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1)

경기도 의왕시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 경기외국어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개학 연기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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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전세계 코로나19 환자가 14일 기준으로 190만명이 넘어섰습니다.

남한 정부는 4월 19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를 연장했지만

일주일 가까이 신규 확진자 숫자는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도 되는 걸까요?

방역 당국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하네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도 언제든 집단 감염 등의 위험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한 학교들은 온라인 개학을 단행했는데요.

지난 4월 9일, 전국 고등학교3 학년, 중학교3학년 학생들이 먼저 인터넷 원격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인서트1:(현장음) 컴퓨터 소리를 공유한 다음에 다시 한번 틀어 드릴게요. 여러분, 죄송합니다~ / 3교시 과제 적어 놨거든. 그것까지 해요~

중, 고등학교 1,2학년과 초등학교 4,5,6학년은 16일부터

초등 저학년들은 20일부터 온라인 상에서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학기를 시작하는데요.

탈북 청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안학교 상황은 어떨까요?

또, 탈북청년들이 느끼는 원격 수업은 어떨까요?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을 맞는 탈북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의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인서트2: (현장음) 치마 입을 수 있는 종류는 몇가지 종류야? / 두가지. / 그래서 이걸 두개를 곱해서 여섯 가지 경우의 수라고 해~

공부를 하고 싶다면 나이도, 학력도 필요 없는 곳! 바로 탈북 대안학교입니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못하는 학생부터

남한에 정착해 늦은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만학도까지

다양한 연령의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학력차가 크기 때문에 학과 진도 역시 천차만별인데요.

그래서 대부분의 대안 학교는 일반 학교보다 학생수는 적고 선생님 숫자는 많죠.

언제든 방문하면 학업 열기로 가득했던 곳이지만

요즘은 텅 빈 교실에 학생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의정부에 있는 탈북 대안학교 한꿈학교 김두연 교장의 말입니다.

인서트3: (김두연) 온라인 수업하고요 학생들은 학교에 안 나오고 있습니다. 선생님들만 나와서 동영상 수업하고요. 어쩔 수 없이 검정고시 준비하는 애들은 검정고시 문제 풀이를 풀고 문자로 질문하면 문자로 (답해요.) 그런데 어차피 소수(인원)이니까 10명씩 세 파트로 나눠서 합니다. 학습방을 만들어서 세 명씩 한꺼번에 하죠. 그 방끼리..

온라인 강의는 한꿈학교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있다는 김두연 교장 선생의 설명입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걱정은 학생들의 학업보다 생계입니다.

인서트4: (김두연) 가족들 중에 직장이 없어진 사람들이 많고 또 본인들도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지니까 너무 어렵죠. 평상시에도 나갈 때도 별로 없었지만 주로 방에서 혼자 지내니까 생계가 좀 어려워요. 그래서 반찬을 쌀 하고 챙겨서 놔두면 본인이 (학교에) 와서 가져가도록 하고 있어요. / (리포터) 학교에서 밥을 먹었던 친구들~ / (김두연) 네. 하루 세끼를 다 해결해줬었는데 학교를 못 나오니까 긴급 구호품식으로 해서 주고 있어요.

한꿈학교에서 올해 대학입시 시험을 앞둔 학생은 모두 7명.

전국의 수험생과 마찬가지로 대학수학능력평가 시험을 치뤄야 하고

탈북민 특별전형을 원하는 경우 추가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니면 수시로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지금은 전화통화나 휴대전화 문자로 대신해야 합니다.

궁금한 점이 있어도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는 시간은 피해야 하는 등 제약은 있지만

학생들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

대학교 입학을 준비하고 있는 미향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인서트5: (김미향) 저 한꿈학교 대입반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미향이에요. / (리포터) 한꿈학교에서 공부한지는 얼마나 됐어요? / (김미향) 2년 됐어요. 초등학교 학력 인정은 받았어요. 중학교 공부부터 했어요.

양강도 출신의 미향 씨는 초등학교 3학년때 엄마와 함께 강을 건너, 중국에서 9년을 살았습니다.

2017년 9월, 한국에 왔고 2018년부터 지금까지 한꿈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매일 가던 학교에 못 가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답답하지만

다행히 수업에는 별 차이를 느끼지 못 합니다.

