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절박한 삶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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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요즘 남한의 웹툰 하나가 화제입니다.

웹툰은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인데요.

제목이 ‘열무와 알타리’입니다.

남새 이름으로 알고 있겠지만 웹툰에 등장하는 사람의 이름인데요.

뇌성마비로 장애를 갖게 된 아들 열무와 열무의 일란성 쌍둥이 동생인 알타리를 키우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아이를 키우는 작가의 이야기는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합니다.

익숙한 듯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이니까요.

탈북민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책 ‘절박한 삶’은

익숙한 듯하지만 특별한 삶을 살아온…

또 살아가는 다섯 명 탈북 여성들의 인생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지난 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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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글쓰기와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곽상인 교수라고 합니다. 전주람 선생님께서 인터뷰 자료를 갖고 오셨는데 그걸 제가 소설처럼 각색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 저는 심리상담 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요. 귀한 자료라고 생각이 돼서 책을 내게 됐습니다. / 저는 북한에서 탈북해서 온 백장원 입니다. 지금은 남북 문화 통합 센터에서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출판된 따끈한 신작 ‘절박한 삶’은

전주람 작가가 5명의 탈북 여성들과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곽상인 교수가 각색해 탄생한 책입니다.

백장원 씨는 5명의 탈북 여성 중 한 사람으로 책 속 주인공이죠.

인터뷰는 2014년에 이뤄졌고

그 내용은 2016년 탈북여성의 심리사회적 자원을 분석하는 학술 논문으로 발표됐는데요.

두 작가는 인터뷰가 연구자들에게만 소개되는 것이 아쉬워 책으로 다시 엮었습니다.

책 속에서 작가는 인터뷰 형식으로 그들의 삶을 물었고 그 삶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고향을 떠나고, 강을 건너고, 북송을 당하고, 중국에서 팔려가고

죽은 아이를 가슴에 묻고…

대화 중에 눈물을 쏟을 만큼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이 많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작가는 이야기를 쉬어갑니다.

인서트2: (곽상인) 넘어오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고 목숨 걸고 내려오는 거잖아요. 그 과정자체가 뻔한데 와서 또 힘들게 살아가는 것을 끝간데 없음을 계속 보여주면 독자들이 지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여기서 한 번 반전을 주는 건 어떤가. 그래서 공감대가 형성되면 마무리 주는 거, 그리고 그것에 대한 해석이나 나름의 평가는 독자들에게 맡기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끝맺음을 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 (전주람) 뭔가 이분들의 절박한 어떤 인생의 사건들을 보여드리지만 그것이 절박함으로 끝나지 않고 뭔가 희망이나 이분들이 갖고 있는 자원을 끌어서 어떤 방식으로든지 삶을 살아냈다는 것을 보여드리는 게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절박한 삶’ 속에 담긴 다섯 명의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납니다.

저마다 애달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탈북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우리와 다를 바 없는 누군가의 엄마이고, 딸이고, 하나의 인격체인 평범한 한 사람이니까요.

작가들 역시 가정을 이루고 자녀들이 있기에 공감을 많이 느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녀들이 단단해져야 했던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인서트 3: (전주람) 같이 강을 넘어오시면서 내 자식을 잃어버렸을 때.. 뭔가 평생 동안 지워지지 않는 상처이겠지만 그것을 나름대로 시간이 지나면서 종교로 승화하신 어머니.. 그리고 다시 딸을 데려오려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그런 과정들을 보면서 부모 자식간의 어떤 관계일까.. 많이 생각이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깊이 있는 개인의, 그런 사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나름대로의 주변의 자원들을 또 자기 마음 안에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서 삶을 버텨나가는 것이 되게 의미 있다고 생각이 됐고. 개인의 생애에서는 뭔가 생존하려는 어떤.. 발버둥 같은 거잖아요. / (곽상인) 정말 강을 건널 때, 그리고 가족을 놓고 올 때 그 마음은.. 정말 찢어지죠. 이루 말할 수 없죠. 우리가 단장이라고 하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 단장의 그 아픔을 저도 간접적으로나마 느껴봤기 때문에 특히 그 부분은 굉장히 심혈을 기울였고 조심스럽게 글을 써야 됐고 언어사용 자체도 감정을 절제하면서 작업했던 기억이 납니다.

