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건축사의 북한땅 훑어보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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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벚꽃의 꽃잎이 떨어진 자리를 보니 노란 민들레가 활짝 피었습니다. 누군가의 눈에는 꽃으로 보이는 민들레이지만 누군가는 뽑아야 할 잡초로 보고 또 어떤 이에게는 효능 많은 약재로 보이죠. 이처럼 같은 사물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래서 북한, 통일 문제도 정치인이 풀어가는 방식과 기업인, 예술인이 풀어가는 방식이 다 다른데요. 도시의 개발 방향을 제안하는 건축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요?

북한 지역 개발에 관심 있는 건축사들이 2016년 만든 ‘북한개발연구위원회’. 이 단체에서는 연구 성과를 해마다 발표하고 있는데요. 지난달 5번째 심포지엄을 열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현장음- 김재록_서울시건축사협회회장 축사) 우리 건축사들은 이제 건축사로서 사회적 역할을 해야합니다. 이번 북한개발연구회에서는 탈북민들을 모셔서 증언도 듣고 그분들이 갖고 있는 소중한 자료를 다 모아서 한 거니까 유익한 시간 됐으면 좋겠습니다.

북한개발연구위원회에서는 지난 2년간 평양 이외의 북한 지역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북한을 9개 행정구역으로 나눠, 최종 6개 지역을 선정해 각 지역의 특성과 개발 가능성을 찾아본 것인데요. 차상욱 위원장의 설명입니다.

(차상욱 북한개발연구위원회 위원장) 건축사의 시각으로 도시들이 지닌 흥미로운 요소들을 볼 때 분명히 미래의 한반도에서 잠재적인 가치가 풍부하게 드러날 거라고 판단한 도시입니다. 규모 면에서 보면 그보다 더 중요하고 큰 도시들은 많지만 저희 건축사의 시선에서 정한 도시는 이 6개입니다. 청진, 원산, 해주, 평성, 강계, 혜산! 저희 건축사들이 6개 도시를 깔아놓고 펼쳐 보이는 미래의 비전들이 절대 정답이나 예언은 아닙니다만 북한의 긍정적인 미래상 그것을 찾는 데 있어서 하나의 방법론으로 받아들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건축사들은 청진에서 첨단과학과 산업기술이 융합된 첨단 산업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습니다. 한국에서는 북한 핵무기 관련 뉴스가 나올 때마다 풍계리, 무수단리 등의 지명이 자주 거론되고 있지만 핵기술이 인류 발전을 위한 도구로 전환이 되면 과학 단지로 발전 가능하기 때문이랍니다.

또 남한 사람들에겐 김정은 위원장의 고향으로 알려진 원산은 육로와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자 한반도 최초의 스키장인 신풍리 스키장이 건설된 지역이라는 설명과 함께 관광과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최적의 지역으로 발전 가능하다고 평가했습니다. 원산 지역 연구를 맡은 성치호 위원의 발표내용, 잠시 들어보시죠.

(성치호 연구위원) 한반도 최초의 스키장이 건설된 지역입니다. 신풍리 스키장이라고 하고요 높이가 768m로 지질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는데 구한말 때부터 조선을 방문한 서양인들이 볼 때는 천혜의 자연 스키장 부지라고 인식했던 지역이고요. 김정은의 지시로 신풍리 스키장 터를 마식령 스키장으로 개발하게 됩니다. 총연장 50km, 10개의 스키 주로가 있고 수영장 관광시설로 조성했습니다. 다음은 갈마 군용비행장의 국제공항 탈바꿈인데요. 원산 관광단지를 찾는 외국인들을 찾아오게 만들려는 의도라고 하고 있고요. 이것은 제가 상상해보는 원산의 개발 모델입니다. 레저와 스포츠 등 관광의 모든 것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해양 자원과 지하 자원 그리고 해상 레저를 포함한 스포츠 도시로 활성화한 모나코가 생각이 났고요. 거기에 카지노 등을 유치해 낮과 밤,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가지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또 해주가 있습니다. 정성철 위원은 서해 평화 협력과 경제공동특구가 기대되는 지역이라고 전망합니다.