인서트6: (김미향) 코로나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는 것 같아요. 학교도 못 나가고… 올해 대학 원서도 넣어야 하는데 학교도 못 나가고 집에서 자소서 쓰고 인터넷 공부하고 스스로 또 공부하고… 오전 10시부터 영어, 국어 위주로 하고 나머지 과목은 선택해서 수업 들어요. 선택과목을 듣는 날에는 4~5시간, 보통 4시간 이에요. 학교 나가면 친구들도 있고 선생님과 마주보고 해서 좋은데 온라인은 또 온라인대로 좋은 것 같아요. 질문도 바로바로 할 수 있고 저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온라인 수업 방식은 크게 세가지로 나뉘는데요.

교사와 학생이 화상으로 연결해 얼굴을 보며 문자로 소통하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방식이 있고

교육방송이나 교사가 미리 준비한 동영상 강의를 보며 공부하는 '콘텐츠 활용' 수업

그리고 미리 준비된 과제를 풀어보는 '과제 수행'의 수업입니다.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원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변경도 가능합니다.

미향 씨는 온라인 수업에 대한 아쉬움은 없지만 대학 입학 준비에 있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인서트7: (김미향) 저는 지금 자소서를 써야 하는 게 걱정이에요. 1월 말 쯤에 자소서 쓰기를 준비했는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개학을 못해서 자소서를 각자 써요. 쓰기는 했는데 (잘 썼는지) 선생님이랑 같이 해야하는데 그런 게 안되는 건 답답해요.

자소서는 자기소개서의 줄임말인데요.

자신을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하는 문서의 일종으로

특정 단체에 가입하는 경우, 직장에 취직하는 경우,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우 등에 제출해야 합니다.

회사나 학교와 같은 단체기관에서는

지원자가 다수일 경우 개개인의 정보나 특성을 모두 파악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선출하는 거죠.

그래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는 장점과 강점 등 자신을 최대한 드러낼 수 있어야 하는데요.

탈북민의 경우 생활 총화를 통해 자신을 비판하는 일은 익숙하지만

장점을 드러내는 일은 익숙하지 않기에 자기소개서 작성하기가 어렵게만 느껴집니다.

미향 씨 역시, 자소서 쓰기가 쉽지 않다고 하네요.

인서트8: (김미향) 저희가 한국에 와서 지금까지 생활한데서 제가 학업에 기울인 능력 같은 것을 쓰라고 하는데 그런 걸 생각해보면 한국에 와서 공부한 시간도 짧고 경험한 동아리 같은 것도 없어서 어려워요. 한국 친구들과 비교하면 한 게 너무 없어서 뭘 써야 할 지 너무 고민이 돼요. 지금 계속 그거(자소서)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하는 중이에요.

몇번의 수정을 하면서까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원하는 학과, 가고 싶은 학교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서트9: (김미향) 호텔경영학과를 가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선택한 이유는 제가 여행을 좋아해서요. 그런데 앞으로 생활하다보면 계속 여행을 할 순 없잖아요. 그래서 호텔경영 관련 직업을 하면 전 세계에서 오는 사람을 만나고 그 나라의 문화도 알아가고 그리고 중요한 이유는 중국에 가서 일하고 싶어서 그 학과를 선택했어요. 세종대로 진학하고 싶어서 영어 준비하고 있어요. 세종대는 100프로 영어 시험을 봐야 하더라고요. 영어는 작년에 검정고시로 본 게 점수가 낮아서 다시 보려고 하거든요. 그래서 검정고시 문제를 풀면서 영화를 많이 봐요. 대화하는 거 따라하고 안 들리지만 계속 들으려고요.

핸드폰으로 또는 컴퓨터로4~5시간 수업을 듣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모두 함께 고생하고 있는 지금, 미향 씨는 불평 불만보다는 오히려 고맙다는 얘기를 먼저 꺼내네요.

인서트10: (김미향) 코로나가 지금 심한데도 불구하고 학교에 매일 나오셔서 인터넷 강의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코로나가 빨리 없어지면 학교에 빨리 나가서 대학 준비하려고요.

-Closing-

코로나 비루스도 공부에 대한 열정을 빼앗지 못했습니다.

한 교실에서 함께 수업하던 때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핸드폰을 사이로, 컴퓨터를 사이로 학생들과 선생님의 소통은 이어지고 불편함 속에서 학업은 계속되는데요.

탈북 대학생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대학 신입생과 재학생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릴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