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3월, 봄입니다. 날씨도 포근해졌고 산에 가면 산유화 노랑 꽃이 보이네요. 목련 꽃봉우리도 꽃잎이 곧 터져나올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상의 봄은 아직입니다. 신형 코로나 비루스로 다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요즘 거리는 한적하기만 합니다. 식당이나 상점은 잠시 휴업하는 곳도 있는데요. 유독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바로 약국입니다!
(현장음) 없어요? / 네. / 이제 마감됐어요. / 못사요? 그럼. / 네. 오늘 못사요. 몇 년 생이에요~
신형 코로나 비루스 유행 이후 남한 사람들의 바뀐 일상 중 하나는 바로 마스크입니다. 감염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사람이 모인 곳에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는데요. 모두 마스크를 쓰니, 마스크가 부족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한 정부는 일명 마스크 5부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해에 따라 월,화,수,목,금요일 5일로 나눠 일주일에 1인 2매만 약국에서 판매하는 것이죠.
약국 앞에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이 어느새 일상이 된 요즘입니다. 코로나비루스가 바꾼 일상 속에서 탈북민들은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요?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현장음) 학교 종소리…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와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야 하는 학교. 너무나 익숙했던 소리인데... 지금은 이 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은 개학이 연기돼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직장인들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순차적으로 교대근무를 합니다.
인서트3: (인터뷰) 아이들이 집에만 있으면 답답하고, 집에서 뛰어놀고 하니까 서로 힘든데, 지금 상황에서는 엄마로서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아요. / 가끔 여기 놀이터 저기만 잠깐 나갔다가 오고 그런 실정입니다. /
독서실 가서 공부하거나 집에서 공부하는 편이에요. / 이번에 재택근무가 처음인데,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어서 확실히 안전하다고 느끼고요. / 여러 명이 모이는 것을 피할 수 있으니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센터나 복지관에서 진행하던 강의도 무기한 연기됐고 도서관도 잠정적으로 운영이 중단됐습니다. 탈북청년들의 학습을 지원하고 탈북여성으로 구성된 합창단을 운영하는 민간단체 '물망초'도 마찬가집니다. 조경희 부장의 말입니다.
인서트4: (조경희) 저희가 2월 중순부터 전면 중단을 하고 있어요. 일단은 건강에 대한, 안전에 대한 문제 때문에 저희가 중단결정을 한 거죠. 3월달에 세미나 진행하려고 했던 것도 취소했고 현재로는 그렇습니다. 그 중에 물망초합창단의 경우, 사실은 물망초합창단원들이 물망초합창단에 나와서 연습하고 이런 것들에 굉장히 마음의 위안을 삼았는데 지금 저희가 3~4주간 휴강을 하고 있거든요. 연습을 진행했으면 좋겠다라는 말씀들이 있어서 저희가 이번주부터 진행할까 고려하고 있어요. 그런데 지금 불안해서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여있는 것들이 불안하기 때문에 고려 중이에요.
건강과 안전을 고려한 중단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언제쯤이면 노래연습을 할 수 있는지, 합창단원들의 전화문의는 이어집니다.
인서트5: (조경희) 그렇게 전화가 오면… 저희도 사실 활동을 하는 게 NGO잖아요. 그런데 지금 저희가 활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로는 저희가 국가시책에 맞춰 사회적거리두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긴한데요. 오래 되면 이 분들이 아까 말씀드린 위안이 됐던 합창 연습이라든지 이런 것을 못하는 것에 대한 답답함, 심적으로 답답함을 호소하는 분들이 있어서 너무 오랫동안 이렇게 (중단)해야 하나 그런 내부적인 토의는 많이 하고 있어요. 저희랑 연관돼 있는 북한이탈주민이라든지 합창단, 국군포로 어르신들에게는 저희가 주기적으로 연락을 드려요. 그래서 건강상태가 어떠신지 모니터링 하고 있죠.
비루스 확산을 우려해 많은 탈북민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활동을 피하고 있지만 탈북민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일만큼은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남한에서 가족없이 홀로 지내는 탈북민도 있고 아직 정착 초기라 도움이 필요한 탈북민도 많기 때문에 애정 어린 관심은 잠시도 멈출 수 없다는 사람들. 그 중에는 탈북민들로 구성된 '여원봉사단'도 있습니다. 백춘복 회장의 말입니다.
