 교육을 한 뒤 아동대상 코칭 실습 과정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입니다. 석원 씨, 창섭 씨 그리고 빈 씨도 그 과정을 거쳐 초등학생들이 참여하는 평화 축구 교실에서 코치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2023년! 드디어 자신들과 같은 또래의 대학생 축구 동아리를 대상으로 평화 축구 경기를 열게 됐습니다. 문창섭 씨의 설명입니다.

(문창섭) 평화 축구라는 그 자체가 축구를 통해서 평화를 교육한다! 이런 평화 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분들이 부담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생들에게만 적용하는 게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공통적인 생각이 있어서 대상을 확장하게 됐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저희가 선정하게 됐습니다.

그렇게 중앙대학교 여자축구 소조와 동국대학교 여자축구 소조가 함께 운동장에 섰습니다.

평화 축구는 평화의 가치 소개, 워밍업, 기술, 경기, 마무리 5단계로 진행되는데요. 이번 친선경기에 참여하는 선수단이 모두 여자축구 소조인 만큼 '여성의 스포츠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한 대화로 시작됩니다. 이후 축구 기술을 활용한 워밍업과 준비운동 등이 이어집니다.

(하석원)저희 프로그램은 존중, 책임감, 신뢰, 공통, 공평, 포용 이렇게 다섯 가지의 가치를 축구 활동을 통해서 참가자들이 느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인데요. 이번엔 여자축구 동아리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여성이 스포츠 업계 안에서 차별받는다거나 평등성을 잃는 등 요즘 이슈화되고 있는 문제점도 얘기를 해봤고요. 참가자분들의 실제 경험 얘기도 했고 여성 축구의 발전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하는 주제로 토의하는 시간도 가졌고 참가자분들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 드디어 60분간의 평화 축구 시합입니다.

(현장음) NIC 화이팅. 안 다치게 안 다치게~ / 어이. 어이. 파이팅!!

힘찬 구호와 함께 본격적인 축구 경기가 펼쳐지는데요. 점수를 내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존중, 책임감, 신뢰, 공평, 포용 등 평화 가치가 얼마나 잘 적용된 축구를 하느냐 입니다. 평화와 축구는 찰떡궁합이라는데요. 강 빈 씨의 설명으로 들어보시죠.

(강 빈)저희가 평화 축구를 운영하러 갔을 때 평화랑 축구가 어떻게 관련이 될까요? 하고 질문을 던지기는 하는데요. 축구하면 경쟁, 갈등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이런 축구를 하면서 어떤 가치를 이야기하느냐, 어떤 것들을 생각하느냐에 따라 평화가 될 수 있고 또 싸움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축구를 이용하는 거고, 결국 평화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이 평화 축구라는 게 가능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평화 축구는 경기 규칙을 참여하는 선수들이 정한다는 것도 특이하지만 반칙하거나 태도가 좋지 않은 선수에게 경고나 주의를 주는 심판이 없습니다. 그 자리는 코치가 대신 합니다.

(강 빈) 평화 축구 코치는 축구 체육 활동에 우수하진 않아도 돼요.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들어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는지가 조금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머릿속에 평화에 대한 생각이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어야 하고 관찰하거나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해서 서로한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런 것들을 집어내는 능력이 조금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날 참여한 평화 축구기획자 문창섭 씨는 한국 내에 평화 축구가 도입될 수 있었던 배경을 알아야 한다는 말과 더 많은 친구들이 평화 축구를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습니다.

(문창섭)여러 분쟁 지역에서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지금 그런 상황이 있기 때문에 이 프로그램이 도입될 수는 있었고요. 그런데 꼭 그런 요소가 아니더라도 북한 문제뿐 아니라 종교, 인종 등 정말 많은 문제들이 있잖아요. 그런 문제들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모두 함께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축구로 마련해 주기 위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화 축구는 또래 친구들과 즐겁게 축구를 하면서 뛰어놀 수 있는데 그저 즐겁게 뛰어노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아직까지 존재하는 여러 가지 현안들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고 평화 가치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면서 우리 사회에 직면한 문제들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슬기롭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평화가 어떤 건지 단순히 떠올렸을 때 비둘기 이런 추상적인 것보다는 이렇게 좀 몸으로 뛰면서 직접 몸으로 평화라는 것에 대해서 체감해보고 생각해보는 그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losing Music –

청년들은 축구라는 스포츠 종목으로 평화의 가치를 전하고 더 나아가 남북의 화합까지 기대하는데요.

한반도를 비롯해 쉽게 풀릴 수 없는 갈등 상황에 놓인 사회를 평화롭게 바꿔내는 것은 어마어마한 작업입니다. 그런 일은 몇 세대가 지나야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데요. 하지만 이 청년들은 노력하고 뛰고 있습니다. 뾰족한 세상이 축구공처럼 둥그레 지기를 바라면서 말입니다. 축구와 평화를 다시 생각해보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