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향한 행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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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에선 매년 2월이면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졸업식이 치러집니다.

학생들을 축하해주려는 가족과 지인들로 졸업식은 늘 북적이고 축제 분위기였지만

지난해 이맘때부터 시작된 신형코로나비루스 유행은 졸업식 풍경을 바꿔 놓았습니다.

마스크를 착용한 채 졸업생들만 참석하는 작은 졸업식을 진행하거나

규모를 축소해서 비대면으로 온라인 상에서 졸업식을 진행하는데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는 온라인 졸업식을 선택했습니다.

새로운 시작과 끝내는 아쉬움이 함께 하는 자리…

형식이야 어찌됐던 그 감정은 같았던 온라인 졸업식 날 풍경,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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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축하곡)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졸업식 현장이 차분하고 조용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50인 이상 집합 금지 등의 이유로

졸업식 현장엔 가족들과 후배들, 후원자들… 이렇게 축하객들이 함께 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한 공간에 모이지 못했지만

다들 집에서, 직장에서 온라인 화면을 통해 졸업식 현장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졸업식이 시작되기 전 펼쳐지는 축하 무대도...

여러 내빈들의 축사도, 사전에 녹화한 영상으로 대체됐네요.

이렇게 조심스럽게 진행되는 졸업식 모습! 잠깐 살펴볼까요?

인서트2: (축사) 남북사랑학교 학생 여러분! 졸업을 축하합니다. / 작년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우리가 자연스럽게 행동했던 일상이 무너진 한 해였습니다. 이렇듯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부에 대한 열의를 잃지 않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오늘 졸업하는 남북사랑학교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 힘들고 어려운 환경과 상황 가운데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인생의 무게를 이겨내고 듬직하게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 여러분이 이제 남북사랑학교를 졸업하여 대학으로 진학하고, 여러분의 인생길을 걸어갈 때마다 늘 다시 시작하는 그런 마음으로 자신의 인생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남북사랑학교에선 해마다 1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있는데요.

간단한 학교 소개, 추유진 교감에게 들어봤습니다.

인서트3: (교감) 우리 남북사랑학교는 2016년도에 탈북민 학생 한 명으로 시작된 학교였습니다. 중국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저희 학교와 연계되어 있는 선교단체에서 학생들을 구출해서 남한으로 데려와서 왔어요. 남한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잖아요. 그런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이런 학교를 설립했습니다.

올해가 네번째 맞는 졸업식인데요.

온라인이라도 졸업생들은 검정색 졸업 가운과 네모난 학사모를 갖춰 입습니다.

인서트4: (현장음) 그거 벗고 갈아입고 바로 이쪽으로 와. 시간이 없거든 / 핸드폰, 중요한 것만 챙기고 짐은 여기다 놔 얘들아. 그리고 이따가 졸업식 마치고 졸업가운이랑 학사모 반납하는 거거든. 다 끝나고 다시 여기로 오는 거야~

난생 처음 입어보는 졸업 가운과 학사모…

학생들에게는 이날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졸업식장 현장 양쪽에 설치된 대형 텔레비전 화면을 통해 내빈들의 축사가 끝나고

심양섭 교장 선생의 인사말이 현장에서 이어집니다.

인서트5: (심양섭) 이번 졸업식의 주제가 “아름다움을 향한 행진 (Step toward Goodness)”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아름다움은 외모(beauty)가 아닙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입니다. 이번에 졸업하는 열 명의 졸업생 모두가 내면이 아름다운 사람으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졸업식의 주제를 그렇게 정해 보았습니다. 남북사랑학교의 교훈은 정직과 성실 그리고 사랑입니다. 정직하고 성실하게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아름다움입니다.

눈 앞에 축하객은 없지만 축하 메시지는 전해집니다.

졸업식이 온라인 상으로 실시간 중계되면서 하객들은 영상을 지켜보며 간단한 글을 남길 수 있는데요.

후배들과 학부모들의 축하와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졸업식도 끝을 향해 갑니다.

30여명의 재학생들을 대표하는 후배의 졸업식 송사와 떠나는 졸업생의 답사입니다.

졸업식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한 후배의 송사는 영상으로 전해졌습니다.

인서트6: (송사) 선배님들! 졸업식을 축하합니다. 태어난 곳도. 취미도. 성격도 많이 다르지만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우리에게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앞으로도 "학교에는 자랑으로 후배들에겐 꿈이 되어 주세요.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신 선배님들의 모습을 본받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 앞에 차려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후배들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제 선배님들은 새로운 세계로 마음껏 나래를 펼치고 항상 꽃길만 걸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하고 축복합니다.

답사는 졸업생 대표, 조은정 씨입니다.

은정 씨는 카메라 앞에 섰고 그 모습은 인터넷으로 전해지는데요.

도전하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했다는 은정 씨는 재학 시절의 추억을 전하네요.

인서트7: (조은정) 아직도 남북사랑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보았던 수학 시험이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지금 보면 참 쉬운 문제인데 그때는 왜 그렇게 어려운 문제였는지요. 시험 도중에 교실을 나와 혼자 울고 있는 나에게 ‘괜찮아 여기 있는 친구들 처음에는 다 그랬어. 처음부터 잘하는 친구들 많지 않아. 열심히 하면 금방 따라 갈 수 있어’라고 위로해 주셨던 선생님들도 기억이 납니다. 남북사랑학교의 선생님들은 최고의 선생님들이십니다. 표현이 부드럽지 못하고 불만도 많은 우리지만 인내와 사랑으로 기다려 주시고 바라봐 주셨습니다. 그러기에 막상 졸업을 한다고 하니 기쁘기도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쓸쓸함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쓸쓸함 또한 감사함으로 바꿔보겠습니다. 받은 사랑을 잊지 않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는 삶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은정 씨는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에 합격했습니다.

남북사랑학교 졸업 후에도 후배들이 따라 올 길을 최선을 다해 닦아 놓겠다며…

은정 씨의 목이 점점 메이는데요.

목을 가다듬고 선생님들의 이름과 함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은정 씨의 모습에

선생님들의 눈가도 촉촉해 집니다.

인서트8: (조은정) 뻣뻣한 우리 영어발음을 버터발음으로 바꿔 주시느라 수고하신 추유진 교감선생님과 그 외에도 함께해주신 선생님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입시 준비로 함께 해주신 사랑하는 황인애 선생님에게 따뜻한 감사를 전합니다. 마음 닫고 있던 저에게 믿음으로 다가와 간섭해주시고 ‘너는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라고 늘 위로해 주셨습니다. 이 자라에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당신의 은혜가 없었다면 저는 분명히 오늘 이 자리에 서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한결같은 사랑에 감사드리며 받은 사랑을 필요한 곳에 나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올해는 답사자가 두 명입니다.

두번째 답사자는 2019년에 한국 땅을 밟은 정희옥 씨입니다.

인서트9: (정희옥) 안녕하세요. 저는 남북사랑학교 제4회 졸업생 정희옥입니다. 저와 같은 제3국 출생의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제3국 출생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던 일 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입시준비를 하면서 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방법을 찾고 포기하지 않으니 좋은 결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제3국 출생인 후배들도 희망을 가지고 선생님의 지도에 잘 따른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남북사랑학교 학생으로 졸업한 것을 저는 늘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Closing-

이제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 졸업장 수여식만 남았습니다.

처음 입어보는 검정 가운과 학사모, 거기에 졸업장까지!

탈북 졸업생들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북사랑학교 졸업생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도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