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모르는 사람들이 만났을 때 빨리 가까워지려면 밥 한 끼, 같이 먹어보면 됩니다. 그래서 ‘밥 먹으면서 정 든다'라는 말도 있고요. 끼니를 함께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가족을 식구 또는 식솔이라고 하기도 하죠.
주변을 둘러보면 따뜻한 한 끼로 마음을 전하는 봉사자들도 참 많더라고요. 함께 나누는 밥상은 우리의 마음을 그리고 우리의 삶을 훈훈하게 만들어 주는데요. 이런 밥상의 가치를 잘 이해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사이좋게~ 북한 친구들과 작은 밥상을 나누는 청년들의 이야기! 지난 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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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팟캐스트 중) 사부작! 북녘에서 건너 온 솔직담백한 이야기 밥상! 북한의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쏠쏠한 정보까지. 남북한출신 MC와 북한출신 게스트가 함께 하는 김맛 당기는 수다방송! 사이 좋게 북한친구와 함께 하는 작은 밥상 시즌4. 하나, 둘! 잘 먹겠습니다~
‘사이 좋게 북한 친구와 함께하는 작은 밥상’. 줄여서 ‘사부작’ 이라고 하는데요. 인터넷 상에서 전해지는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입니다. 연세대학교의 대학 연합 그루빠 ‘인엑터스’ 구성원들이 시작했고 지금은 탈북민 청년들이 이끌어가고 있죠. 남한 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프로젝트를 마련했는데요. 얼굴 공개를 꺼려하는 탈북민을 위해 목소리로만 이야기를 전하고 이름 대신 출신지와 좋아하는 음식 이름을 섞어 만든 별명으로 서로를 부릅니다.
남북 청년이 팀을 이뤄 진행을 하고 초대손님으로 탈북민이 출연하죠. 방송은 매 학기 별로 운영을 하는데 방학기간에 잠시 휴식시간을 갖는 형식입니다. 2018년 2학기에 시즌1으로 시작해서 현재 시즌6이 진행 중인데요. 매 시즌 별로 조금씩 변화를 줍니다.
인서트2: (효과음) 알고 싶니? 북한! 듣고 싶니? 이야기! 사이좋게 북한 친구와 함께 하는 작은 수다, 사부작~
사부작 방송에선 청년들이 밥상 머리에 앉아서, 혹은 술 한잔 기울이며 할 법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그만큼 꾸미지 않고 현실적인 얘기들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는데요. 탈북민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진솔하게 들려준 온성 풋강냉이의 이야기, 잠깐 들어보시죠.
인서트3: (팟 캐스트 중) 언어교정하러 다니고 성형수술 하러 다니면서 되게 한국사람이 되고 싶어서 노력을 해요. 북한사람인것을 지우고 싶고 그게 너무 부끄러운 거에요. 저도 솔직히 그렇거든요. 북한사람인게 싫고 북한사람 만나는 것도 싫거든요. 그런데 요즘 독서모임 다니면서 보면, 다 이렇게 말해요. ‘나는 북한사람 만나는 게 너무 싫어’ / 진행자: 탈북민들끼리? / 네. 그게 나쁜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한국사회에 빨리 적응하고 싶으니까 한국인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거든요. 다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까 창피한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나도 앞으로 저런 말을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 꼭 한국사람을 닮아가야 될까? 이런 생각도 들었어요~~
방송에 초대된 한 명의 손님의 얘기는 팟캐스트를 통해 4회로 나눠 방송됩니다. '팟캐스트'는 애플의 아이팟(Ipod)과 방송(Boradcasting)을 결합해 만든 신조어로 사용자에게 오디오 파일 또는 비디오 파일 형태로 뉴스나 드라마, 사부작 같은 토크쇼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능형손전화기에서 들을 수 있는 새로운 형식의 라디오 방송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현재까지 팟캐스트 ‘사부작’에 출연했던 탈북민은 100여 명. 시작 5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가 5만 회가 넘었고 1년간의 누적 조회수는 약 87,000회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 정도를 성공이라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또 다른 프로젝트가 준비됐는데요. 바로 책 출판입니다. ‘사부작’ 방송에서 소개된 탈북민 손님 12명의 이야기를 선별해 책으로 엮었습니다. 인엑터스, 김나영 학생의 설명입니다.
