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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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코로나 비루스의 장기화로 남한 교육당국은 온라인 개학을 결정했습니다.

발생할 수 있는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학년에 따라 순차별로 말이죠.

4월 9일,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을 시작으로

16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이

마지막으로 20일에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까지 원격으로 수업을 받기 시작했는데요.

많은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하면서 시작 초기엔 잡음도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문제도 개선되고 학생들도 적응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런 환경은 탈북 대안학교도 마찬가집니다.

가장 문제는 2020학년도 신입생들인데요.

새로운 학교, 새로운 선생님, 새로운 교과 과정에 새로운 수업 방식까지 모든 것이 도전의 연속입니다.

코로나 속 탈북 학생들의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인서트1: (원격 수업 현장음) 자, 우리 지난 시간에 뭐 배웠는지 다시 한번 확인해 볼게요. / 네. 여러분, 영상 보셨죠? / 소리가 안들려요? 잠시만요.

원격 수업은 초, 중, 고등학교는 물론 대학교에서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빠른 곳은 이미 신학기 시작에 맞춰 3월부터 시작한 곳도 있고 4월에 부랴부랴 준비한 곳도 있습니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그리고 지도교수마다 수업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학생들은 꼼꼼히 확인해야 합니다.

가톨릭 대학교에 재학 중인 탈북 대학생 김필주 씨 역시 온라인으로 모든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온라인 강의는 평소보다 과제가 더 많기도 하지만 학교를 오가는 시간이 절약되면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남한에 온지 이제 15년차.

공부하고 친구도 사귀고 학교에 진학하면서 바쁘게 달려온 지난 세월, 이렇게 여유로운 때는 처음입니다.

인서트2: (김필주) 개인적으로 지금 대한민국 와서 14년 살면서 처음으로 저만의 시간을 갖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감사해요. 왜냐하면 대부분 외부활동을 하면서 바빠서 내가 왜 바쁘게 사는지, 왜 대학교에 다니는지 등등 내 인생에 관해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을 의식적으로 노력해도 갖기 어려웠었는데 환경이 이렇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집에 있으면서 그동안 못해봤던 생각들, 정리 안됐던 생각들, 이런 것들을 정리하면서 이제 이 환경이 좋아진 다음에 할 계획들도 세워보고.. 그러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상황을 이겨내는데 있어서.

하지만 필주 씨는 후배들이 걱정입니다.

인서트3: (김필주) 그래도 재학생들, 1년 이상 된 탈북 대학생들은 남한 출신 대학생들 하고 크게 차이 없이 잘 적응하는 편인데 문제는 신입생들이 문제죠. 학교의 시스템이나 행정절차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온라인 상에서 모든 학교의 규칙, 수강신청, 학점관리 등을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 상으로만 듣다 보니까 누구한테 물어보지도 못하고 매우 당황스러워 하는 상황에 있어요. 그래도 제 주위에 있는 두 명 정도의 새내기들은 용케도 주변에 물어 물어 잘 따라오고 있는 것 같긴 해요.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된 탈북 청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지난 2월, 남북사랑학교 졸업식에서 만난 주지은 씨는

32살의 늦깎이 학생으로 10살된 아들도 있는데요.

고등학교 3년 과정을 5달 동안 기숙사 생활을 하며 마쳤을 정도로 공부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올해 을지대학교 안경공학과에 입학하게 된 지은 씨는

졸업식에서 공부가 자신의 꿈을 위한 무기라고 말하기도 했죠.

인서트4: (주지은) 저는 꿈을 위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계속 장비를 늘려갈 것입니다. 지금 현재 대학에 합격했고 을지대학교 안경공학과요. 대학을 졸업을 하고 안경사가 되고 싶은 그런 꿈을 꼭 이루고 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지은 씨가 선택한 것은 대학 공부!

검정고시 과정처럼 무작정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는데 현실은 녹녹치 않습니다.

인서트5: (주지은) 별로 무난하지가 않아요. 너무.. 너무 어려워요. 동영상을 통해서 수업을 하고 과제를 제출하는 방법하고 수업시간마다 출석체크를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 학교는. 내용은 그냥 PPT 형식으로 교수님들이 이렇게 진행을 해요. 고등학교하고는 비교가 안되게 저한테는 너무 공부가 어려워요. 제가 기초가 안 다져졌으니까 공부하는 게 너무 어렵네요. 그런데 저는 어차피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한다고 해도 모르는 것은 마찬가지고 할 수 없죠. 어떻게 해요. 코로나 때문에 다 이런 상황인데… 그냥 더 열심히 하긴 해야하는데, 그냥 그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원격으로 수업을 받는 일도 쉽지 않지만 수업 내용 중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주지은 씨.

