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사는 모습, 생각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내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이 하고
다른 사람이 안하는 일을 내가 하기도 합니다.
때론 상처를 입고 때론 손해도 보지만
서로 돕고, 마음을 나누며
모자란 부분을 서로 채워가는 세상이 아름답지 않을까요?
여기, 서로를 채우며 함께 일하는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아자브’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만들어가는 남북 청년들.
오늘 <여기는 서울>의 주인공입니다.
10여개 대학의 북한인권 통일 동아리 연합체인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줄여서 통대동연.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구성원 9명은 최근 ‘아자브’라는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기획을 맡은 구주은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1: (구주은) ‘아자브’는 영어로 AZAV인데 Azalea라고 진달래를 의미하는 영어에요. V는 Dove 비둘기의 끝 글자를 붙여서 아자브라는 이름을 하게 됐습니다. 진달래꽃을 선택한 이유는, 진달래꽃 김소월 시가 있잖아요. 그 시가 남북한에서 공통으로 향유하고 있는 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뭔가 남과 북의 사람들이 공통된 정서를 공유하는 게 있지않나 싶어서 진달래꽃을 선정했고 남과 북 사람들이 같이 어우러져서 살아가는 것을 희망하면서 저희가 이름을 지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슬로건, 말하자면 대표 표어는 ‘사람이 있는 곳에 이야기가 있다’ 랍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느 때부터인가
내 얘기에도 입을 닫고 남의 얘기를 듣는 귀도 닫아 버렸죠.
‘아자브’ 친구들은 탈북민들 개인의 서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상품으로 구현했습니다.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부대표이자 아자브 활동에 참여한 김현정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2: (김현정) 저희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저희가 굿즈 안에 담고 싶은 얘기는 북한이탈주민들이 살아가는 과정들이 우리랑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남한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저희가 만난 북한이탈주민들은 저희랑 사는 게 다르지 않았고 북한도 똑같다는 걸 느끼게 됐어요. 남북한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으면 좋겠다, 주민들간의 거리감을 충분히 좁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그 스토리를, 살아온 생애들을 담아갈 수 있는 굿즈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또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해보려고 만든 단체가 아자브입니다.
굿즈는 특정 상표나 배우, 가수 등이 출시하는 기획 상품
또는 드라마, 아동만화 등을 주제로 만들어내는 상품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아이돌 가수 얼굴이 인쇄된 컵 같은 것이죠.
굿즈의 종류는 컵 뿐 아니라 인형, 장난감, 사진 등 무궁무진한데요.
아자브에서는 주로 공책, 메모지, 엽서 같은 문구류를 굿즈로 제작합니다.
그리고 굿즈에는 탈북 청년들, 그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인서트3: (구주은) 저희는 친구의 북한에서의 삶과 여기(남한) 정착에 있어서의 이야기를 조금 더 친근하게 그리고 사람 중심적으로 전달하고 싶어서 그런 이야기를 저희가 포괄적으로 담았었고요. 개인정보 때문 자세히는 못 담고 약간 보편적인 이야기이긴 했지만 그걸 스토리라인으로 잡아서 굿즈화 시켰습니다.
탈북민 청년들 각각의 이야기를 좀더 구체화해서 상품에 담고 싶었지만
북측에 남아있는 주인공의 가족과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고향의 풍경 같은 보편적인 상징으로 단순화했습니다.
인서트4: (김현정) 그분이 살던 고향의 모습을 설명해줄 때 되게 행복한 동네, 예쁜 동네에서 살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첫번째 스토리는 이분의 고향의 모습으로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부탁했더니 흔쾌히 들어 주셨어요. / (리포터) 그 친구가 결과물, 디자인 된 작품을 봤을텐데, 반응은 어땠나요? / (김현정) 좋았어요. 너무 예쁘다고.. 잘 만들었다고 해서 저희가 잔뜩 선물해 주고 왔어요.
그렇게 탄생한 아자브의 상품들은 보기만해도 따뜻한 감정이 느껴집니다.