인서트4: (김나영) 팟캐스트에 있는 이야기를 12개를 뽑아서 책으로 에세이로 출간하게 되었고 가벼운 얘기도 있지만 무거운 이야기도 담겨있어요. 북한에서는 어떻게 고백하는지부터 시작해서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아니면 북한에서의 대학교 생활이라든지. 보통 북한 관련 책들은 탈출하는 과정에서의 무섭고 험난한 부분만 많이 담겨있는데 저희 책은 그냥 우리의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가벼운 소재를 담았기 때문에 가볍게 읽으면서도 북한에 대한 새로운 지식도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책제목은 ‘평범하지만 특별하게 살랍니다’. 팟캐스트를 북한의 먹거리와 연결해 진행한 것처럼 책 역시 북한의 음식들로 각 장의 제목을 채웠습니다.
인서트5: (김나영) 지역이랑 음식으로 소제목을 정했어요. 청진에서 오신 분들 중에 오징어순대를 좋아했다고 말씀하신 분은 ‘청진오징어’… 이런 식이요. 그래서 닉네임을 위주로 했기 때문에 나이 때는 크게 고려되지 않았는데 보통 여성분이 좀 더 많고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로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최대한 담겨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 12명의 별명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먹기 좋게 뜯어 놓은 짝태와 속이 꽉 찬 오징어 순대 그림 등 12개의 먹거리가 군침을 돌게 하는데요. 1부는 담백한 이야기, 2부는 감칠맛 나는 이야기 그리고 3부는 깊고 진한 이야기입니다.
담백한 이야기의 첫 시작은 단천 짝태의 ‘단천이나 제주나, 서울 모르긴 매한가지’ 입니다. 한국에서 일상어로 접하는 외래어를 ‘모른다’고 당당히 말하고 싶었다는 단천 짝태의 이야기가 담겼는데요. 팟캐스트 방송 부분, 잠시 들어볼까요?
인서트6: (단천 짝태) 북한에서는 커피 종류도 없어요. 그냥 하나! 커피 주세요 하면 커피 하나뿐이거든요. 커피도 마셔봤고 맛도 알아서 커피를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커피숍에 갔어요. 그런데 커피가 너무 많은 거에요. 계속 고민하다가 그분(같이 간 일행)이 시킨 거 따라 시켰어요. 아는 척… 모르면서 아는 척 하는게 제일 안좋은 건데.. 너무 자존심상해서 다음날부터 학원 밑에 있는 커피숍에 가서 순서대로 먹었어요.
탈북민이라는 평범치 않은 타이틀로 평범한 일상을 꾸려가는 길주 완자, 혜산 과즐, 무산 보쌈밥 등 12명의 이야기는 책 제목 그대로 평범하지만 특별합니다. 남한 사회의 평범한 한 사람으로 살아가되 자신의 인생을 잘 살아내겠다는 출연자들의 마음을 그대로 담은 제목이기도 합니다.
인서트7: (김나영) 저희가 전달해드리고 싶은 메시지는 북한이탈주민들도 같은 민족이고 친구로써 만날 수 있는 존재이니까 그분들에게 관심을 갖고 친구를 대하듯이. 우리동네에 있는 언니, 오빠, 동생..이런 느낌으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전하고 싶었어요. (책을) 판매하려는 목적보다 책 내용 자체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가 굉장히 많이 담겨있거든요. 그래서 책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다양한 층에서 봐주시면 좋겠지만 저희가 친근하게 느낄만한 연애이야기, 군대이야기도 담겨있기 때문에 그 중에서도 저희 나이 또래인 2-30대 분들이 많이 읽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Closing-
밥상에 둘러 앉아 나누는 남북 청년들의 이야기.. 여러분들의 입맛엔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 전하는 밥상의 온기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래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