인서트6: (백춘복) 집체적인 행사는 지금 다 취소된 상태에 있고요. 일단은 큰 행사를 접었다 뿐이지 옛날부터 하던 꾸준한 일들이 있으니 접을 수는 없죠. 코로나 때문에 저기(위험)하다고 하지만 사람이 그리운 어르신들을 상대로 하는 봉사라 그냥 개인적으로 몇 명씩 다니는 봉사는 그냥 진행하고 있어요.
2013년부터 파주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여원봉사단! 8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60여명의 탈북민이 함께 활동합니다.
8명으로 시작해 이제는 60여명의 탈북민이 함께 활동합니다. 파주뿐 아니라 남한 전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쳐 방송을 통해 청취자 여러분들도 익숙한 이름일 텐데요. 지금은 코로나비루스의 영향으로 파주 지역 내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백춘복 회장은 비루스 유행 전보다 요즘이 바쁘다는데… 무슨 얘길까요?
인서트7: (백춘복) 일단 저희는 매주 화요일이면 어른신들 10개 가정에 빵을 가져다 드리는 봉사가 있어요.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 때문에 그냥 빵만 드리는 것이 아니라 각 세대에 방문할 때 소독도 해드렸고 엘리베이터, 어린이 놀이터.. 이런 여러 공공시설들 방역 활동도 진행했어요. 방역도 하고 어르신들 댁에 침상이나 손이 많이 가는 부분들을 예방차원에서 진행해 왔고 일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봉사단을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대부분 같은 탈북민들이기에 부모와 같다는 마음이 들고 무엇보다 답답하고 걱정이 많을 어르신들의 마음이 헤아려 지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인서트8: (백춘복) 어르신들하고 저희 활동을 떼어놓을 수 없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밖에 나오지 못하는 분들을 찾아가서 말벗도 해드리고 마스크를 못 사면 같이 동행해서 모시고 나가서 마스크 구입을 해 드리고.. 사람 많이 모이는 행사는 조직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렇게 방문하는 봉사는 그냥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어르신들은 일주일에 한번 찾아오는 봉사단을 더 반가워하고 이런 소식을 접한 봉사단원들은 더 많이 봉사에 나온답니다.
인서트9: (백춘복) 사람 목숨이라는 게 두개 아니잖아요. 하나에요. 자유를 찾아 목숨 걸고 살려고 온 사람들인데 왜 내 목숨이 귀한 것을 모르겠어요. 어떤 자리에서 어떻게 병이 나에게 간접적으로 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북에 계신 우리 부모님한테 못해드린 그 마음이 지금도 남아있다 보니 밖에 못나오는 어르신들을 생각해요.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노약자들이 밖에 나오면 감염의 요소가 제일 크다고 하잖아요. 겁이 나서 밖에 나오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말 한마디도 못하시고.. 그래서 조금이라도 내가 도움이 된다고 하면... 누군가한테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어서 봉사를 이어가는 것 같아요.
고향에 있는 내 부모 그리고 가족을 직접 챙길 순 없지만 그 마음으로 이웃의 고향 어른들을 챙기는 여원 봉사단원들. 백춘복 회장은 요즘 회원들의 명단을 보고 그날 봉사에서 뺄 사람의 명단을 만드는 일까지 추가됐다고 하네요.
인서트10: (백춘복) 같이 봉사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들이 10명도 더 나와요. 너무 많이 무리지어 다녀도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오히려 내가 나온 봉사자들을 들여 보낼 때도 있어요. 오늘은 누구누구 5명만 하자. 진짜 종잇장도 맞들면 가볍다고 같이 힘을 합쳐주는 봉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코로나비루스로 인한 변화가 한가지 더 있다면 봉사단원들이 가정 방문을 할 때 마스크를 끼고 소독제를 준비한다는 점인데요. 어쩌면 비루스를 이기는 가장 큰 힘은 우리가 주고 받는 따뜻한 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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