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와 북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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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군부 쿠데타 이후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석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미얀마 최고사령관은 ‘폭력 즉각 중단’에 합의했지만 합의 당일에도 군부는 시민을 향한 사격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힘겹게 민주화의 길을 가고 있는 미얀마 상황은 세계인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데요. 미얀마 사태가 북한에 전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지난 시간에 이어 그 소식,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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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효과) 시위 현장음

붉은 옷을 입은 미얀마 시민들이 도로 위에서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손에 든 팻말 외에 흔한 각목 하나 들지 않은 사람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한 경찰과 군인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쏘기 시작합니다. 2월 쿠데타 이후 시작된 민주화 시위로 지금까지 500명이 사망했고 사망자의 대부분은 청년들입니다. 이들은 왜, 무엇을 위해 꽃같은 목숨을 걸었을까요?

인서트2: (미얀마 유학생들)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과 대통령을 풀어줘서 평화롭게 협상하면서 민주주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국제사회는 이 무자비한 살육과 비극이 멈출 수 있도록 미얀마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군부의 명백한 학살이고 국제적인 범죄입니다. / 우리 국가에 있는 국민들이 자기가 선택한 정부와 민주주의를 원합니다. / 그래서 여러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합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미얀마 사람들은 전 세계에게 호소하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화 과정을 먼저 겪은 한국이 미얀마에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미얀마 청년들은 ‘지금 이 싸움에서 지면 우리의 미래는 북한, 이기면 한국’이라고 말합니다. 소모뚜 미얀마 민주네트워크 공동대표의 말입니다.

인서트3: 소모뚜 (미얀마민주네트워크 공동대표): 한국은 어떻게 보면 미얀마와 역사가 같잖아요. 굉장히 아픈 역사도 똑같고 지금도 저희가 계속 아파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 분들이 대대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고 지지하고 있고요. ‘한국처럼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으니 한국도 적극적으로 우리를 많이 지지해주세요’라는 것이 지금 미얀마 친구들의 마음입니다.

미얀마 사람들의 민주화 과정을 지켜보는 한국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지지와 응원을 보냅니다. 특히 불교 국가인 미얀마를 위해 한국 불교 각 교단에서는 법회를 정기적으로 열고 미얀마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사람 또 여럿이 모여 함께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인서트4: (효과음) 미얀마 군대는 반 민주적인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 / (인터뷰) 지난 역사적 경험이 거의 유사합니다. 민주화 요구에 대한 집회는 고국에 미얀마 현지에 있는 투쟁하는 시민들에게 엄청난 힘이 될 거에요. 고립되지 않았다, 외롭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주는 것이기도 하고요.

인서트 5: (현장 시위 효과음) 중국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 세력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중국은 미얀마 민주화를 방해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마라! 중국은 군부독재 지원을 즉각 중단하라!

RFA 서울 지국은 지난 3월 27일, 서울 시내 9곳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열렸던 미얀마 희생자 추모를 위한 거리 행진에 동행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시위 참여 인원이 제한됐지만 미얀마 유학생 등 재한 미얀마인부터 일반 시민, 중학생,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비 오는 거리를 걸으며 미얀마 사태를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인서트6: (주한 미얀마인) 전 세계에 있는 미얀마 사람들이 함께 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우리의 미래, 아들딸의 미래를 위해 지금 싸우고 있습니다. / 한국 정부가 민주정부를 인정한다면 미얀마 국민에게 큰 힘이 돼 군사정부도 물러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승리하지 않도록 한국 정부의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시위가 열렸던 3월 27일은 미얀마에서 ‘군인의 날’로 불리지만 미얀마가 일본에 대항해 독립운동을 시작한 날로, 원래 이름은 ‘혁명의 날’이었습니다. 시민들은 이름을 되찾겠다며 대대적인 시위를 예고했지만 이날은 민주화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의 사망자가 발생한 ‘죽음의 날’로 기록됐습니다. 이날 하루 11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어린아이도 6명 희생됐습니다. 추모식이 열린 조계사 앞마당에 전해진 미얀마의 현지 상황에 분위기는 더욱 엄숙해졌습니다.

인서트7: 조계사 현장음+(조계종 총무부장)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미얀마 국민들이 거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가고 있습니다.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를 위한 저항과 분노에 깊은 위로와 연대의 입장을 밝힙니다.

세찬 빗줄기 속에서 뜨거웠던 추모식의 열기는 재한 미얀마인들의 현장 생방송 등으로 현지에 실시간으로 전달됐습니다.

인서트8: (효과) 미얀마의 봄!, 미얀마 민주주의 만세! / (한국 교민) 미얀마 도와주세요. 정말 민주주의를 바라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어떤 방법으로라도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재한 미얀마인)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큰 힘이 됩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미얀마 학생들과 시민들의 모습, 지금의 미얀마 상황은 북한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습니다. 북한 반인도범죄 철폐를 위한 국제연대, ICNK 권은경 국장의 말입니다.

인서트9: (권은경) 미얀마 국민들이 쿠데타 저지 운동을 하고 또 나아가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하는 것은 북한이나 북한과 유사한 상태의 발전 속도를 거치고 있는 나라들한테는 또 다른 미래의 민주화 또는 인권 실현을 위한 좋은 모범이 될 거라고 생각이 듭니다. 현재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 세력이 청년층을 억압하고 미얀마 전체를 과거 군부독재 시절로 되돌리려고 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10년 전 20년 전의 미얀마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만큼의 발전된 문명화, 민주화의 요소와 가치들을 누려왔던 국민들이 있기 때문인 거죠. 현재 북한 주민들도 2천년대 이후에 외부에서 들려주는 정보나 보도, 문화적인 콘텐츠를 많이 접했어요. 외부세계의 목소리나 정보들이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닙니다. (북한 청년들에게) 저력을 만들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현재 미얀마가 일부 후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는 하지만 결코 그것이 완전한 역사의 후퇴만은 아니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두 발 전진을 위한 한 발 후퇴! 주한 미얀마 청년들은 친구와 가족이 목숨 걸고 찍어 보낸 영상을 널리 알리며 고국에서 시위 대열에 함께 서지 못한 미안함을 대신합니다.

인서트10: (주한 미얀마 청년) 아버지가 아들이 죽어갔던 확인서를 들고 있는 모습이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내가 여기(한국) 있으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살 수가 없는 거예요. 광주, 미얀마 사진 두 개를 비교해서 올려놓은 사진들이 많아요. 한국이 그렇게 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자, 라는 마음으로… / 계속 나갈 것입니다. 수치 여사랑 인사들이 풀려날 때까지 저희가 시위를 계속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결심했습니다. / 저는 원래 피 같은 거 못 봐요. 근데 지금은 끝까지 봐요. 봐야 이걸 잊지 못하고, 그걸 계속 끝까지 봐야, 우리가 감정을 잊으면 안 되잖아요

-Closing-

강경한 탄압 속에서도 굴복하지 않는 미얀마 국민들에게 작게나마 힘이 되기를 바라며 선거, 민주주의, 자유의 의미를 담은 세 손가락 경례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인권 회복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