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10여개 대학의 북한인권 통일 동아리 모임인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줄여서 ‘통대동연’ 이라고도 하는데요.
탈북민에 대한 인식 개선, 북한 인권 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들만의 방법으로 때로는 기발하고 때로는 재밌게 활동을 이어가는데요,
최근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구성원 9명은 ‘아자브’라는 프로젝트 팀을 결성했습니다.
그 활동 소식, 지난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물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굿즈.
어떤 특정한 상표나 가수, 배우 또는 소설이나 영화를 주제로 만든 다양한 상품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면 인기 가수의 얼굴이 인쇄된 컵이나 옷 같은 물건들이죠.
특정 가수들의 굿즈는 원래 판매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기도 하는데요.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지만 청년들은 익숙한 굿즈 문화.
‘아자브’ 모임의 청년들은 탈북민 지원 활동으로 이 굿즈를 떠올렸습니다.
통일대학생동아리연합 부대표이자 아자브 활동에 참여한 김현정 학생입니다.
인서트1: (김현정) 살아온 생애들을 담아갈 수 있는 굿즈들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또 그 수익금의 일부를 기부하는 형식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됐어요.
또 하나 기억해야 할 단어 ‘펀딩’ !
돈을 모으는 행위를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내가 이런 이런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할테니 돈을 빌려달라… ‘ 해서
개인이나 은행에서 사업 자금을 빌리는 것이 과거의 방법이었다면
요즘은 소셜 펀딩, 크라우드 펀딩 같은 군중 펀딩이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인터넷에서 다수의 군중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를 공개하고
사업 자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죠.
인서트2: (개발업체 담당자) 반려동물들이 산책 후에 많은 미세먼지와 각종 오염물질을 묻어 오는데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그로 인해 투자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어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 초기 투자자 유치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사업자금을 확보하는데 성공했고요. 또한 제품을 세계 각국에 알리는데도 크게 도움을 줬습니다
아자브 구성원 9명은 통대통연 활동을 하면서 지켜봤던 탈북청년들을 돕고 싶었습니다.
남한에 혼자 와서 공부하거나
대학 학비는 지원 받지만 용돈을 벌어 써야 하는 친구들.
어떤 청년들은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알지 못 합니다.
오랫동안 그리워해온 부모들과 얘기가 통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청년들이 선택한 방법은 소셜 펀딩으로 굿즈를 만들어 파는 사업입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책, 작은 가방, 연필 같은 문구가 굿즈로 선택됐고
여기엔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를 이미지로 만들어 담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인터넷에 공개해 펀딩을 요청했죠.
목표했던 펀딩 금액은 60만원. 약 500달러 정도였는데요.
1달 남짓한 기간 동안 펀딩된 금액은 목표액의 두배였습니다.
아자브 프로젝트의 구주은 학생입니다.
인서트3: (구주은) 120만원을 40명의 후원자분들께서 후원을 해주셨는데, 그 한 명 한명이 대학생들이니까 만원 넘는 돈이 작은 돈은 아닌데.. 그런데도 그렇게 마음을 조금씩 같이 모아주는게 보이면서 (아자브 프로젝트를) 하기를 잘했다 싶었고 같이 시간들을 보냈던 것들이 제일 좋았던 것 같습니다.
목표로 했던 금액을 넘긴 것도 기쁜 일이지만
자신들의 활동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더 기분 좋은 일이었겠죠?
인서트4: (구주은) 다음에 한다면 좀 더 많은 친구들이 더 큰 파급력으로 같이 함께 하면 좋을 것 같고 이번이 좋은 시작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대학생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였고 미흡한 점도 있었겠지만 작은 진심이나 또 저희를 믿어주신 마음으로 후원에 참여해주셔서.. 진짜 한 분 한 분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북한 사람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이런 프로젝트들이 더 확산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아자브 프로젝트에 참여한 9명의 학생들 중에 탈북 청년은 3명입니다.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 4학년을 휴학 중인 김여명 씨도 그 중의 한 사람입니다.
여명 씨는 8살에 고향, 남포를 떠나 한국에 온지 18년이 됐습니다.
인서트5: (김여명) 저는 2003년도에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 온 지) 꽤 오래 됐고요. 창업 관련된 강좌들을 듣다가 개인적으로 창업을 2년 동안 했었고요. 생각해보니까 한국에는 탈북자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을 자립시킬 수 있는 소셜 벤처가 뭐가 있을까 하는 문제로 고민했다가 나중엔 우리는 대학생이기 때문에 대학생 눈높이에서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게 됐죠. 소셜 벤처 중에 마리몬드 쪽을 카피해서 여기에 있는 대안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 전달 같은 도움을 줄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게 됐고요. 저도 창업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같이 진행하게 됐습니다.
여명 씨가 말하는 ‘소셜 벤처’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기업 또는 조직을 말하는데요.
이런 소셜 벤처 중에 마리몬드 쪽을 참고해서 아자브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건 무슨 얘기인지
여명 씨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볼까요?
인서트6: (김여명) 마리몬드는 위안부 관련해서 만들어진 사회적 기업이거든요. 마리몬드라는 사회적 기업에서 하는 일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스토리를 배경으로 해서 그 스토리에 관련된 굿즈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를 통해 그 수익을 지원사업에 기부하는 형식의 소셜 비즈니스 형태이거든요. 그걸 북한에서 온 학생들에게 접목시킬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을 한 거죠. 한국에 와 있는 학생들 중에 혼자 온 학생들이 많아요. 그 학생들이 들어가 있는 곳이 대안학교이고 대안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탈북해서 온 학생들의 스토리를 상품, 굿즈에 담아 판매해서 거기에 대한 수익을 대안학교에 기부를 하는 그런 구조를 생각했었어요. 한국에 온 친구들이 좀 더 당당하게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만들었죠.
얼마전 마리몬드에서 제작한 팔찌를 유명 배우가 차고 나와 화제가 됐습니다.
마리몬드에서 제작한 팔찌를 구입한다는 건
일반 상점에서 예뻐보이는 팔찌를 구입하는 것과는 좀 다르게 이해됩니다.
할머니들의 고된 삶을 응원하고 기억하겠다는 행위 같은 것이죠.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가 인쇄된 아자브의 굿즈에 펀딩하고 구입하는 일도 비슷합니다.
탈북 학생들을 청년들의 방법으로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아
아자브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 했다는 여명 씨…
무엇보다도 아자브에서 제작하는 굿즈에 인쇄될 이미지가 마음에 듭니다.
한 탈북 청년의 이야기를 듣고 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고향을 이미지로 만든 것인데요.
고향은 누구에게나 비슷한 이미지인가 봅니다.
인서트7: (김여명) 제가 (한국에) 온지는 오래 됐어도 (고향의) 환경적인 부분이나 살던 모습들을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거든요. 최대한 잊지 않으려고 노력도 하고 있고요. 그래서 아마… 디자인 시안을 봤을 때 친구들 생각이 많이 났고 고향 생각이 되게 많이 났어요. 예를 들어서 친구들하고 붕어를 잡으러 간다거나 잠자리를 잡으러 강으로 간다거나.. 이런 생각들이 자주 났었어요.
소셜 벤처를 심각하게 설명하던 여명 씨가
잠시나마 8살 꼬마였던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데요.
희미했던 고향 생각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는 여명 씨의 못 다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