공책의 표지엔 보라색 배경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은 집과
큼직한 진달래꽃이 가득 그려져 있습니다.
어떤 청년의 얘기를 그림으로 옮겼는지 모르지만
그 청년이 어떤 마음으로 고향집을 그리는지 그대로 느껴집니다.
인서트5: (구주은) 저희가 제일 기뻤던 것은 저희랑 같이 활동하는 북한친구들도 저희를 응원해주고 같이 참여해줬던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고요. 원래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던 분들도 저희를 많이 후원해 주는 걸 보면서 되게 뿌듯했어요. 사실, 친구라는 게 저희의 제일 큰 테마였거든요. 친구여서 가능했고 또 친구의 이야기이기에 저희가 잘 전달하고 싶다는 마음이었는데 인터뷰 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같이 집에 가서 놀기도 하고 같이 만들고.. 그런 시간들을 보낸 게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아자브가 제작한 굿즈의 판매 방식은 기존의 선 제작 후 판매 방식이 아닙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펀딩을 받아 제작됩니다.
펀딩이란 개인이나 신생 기업이 사업의 개요나 상품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공개해
일반인의 투자를 받는 방식인데요.
요즘은 영화도 음반도 책도 펀딩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인서트6: (김현정) 펀딩은 그냥 일종의 쇼핑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번에 알게 된 것은 처음부터 물건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시제품을 만들어서 홍보를 한 뒤 사람들이 제품을 살 의향이 있다고 미리 결제를 걸어두는 거에요. 이 물건을 만드는데 이만큼의 돈이 들것이라고 목표금액을 정해 놓잖아요 목표금액보다 결제를 걸어둔 사람들의 금액이 더 커지면 펀드가 성공하는 거에요. 그러면 실제로 제품이 제작되는 거죠. 펀딩이 성공해서 확정되면 결제가 확정돼서 후원자님들의 통장에서 돈이 빠져 나가는 형식인 것 같아요.
아자브는 크고 작은 아이디어 상품을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 펀딩받는 텀블벅에서 펀딩을 시작했는데요.
펀딩 목표액은 60만원 그러니까 미화로 육백 달러였지만
마감된 펀딩 금액은 두배였습니다.
40명이 ‘그리운 고향의 봄 풍경을 담은 굿즈 - 아자브’라는 주제에 기꺼이 후원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네요.
인서트7: (구주은) 오프라인으로 진행했으면 더 활발하게 됐을텐데… 저희 참여 구성원 중에 숙명여대 구성원들이 많았는데 사실, 여대에서 이런 프로젝트들이 호응을 많이 얻거든요. 코로나가 아니었고 학교를 정상적으로 통학하는 중이었다면 오프라인 캠페인으로 파급력이 더 좋았을텐데 그러한 것들이 불가능했던 것이 아쉽고요. 저희가 처음이다보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많은 파급력이 있지 않았을까 싶긴 합니다.
주은 씨는 아쉬운 점이 많다고 하지만
기획단계부터 홍보, 판매, 디자인까지 아자브 프로젝트에 참여한 9명의 친구들의 노력으로 완성했습니다.
전문가의 도움없이 학생들의 힘으로 말이죠.
학생들이 이렇게 이번 포르젝트에 공을 들인 이유는 특별한 목표가 있기 때문입니다.
인서트8: (구주은) 저희가 프로젝트를 처음 실행할 때부터 수익의 30% 이상을 탈북대안학교에 기부한다고 명시 했거든요. 아직 후원금이 집계중이기 때문에 아직 저희에게 들어오진 않았는데 회계적인 절차가 다 이루어진 후에는 다음학교라고 탈북청소년대안학교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다음학교에 방문해서 후원금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아자브 프로젝트를 통해 탄생한
탈북 친구의 고향이야기를 담은 굿즈 상품은 5월 25일 판매가 마감됐고
현재 수익금 정산을 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금액의 크기보다 남북 학생들의 마음이 모인 후원금이기에 더 값지게 느껴지는데요.
프로젝트에 참여한 탈북학생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전해드리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