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80년대부터 지금까지, 북한의 K문화(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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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국에서 자주 열리는 행사 중 하나가 북토크입니다. 책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북(booK)과 대화라는 뜻의 토크(TalK)를 합쳐 책을 낸 작가와 독자와의 만남이 열리는 행사를 말하죠. 북스토리 역시 영어 BooK과 이야기라는 뜻의 Story가 만나 책이야기라는 공간이나 행사를 뜻하는데요. 여기서 ‘북’이 영어가 아니라 북쪽의 ‘북’으로 바뀌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통일부에서 마련한 특별한 행사 북스토리, <여기는 서울>에서 그 현장 찾아가봤습니다.

(현장음) 현장 B.G 음악

이곳은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일지아트홀.

지난 3월 11일, 이곳에서 책에선 볼 수 없는 북한 이야기 ‘북스토리’ 행사가 열렸습니다.

(현장음-사회자) 2024 찾아가는 북스토리 시작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행사는 남북 경계를 넘는 K문화의 힘을 주제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K팝뿐만 아니라 K 드라마, K 영화 등 한국의 대중 문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경을 넘어서 전 세계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데요. 북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북한 주민들에게까지 전달되는 K문화의 힘. 오늘 토크 콘서트를 통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찾아가는 북스토리 행사는 한 달에 한 번 새로운 주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달에 열린 ‘찾아가는 북스토리’ 행사의 주제는 한류를 뜻하는 ‘K문화의 힘’입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K문화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강연과 해당 분야의 탈북민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순서로 진행되는데요. 개막 공연, 그러니까 축하공연으로 행사가 시작됩니다.

(현장음-축하공연) 남북 통일 코리아 악단

(인서트-인사말) 통일부 장관 김영호입니다. K문화라고 하는 것은 전 세계 외국으로만 가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즐기고 있는 것처럼 북한에 있는 젊은이들과 북한 주민들도 K문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그게 한류 문화입니다. 지금 한국에 탈북민들이 3만 4천 명이 들어와 있습니다. 탈북민 6,351명을 대상으로 통일부가 지난 10년간 직접 인터뷰를 했습니다. 사실상 북한에 대한 첫 번째 여론조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는 원래, 통일부에서 상급 비밀로 분류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내부 정책결정에만 사용을 해왔었는데 북한 실상을 국민들에게 또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대북 정책과 통일 정책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중요하다라고 인식해서 전격적으로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던 북한 내부의 실상, 얼마 전 통일부가 전 국민에게 공개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라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했는데요. 통일부 장관의 설명으로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통일부장관) 한국으로 들어온 탈북민 6,351명을 통일부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10년간 직접 인터뷰 했습니다. 1100개의 질문을 던졌고 그 중에서 160개를 선별했습니다. 이 인터뷰에 참여한 탈북민들은 82%가 압록강, 두만강에 있는 접경 지역에 살고 있는 분들이고 비접경 지역 내부가 15.2%입니다. 평양도 2.7%가 있는데 보시는 것처럼 왼쪽의 여성 비율이 많습니다. 여성이 81%, 남성이 18%입니다. 핵심적인 질문 중에 하나가 북한에 있을 때 식량 배급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탈북민들에게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래프에 보시는 것처럼 72%가 그런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배급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이렇게 보시면 되겠습니다.

강연자료.jpg
'2024 찾아가는 북스토리'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RFA PHOTO

배급에 문제가 생기면서 북한 주민들은 자구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며 북한 내 장마당이 활성화 된 배경과 함께 신뢰도가 하락한 북한 돈보다 중국 돈 위안화나 미국 돈 달러로 거래를 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돈으로 무엇을 하는 지 등 북한 주민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평양과 지방 도시간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고 장마당이 활성화 되면서 여성의 위상이 점차 올라가고 있다는 것을 북한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영상을 하나 보여주는데요.

