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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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2차 세계 대전 때 독일 나치에 의한 유대인 학살 현장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이 해방된 지 올해로 76주년을 맞았습니다. 전 세계가 입을 모아 홀로코스트, 즉 유대인 대학살과 같은 비인간적인 과거의 만행이 다시 되풀이되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반복돼서는 안 될 역사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탈북민들인데요. 그들은 자기 자신이 산 증인이라며 사람들 앞에 그리고 세상 앞에 당당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서트1: (개막식 현장- 지현아작가)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당신들이 우리를 위해서 한 일이 뭐냐고 했을 때 우리가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못했습니다’ 이러기 보다는~~

제 2차 세계대전 중 나치가 저지른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전 세계가 기억하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지게 된 것처럼 북한인권 문제를 기억하고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북한인권의 피해자로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낸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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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3일. 서울 종로의 한 전시관에서 북한 내 인권의 참상을 알리는 홀로코스트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습니다. 개막식에는 탈북 후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다 21대 국회에 입성한 지성호 의원도 함께 했는데요. 자신 역시 북한인권 유린의 피해자였기에 전시회의 의미가 더 크게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인서트2: (개막식 인사말- 지성호) 북한 땅에서 일어나는 고통들을 사진으로나마 알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동물권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어떻게 사람의 인권이 이렇게 무참히 짓밟힐 수 있고 그것을 보면서 어떻게 우리가 고개를 못 본 척 돌릴 수 있고~~~

기억하고, 침묵하지 않아야 북한의 상황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지성호 의원. 이처럼 탈북민들이 떠올리기 싫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마주하며 침묵이 아닌 용기를 내는 동안, 남한에선 그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는 이들이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인서트3: (김민주 팀장) 저는 북한 롤러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 위원인 김민주입니다. 이스라엘에 보면 야드바셈이라고 홀로코스트600만명의 학살과 또 희생을 추모하는 기념관이 있는데요. 사실 지금 그보다 혹은 더 할 수 있는 비참한 일들이 한반도 땅에 일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것을 기념할 수도 뭔가 알릴 수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전시회와 또 이 실태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어떤 기념관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서 몇 단체들이 연합해서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회도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설립 추진을 위해 마련됐는데요.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전시회부터 마련한 이유는 뭘까요?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 이승훈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4: (이승훈) 국제사회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해서 과거에 나치 전범자들의 그 상황과 동일선상에 놓고 있는 그 시도가 수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끊임없이 증언되고 또 말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 상황이 우리나라 바로 위에서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그것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고 또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어서 이것부터 우리가 먼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향후 미래를 대비해서 필요한 일이겠다 싶어서 이 전시회를 추진하게 됐습니다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전시회는 3가지 주제로 구분돼 진행됐는데요. '홀로코스트 대학살과 독일 아우슈비츠 수용소', '북한정치범 수용소와 고문', '인권에 대한 외침' 입니다.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 홀로코스트에 대한 자료들은 사진으로 전시돼 있지만 북한 내 정치범 수용소와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의 모습을 담은 자료는 모두 그림으로 표현돼 있습니다.

인서트 5: (김민주) 사실 북한은 어떤 자료나 사진이나 이런 자료들이 많지 않잖아요. 오직 저희가 활용할 수 있는 건 탈북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그림들을 저희는 전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의 증언으로 만들어진 그런 작품, 그림들 그리고 또 유대인 홀로코스트랑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를 하고 싶어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그런 자료와 설명과 그런 것들이 있고요. 마지막으로 영상으로 저희가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탈북 지성호 의원님, 태영호 의원님, 또 지현아 작가님 등 북한의 실상을 알 수 있는 탈북자들의 증언영상으로 활용하고 있고요. 또 탈북 작가님들이 오셔서 1시간 정도 강연을 하시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북한에서 일어나는 일은 현재진행형이지만 북한 정권에서 철저히 막고 있기 때문에 탈북민들의 증언과 그것을 토대로 만든 그림이나 소설 등의 작품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은폐되지 않도록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귀를 기울이고 눈 여겨 봐야 한다는데요. 전시회장에는 매를 맞으면서도 소똥 속에서 옥수수 알을 주워먹는 남자의 모습을 담은 그림, 수용소에서 만난 아들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어머니와 눈 앞에 놓인 음식에만 시선이 가 있는 깡마른 아들의 그림. 중국에서 임신한 채 잡혀 온 여성을 보위부원의 위협 아래 두 명의 죄수가 여성의 배 위에서 널뛰기를 하며 강제로 유산시키는 그림 등이 전시돼 있습니다. 그림을 통해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접한 사람들은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요?

인서트6: (관람객들) 마음이 아프고.. 끔찍하죠. / 저희가 어떻게 겪어보지 못한 것이라 공감 이상의 무언가 필요한데 잘 되지 않고 미안하죠. / 우리에게 주신 자유에 감사하고 그리고 또 북한에도 우리에게 허락된 자유가 전해질 수 있도록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달 4월 13일부터 24일까지 12일간 열린 전시회, 특히 지난 4월 22일엔 탈북작가 지현아 씨의 강연시간도 마련됐습니다.

인서트7: (현장음) 오늘은 특별히 ‘자유 찾아 천만리’의 저자이신 지현아 탈북작가님의 강연이 있는 날입니다. 특별히 북한에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는데요. 지현아 작가님의 강연 듣겠습니다.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지현아 작가는 1998년에 처음 탈북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2007년 한국에 오기까지 현아 씨는 세번의 강제북송을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교화소 수감은 물론 강제 낙태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유 찾아 천만리’라는 첫 자서전을 2011년에 출간하며 북한의 인권실태를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는 강연까지 맡았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인서트8: 북한은 인권이 없는 나라예요. 인권이 있으면, 지금 대한민국에 나오겠습니까? 안 나옵니다. 탈북한 이유가 뭐냐 라고 물어보면 자유를 위해서 인권을 위해서 탈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탈북자들이 북송이 되면요. 그냥 뭐 사람 취급을 안 합니다. 개도 그렇게 안 때려요. 여기(남한)는 동물권이 있더라고요. 북한에는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동물권이 있더라고요.

지현아 작가는 자기소개부터 탈북이야기 등 담담히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이 잊고 싶고, 떠올리기조차 힘들다고 하는 수용소에서의 기억들을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이유, 그녀가 전하고 싶은 진짜 이야기는 뭘까요?

-Closing-

인서트9: (지현아) 이런 그림들을 사실 저는 볼 힘이 없습니다. 이것을 보고 나면 예전 같으면 토하고 힘들고 그때의 그 악몽 때문에 시달리고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아요. 이 그림들을 힘들더라도 보고 이 그림들을 보면서 내가 살아야 할 이유를, 저분(북한분)들을 위해 내가 해야 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거예요. 여기 오신 분들도 (그림을) 보기 힘들 거예요. 그렇지만 여러분. 여러분이 봐주는 것만으로도, 이걸 보고 관심을 가지고 옆에 사람들에게 북한인권에 대해서 알릴 때 북한의 아이들이, 북한의 주민들이 다시 일어납니다.

나치 강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말합니다. 살아남은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기적이었다고 말이죠. 기적처럼 살아가게 된 삶이기에 기억을 삶에 대한 기원으로 바꿔야 한다는 그들의 말처럼 탈북민들 역시 내일을 기약합니다. 기억하고, 침묵하지 않는, 살아남은 그들의 못다한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