각자 다른 경험과 경로를 거쳤지만 다섯 명의 탈북 여성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생사를 넘나들며 얻은 강인함 인데요.

백장원 씨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잘 살아왔구나 하고 위로를 받습니다.

인서트4: (백장원) 우리 딸을 잃어버려서 1년 동안 머리도 못 들고 집에서 학교도 안 나가고 그랬는데.. 내가 강하게 살았구나… 저도 그 책을 보니까 저도 느껴지더라고요. 위로를 받았죠. 많이 받았죠. 다른 분들의 삶도.. 그러니까 사람이 제각기 삶이 다르지만 그 사람들의 고충이나 내 고충이나 다 비슷비슷 하잖아요. 그분들도 정말 어렵게.. 여기 와서 적응을 모두 잘하고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죠.

전주람 작가도 이번 작업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탈북 여성들에게 삶에 대한 자원, 말하자면 내공이 깊다는 것을 말이죠.

엄마로, 딸로 자신의 정체성을 계속 새롭게 만들어 가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탈북 여성들을 보고

그들의 강인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부각되기를 전 작가는 바랍니다.

인서트 5: (전주람) 북한사람하면 뭔가 한국사회에 적응시키고 뭔가 알려줘야 되고 이런 부분을 더 많이 연구됐던 것 같아요. 그간에.. 그래서 이분들이 지니고 있는 어떤 강인함이나 본인이 살아가기 위해서 했어야만 했던 내려놓음이나, 일상에서 찾으려고 하는 어떤 감사한 마음이나 낙천성이나… 이런 어떤 세부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우리가 일반화 시켜서 얘기할 수 있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떤 실존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러면서도 한 개인이 갖고 있는 자원들을 1차적으로는 내려온 분들이 스스로 뭐가 있는지 아시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긍정적인 부분들. 이런 것을 많이 찾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당사자들은 어떤 점이 전해지기를 바랄까요?

백장원 씨는 책 속에 담긴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탈북과정이나 북한에서 보냈던 어려웠던 시절 얘기보다

그 모든 것을 극복해가는 과정을 봐주길 바랍니다.

인서트6: (백장원) 어려웠다는 것은 북한학을 연구하는 사람들도 그렇고 뉴스도 많이 나오고 어렵다는 것은 전세계가 다 알잖아요. 그런데 그분들이 여기 와서 어떻게 정착하고 어떻게 마음 속으로 감사함을 갖고 살고 어떻게 살아가는 것은 별로 표현한 것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우리가 그렇게 절박하게 살았지만 여기 새 땅에 와서 또 뿌리를 내리고 살자면 어떻게 살아야 된다 우리가 터득을 했기 때문에 이런 삶, 저런 삶을 힘들게 살지만 그것을 아주 묘사를 잘해서.. 우리가 사는 삶을 현실 그대로 책에다 해주니까 잘 된 거죠.

삶에 대한 강한 의지와 열정으로 남한에 정착해 가는 다섯 명의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는

본인이 행복해야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백장원 씨는 그 말의 의미를 지금은 잘 알고 있습니다.

인서트7: (백장원) 북한에 있을 때 오직 가정, 자식, 남편… 이것밖에 몰랐거든요. 나에 대해선 아예 생가도 못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렇게 살았는데 중국을 거쳐서 한국까지 오는 과정을 거치며 보니까 내가 있어야만 자식도 있고 남편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거에요. 나만 깨달은 것이 아니라 모든 탈북자들, 모든 강을 넘어가는 사람들은 다 그렇다고 저는 생각해요. 내가 살아있어야만 내 자식을 도와줄 수 있고 남편을 데려올 수 있고, 내가 열심히 살면 데려온 자식도 그 어머니 모습을 보고 열심히 살려고 하고 내가 있음으로 해서 내 자식한테 도움이라도 줄 수 있고 내가 일단 건강하고 내가 살아있어야 된다..

-Closing-

살면서 누구나 인생의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다섯 명의 탈북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내가 헤쳐온 어려움이 다시 살아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이들의 존재가 힘든 삶을 살아가는 모두에게 힘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 인사드립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