(현장음-북한중앙TV 드라마) 여보 준혁이가 왜 늦을까요? / (남편)수학 소조에 갔으니 아마 오늘 저녁엔 좀 늦을 거요. / (부인) 여보. 거기 밀가루 좀. / (남편) 어? 어. 이번 밀가루는 좋은 걸로 받았구먼. / (부인) 네. 팔리는 걸 당신 생각해서 좀 남겨 왔수다. / (남편) 그래? 여보. / (부인) 왜요? / (남편) 당신 말이요. 밀가루 장사를 그만두고 유치원에 나가서 교양원을 다시 하지 않겠어? / (부인) 뭐라고요? 장사 안 하고 살 수 있어요? 당신 굶어 죽겠소? / (남편) 뭐요? / (부인) 정 그렇다면 당신이 좀 벌어다 먹이구려. 내가 장마당에서 하루 종일 앉아 고생하는 거, 뭐 하고 싶어서 하는 줄 알아요?

북한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북한의 변화를 이미 알고 있지만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관심이 없어 잘 모릅니다. 북한 영화나 드라마를 일부러 찾아보는 경우도 드문데요.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현장에서 보여준 드라마 일부 장면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알게 됩니다.

비록 짧은 영상이었지만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마찬가지로 북한 사람들도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한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 문화를 접하면서 한국을 동경하게 되고 결국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탈북민들이 꽤 많은데요. 과연 얼마나 될까요?

(현장음) 당신이 탈북하기 1년 전에 북한 내에서 한국 드라마나 중국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가? 83%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이건 거의 100%라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국 드라마를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 본 사람은 없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중독성이 강하니까요. 남성 탈북자 한 분은 북한에서 천국의 계단을 5편까지 보고 왔는데 자기가 한국으로 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천국의 계단’ 6편부터 보는 거였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1편부터 20편이 있다면 1편을 보면 아무리 이걸 탄압을 한다고 하더라도 안 볼 수가 없다고 하는 거죠.

목숨 걸고 탈북해 도착한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자신이 보던 한국 드라마를 이어서 보는 것이었다는 한 탈북민의 이야기에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은 웃음보가 터졌는데요. 김영호 장관은 그 이야기는 아주 중요하다며 우리가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북한 당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기에 한국 영상물을 봤을 때 처벌을 더 강화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 정권이 2020년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통과시키고 최고 사형까지 집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말에 관객석 사람들 모두 웃음기가 사라집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외부 세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북한 주민들! 그들의 의식 변화에 우리 국민도 함께 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은 마무리되고 토크 콘서트가 이어지는데요. 탈북민과 함께 경제 변화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입니다. 국립통일교육원에 재직 중인 경제학 박사, 탈북민 정은찬 교수인데요. 북한 내 손전화 보급과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인터넷도 안 되는 북한에서 K문화를 어떻게 접할 수 있었는지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들려줍니다.

-Closing Music-

(현장음-정은찬 교수) 제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는 80년대 말이었는데요. 한국 노래를 일명 북한에서는 남조선 노래라고 해요. 한국 노래를 누가 몇 곡을 통기타 치면서 들키지 않고 부르냐. 이게 대학생들 사이에서 잘 나가는 대학생, 어깨에 힘 들어가는 대학생의 표준이었습니다. 80년대 말에는 그랬었는데 90년대 초반이 되니까 소련과 동부권 사회주의가 붕괴되면서 그곳에 유학 갔던 유학파가 돌아오게 됐어요. 그러면서 한국에서 번역한 외국 영화 그리고 한국 드라마, 이런 비디오 테이프를 가지고 들어와서 그걸 간부집 자녀들이나 유학파끼리 가만가만 밤을 새워 봤어요. ‘첫사랑’ ‘약속’ ‘야망의 전설’ 뭐 이런 것들 있죠. 봤던 기억이 있고 그 이후에 경제난 이후에~

80년대부터 한국의 문화가 북한으로 유입되고 있었다는 사실은 저도 처음 알았는데요. 그만큼 남북의 경계를 넘고 있는 K문화의 위력이 대단하네요.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