이유가 있습니다.

인서트6: (주지은) 제가 일단 영어가 너무 약한데 수업이 영어로 많이 진행되고 외래어도 많아요. 그리고 공학을 (전공)하다 보니까 수학이랑 물리부분에서 많이 어려워요. 다른 한국 학생들에게는 괜찮겠지만 저한테는 부담스러워요. 영어로 많이 진행되니까요. 제가 했던 검정고시에 비하면 좀 많이 어려워요. 그렇지만 열심히는 하고 있어요.

모르는 영어 단어가 나올 때마다 뜻을 찾고 해석해야 하기 때문에

30분 강의를 들으려면 최소 1시간 이상이 걸립니다.

기초가 충분한 학생에 비하면 몇 배로 시간이 들지만 더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지은 씨는 코로나 비루스로 인한 지금의 원격 수업이 자신에게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서트7: (주지은) 저는 그냥 (수업 영상을) 하루 종일 들어요. 하루 종일 그냥….밥 할 때도 켜놓고 듣고 아이 거두는 일을 하고 마트에 갈 때도 항상 이어폰을 착용하고. 그러니까 이게, 온라인 강의가 다른 학생들에게 불리할지 몰라도 저한테는 어찌 보면 더 좋을 수도 있거든요. 교수님이 보내주신 영상을 제가 반복해서 많이 들을 수 있으니까 제가 수학이나 물리 같은 과목은 최소한 5번을 돌려서 들어요. 떨어지고 졸리기도 한데 다시 뒤로 돌려서 볼 수 있으니까 못 들어도 괜찮잖아요. (그래서) 저는 괜찮아요.

지은 씨가 선택한 학과, 안경 공학과는 실습 수업이 있습니다.

이론 수업은 영상으로도 가능하지만 실습을 영상으로 할 순 없죠.

지은 씨도 실기 수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합니다.

인서트8: (주지은) 실습은 온라인 강의 상으로 이번주부터, 바로 오늘부터 실습을 넣었어요. 다른 과목은 온라인 강의 3주째인데요. 그런데 실습은 이번주부터 (시작해요.) 왜냐하면 계속 연기되니까 이제는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학교에서 그런 조치를 취했나봐요.

혜산 출신의 김미란 씨는 한국에 온지 2년 됐습니다.

성신여자대학교 간호학과에 합격한 후 대학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가득했는데

코로나 비루스로 인해 대학 신입생 생활은 꿈으로 그쳤습니다.

인서트9: (김미란) (대학) 공부한지는 얼마 안됐지만 어려운 점은 많거든요. 검정고시는 주어진 것만 하면 되는데 이거(대학공부)는 여러 분야에서 다 해야 되고 혼자서 과제도 다 해야 하니까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냥 대학생이니까 캠퍼스 좀 돌아보고 싶어요. / (리포터) 학교를 돌아보고 싶어요? / (김미란) 네, 한번도 못 갔으니까. 그 다음에는 별로 (어려움 점은) 없는 것 같아요.

원격 수업으로 전공 수업은 듣기 시작한지 벌써 4주째.

대학 신입생이라고 들떴던 마음은 생각보다 어려운 수업 내용 덕분에 바로 제자리를 찾았습니다.

인서트10-1: (김미란) 공부 따라가기도 어려우니까 4년 동안 따라갈 수 있을까 그 생각만 하고 있어요.

아직 제대로 가보지도 못한 대학 캠퍼스며 얼굴도 못 본 같은 학과 친구들, 교수들.

머릿속으로 그려봤던 이상적인 대학 생활은 약간 늦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실망했다 투덜거리는 학생들은 없네요.

인서트10-2: (주지은) 모든 것이 컴퓨터 상에서 이루어지니까 이전에 컴퓨터를 해 본적도 없고 하니까 혼자서 속상할 때가 많기는 해요. 많이 불편하긴한데.. 노력하고 하려고 하니까 되긴 되더라고요.

-Closing-

물이 반쯤 차있는 컵을 보며 어떤 사람은 ‘반이나 차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반 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죠.

제가 만나본 세 사람의 탈북 대학생들은 ‘반이나 차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긍정의 힘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것이겠죠?

곧 그리운 학교에서 건강하게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