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을 향한 행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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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난 2월, 탈북민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에서 졸업식이 열렸습니다.

코로나 비루스의 유행 속에서 현장엔 10명의 졸업생과 선생님만 참석한 채

하객들은 인터넷으로 지켜보는 온라인 졸업식이었는데요.

정들었던 학교를 떠나는 졸업생들에게 후배들은 이런 영상을 남겼습니다.

인서트1: (송사 중) 선배님들은 우리 재학생들의 마음 속에 무언가를 하려면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의 뿌리를 심어 주셨습니다. 저희도 열심히 노력하신 선배님들의 모습을 본받아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자기 앞에 차려진 모든 일을 성실히 수행하며 후배들의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누군가에게 본보기가 되는 삶….

어깨가 괜히 무거워 지기도 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짐을 하게 되기도 하죠.

<여기는 서울>에선 남북사랑학교 졸업식 소식을 세번에 걸쳐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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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2: 졸업 노래 + (졸업식 현장음) 하나, 둘, 셋!~

졸업식이 끝나고 기념으로 하는 다 함께 학사모 던지기!

올해 어느 학교 졸업식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이었는데요.

졸업생 10명으로 단촐한 남북사랑학교에선 가능했습니다.

덕분에 진짜 졸업식 분위기가 나네요.

내빈들과 후배들, 축하객들까지 함께 한 단체 사진촬영은 불가능했지만

졸업생들은 마지막 기념사진을 남기기 위해 학사모를 던지고 줍기를 몇 번이고 반복하는데요.

그동안 온라인 화면으로는 졸업생들의 사진과 졸업 소감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인서트3: 안녕하세요. 저는 남북사랑학교 제4회 졸업생 정희옥입니다. 2019년에 중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는데 엄마의 소개로 남북사랑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학교생활을 하면서 많은 첫 경험을 했는데 첫 수학여행, 첫 취미 수업, 대학 탐방 등. 저에게 소중한 기억을 남겨주었습니다. 벌써 시간은 1년이 지나 모든 선생님, 부모님의 도움과 노력 끝에 저는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었고 곧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남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습니다.

교육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고등학교 성적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는 일반전형이 첫번째 방법이고

지역이나 환경을 고려해주는 특별전형이 두번째 방법인데요.

농어촌 특별전형을 비롯해 ‘탈북민 특별전형’ 등

교육의 기회를 균등하게 주기 위한 다양한 특별전형이 있습니다.

탈북민 특별전형도 그 중 한가지이죠.

이 전형은 일반 남한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아닌 특별전형에 지원한 탈북민 간의 경쟁인데요.

3국 출생의 탈북 자녀는 제외됩니다.

정희옥 씨는 졸업식 소감문을 통해 이런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인서트4: (정희옥) 저는 제3국 출생으로 학교에 다니면서 대학입학 준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3국 출생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대학에 입학을 한다는 건 정말 쉽지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선생님과 입시준비를 하면서 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방법을 찾고 포기하지 않으니 좋은 결과를 보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제3국 출생인 후배들도 희망을 가지고 선생님의 지도에 잘 따른다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희옥 씨는 중국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까지 학업을 지속할 수 있었는데요.

10살때부터 12년 동안 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에 한국행을 결심했고

2019년, 22살의 나이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인서트5: (정희옥) 만약에 중국에서 대학교를 계속 다니면 제가 26살~7살이 될텐데… 그러면 엄마 아빠랑 같이 생활을 한번도 못하고 계속 떨어져 있을 수밖에 없으니까 대학교 다니면서라도 엄마 아빠랑 같이 생활하고 싶어서 왔어요. 처음에는 다 설레고 그랬지만 엄마랑 같이 있는 시간이 늘면서도 단점이 보이고, 논쟁도 많이 하고 싸움도 많이 했었는데 계속 말하고 같이 있고 서로 이해해주고 또 싸우고 다시 화해하니까, 그게 서로 더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서로에 대해 애틋한 마음은 컸지만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거리감도 있었죠.

그래서 핏줄로 이어진 가족이라도 진짜 가족이 되려면 이런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희옥 씨는 엄마를 통해 삶의 목표와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꿈이 생겼습니다.

희옥 씨의 엄마는 직장생활을 하며

인터넷으로 대학 공부를 하고 학위까지 취득했습니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희옥 씨도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찾아가며 열심히 공부했는데요.

그 결과 1년도 채 안 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정희옥 씨가 선택한 학과는 엄마가 공부한 사회복지학입니다.

인서트6: (정희옥) 저는 아직 사회생활도 한 번도 못하고 한국에 대해서 모르는 게 많으니까 사회복지를 배우면서 좀 한국에 대해 많이 알아볼 수 있고 또 중국에는 사회복지 학과가 없기 때문에 좀 나도 배워보고 싶어서 (선택)했어요. 지금은 좀 다문화 복지 쪽에 일하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일단 중국어도 가능하고 한국어도 가능하고 영어는 좀 더 열심히 하면 되고 그리고 한국에 또 중국인들이 대부분 많으니까 저 같은 사람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이날 졸업식의 주제처럼 ‘아름다움을 향한 행진’을 시작한 희옥 씨인데요.

욕심부리지 않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인서트7: (정희옥) 그냥 한국 대학생활을 좀 잘했으면 좋겠고 전공 수업을 잘 따라갔으면 좋겠고 그리고 될 수 있으면 장학금 또 받을 수 있을 만큼 공부를 했으면 좋겠어요.

희옥 씨는 미래를 향해 희망찬 첫발을 무사히 내딛었습니다.

수강신청도 마쳤고 이번주 첫 강의도 들었는데요.

희옥 씨가 희옥 씨 자신에게 이런 말을 남깁니다.

인서트8: (정희옥) 성격이 많이 내성적이고 좀 고집도 쎈데..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혼자 끙끙 앓지 말고 주위에 나를 말씀해 주는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성격을 적극적으로 내밀었으면 좋겠다. 희옥아, 너는 할 수 있어!

-Closing-

인서트9: (대학입학 축하 메시지) 청춘은 열정이고 도전입니다. 꿈꾸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여러분이 되십시오. 여러분 자신이 바로 희망입니다. 여러분이 스스로 개척하는 미래를 응원하겠습니다. 대학생활을 즐겁게 보내시고 미래를 준비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파이팅!

희옥 씨 뿐 아니라 올해 학교와 직장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는 모든 분들에게 이 말을 전합니다.

우리는 모두, 잘 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