(정성철 연구위원) 해주시는 수양산 아래에 원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가 확장되었고 중앙에는 남산과 선녀산이 솟아 있으며 해안가에는 공장 산업단지와 해주항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도시 공간 구조를 도심지는 역사 문화 중심지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고 노후 주거지는 교육 시설을 중심으로 주거지 재개발을 추진할 수 있습니다. 중앙에 위치한 남산과 선녀상 주변으로는 에코 그린파크와 첨단 산업타운으로 조성하고 항만과 서측은 시멘트, 제철, 조선 등 수출 산업단지로 특화할 수 있습니다. 또 해안가 갯벌과 기존의 비행장은 드론과 무인 항공기 등 스마트 항공 산업과 결합하여 해양 레포츠 단지로 조성할 수 있겠습니다.

네 번째는 다양한 잠재 가치를 내포하고 있는 평성입니다. 이옥정 위원은 북한 최대 규모의 장마당이 있는 유통의 중심지, 평성은 개발의 시기가 도래하면 폭발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지역으로 손꼽았습니다.

다섯 번째는 자강도 강계. 임준빈 위원은 강계를 자연환경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평가합니다. 강변 도시이기에 수변을 개발하면 도시가 발전할 수 있고 관광휴양지로 적합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여섯 번째, 양강도 혜산인데요. 한반도의 국경도시로 개발잠재력이 높다고 평가합니다. 특징적인 개발 잠재력은 지리적 환경, 기후 그리고 자원, 이 세 가지를 꼽는데요. 이를 토대로 지경선 위원은 혜산의 개발 방향을 이렇게 전망합니다.

(지경선 위원) 무역에 최적화된 혜산의 주민들을 주축으로 중국과의 국경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수립해서 (혜산을) 자유경제구역으로 개발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개발 방향은 지하 도시 개발입니다. 그렇게 개발된 지하의 공간에 자유경제구역에 걸맞는 복합 쇼핑몰 등이 들어서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 번째 개발 방향은 지열 발전과 통화 개혁입니다. 제가 제안해본 개발 방향성은 어디까지나 미래에 분명히 다가올 북한 개발 시대를 준비하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제안한 모델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건축사의 시각으로 제안한 북한 도시 개발 방향.

북한 지역에 대한 자문을 담당한 탈북민 출신 김병욱 박사는 어떻게 들었을까요?

(김병욱) 대동강을 어떻게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도 그렇고 외국 사례를 든 것도 그렇고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여기처럼 특정한 직업군이 자기의 사명감 가지고 북한 개발에 대한 심포지엄을 지속적으로 여는 것은 쉽지 않아요. 많이 감동되죠. 탈북민들이 자기 고향이라도 저렇게 애정을 갖고 저렇게 할 수 있을까…그런데 이분들은 북한 주민들이 자기 고장을 어떻게 잘 살게 만들 것인지를 그 방법들을 제시해요. 이런 연구가 국가 주도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평범한 민간인들이 자기의 직업을 활용해서 뭔가 북한 주민들하고 같이 통일을 이루어 나가기 위한 노력들이죠. 그래서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Closing Music –

북한 도시의 개발을 위해 연구하고 공부하는 한국 사람들이 고마우면서도 그들이 제시한 개발 방향이 가상 세계로 여겨진다는 탈북민도 있습니다. 한국에 온 지 10년차 됐다는 김요셉 씨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취자들에게 이 말만큼은 꼭 전해지길 바랍니다.

(김요셉) 솔직히 북한 사람들이 이걸 듣는다면 김정은 체제인 북한에서 개별적인 건축, 개별적인 지역 개발을 위해서 연구한다는 사실을 잘 모를 겁니다. 남한은 이런 체계가 너무 잘 돼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그 지역의 개발 방향을 연구할 수 있고 북한을 위해서 신경 쓰고 또 이렇게 연구하는 분들도 많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고요.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시는 분들만이라도 그런 희망을 안고 살면 어떤 방법이 나오지 않겠나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첨단도시 청진, 관광도시 원산, 수출항만 도시 해주, 휴양지 강계, 자유무역구 혜산, 유통의 중심지 평성… 건축사들이 제시한 도시의 미래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가능성과 잠재력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힘을 줄 것이라 믿으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