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의 봄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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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여러분 마음 속 고향은 어떤 모습인가요?

진달래, 봄, 백살구, 어릴 적 친구들, 허름했지만 따뜻했던 고향집,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떠나온 사람일수록 고향에 대한 마음은 더 깊겠죠…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 속 고향의 모습을 이미지로 만들고

그 이미지를 담은 굿즈 상품을 제작, 판매한 9명의 남북 청년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인터넷을 통해 사업 자금을 모으고

상품을 판매한 수익은 탈북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안 학교에 기부할 예정입니다.

이들의 이름은 ‘아자브 프로젝트’.

<여기는 서울>에서 세차례에 걸쳐 전해드리는데요.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Opening Fade Out-

인서트1: (박래찬) 안녕하세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디자인학과에 재학 중인 박래찬입니다. 현재 교환학생으로 덴마크에 위치한 코벤하겐 디자인 기술대학교에 와 있고, 프로젝트에 고교 동창 친구들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디자인 분야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찾던 중 저와 연락이 닿아서 합류하게 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감성적인 그림을 주로 그려서 그 스타일에 당사자의 이야기와 연관 지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저의 그림이 주는 느낌과 북한이라는 공간적 특성, 이 두가지를 담아내려고 시도했던 것 같아요. (북한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기 보다 DMZ의 자연풍경, 탈북한 분들의 고향풍경에서 상상할 수 있었던 집, 꽃, 문화적인 요소들을 그림으로 녹여냈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최소 13시간은 가야하는 덴마크에 있는 박래찬 씨는

이번 프로젝트의 디자이너 입니다.

탈북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 속의 고향, 고향집의 이미지를 그림으로 표현해냈는데요.

래찬 씨가 그린 진달래, 단층집, 날리는 꽃과 잎사귀의 이미지는

누가 봐도 고향을 떠올릴 듯 합니다.

래찬 씨가 그린 이미지는 아자브 프로젝트가 제작하는 엽서와 스티커, 공책, 메모지, 테이프

그리고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인쇄됐는데요.

서울과 7시간의 시차가 있는 먼 곳에 있지만

프로젝트의 의미를 알고 나선 참여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인서트2: (박래찬) 마음이 맞는 팀원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대량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니까 실무적으로 디자인을 해야하는 부분에서 어려움이 조금 있었던 것 같아요. 또 디자이너에게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해줘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동시에 많은 책임감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실무적인 요소도 많이 배울 수 있었고 굉장히 보람찬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또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앞으로도) 하고 싶어요.

탈북민들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북한의 구조적, 제도적 문제점은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런 이유로 탈북민들에게 정치색을 씌우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바로 이 부분이 아자브 프로젝트 구성원들의 큰 고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한 개인, 삶의 이야기로 전달할 수 있을까?

숙명여대 법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인 씨의 말입니다.

인서트3: (이상인) 저희가 가장 느꼈었던 점이 북한 이야기를 거론하면 항상 정치가 엮이고 뭔가 정치색을 띠는 그런 활동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 그걸 제외하고 어떻게 하면 그들의 이야기를 좀 더 따뜻하게 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더 했던 것 같습니다. 굿즈의 디자인도 그 생각을 담기 위해서 딱딱하지 않고 최대한 귀엽게 동글동글하게 표현해보자고 해서 디자인도 결정이 됐어요.

그래서 오랜 고민 끝에 탄생한 주제가 바로 ‘고향’이었습니다.

그 고향의 이미지를 박래찬 씨가 디자인 한 것이죠.

인서트4: (이상인) 뭘 해도 항상 마지막에는 이게 정치랑 엮이지 않을까 뭐랑 엮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 무산이 됐었거든요.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누가 툭 건드리듯이 ‘그럼 고향이야기를 써보는 건 어때?’하고 이야기를 해줬고…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쉽게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한 소재가 아닐까 했습니다. 어쨌든 간에 탈북민들이 (한국에) 올 때 모두가 가족과 함께 오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제가 지금 인천에 사는데 경주로 이사를 가도 다시 언제든 인천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그들(탈북민)은 지금 현재 그럴 수 없으니까 그 아픔이나 이런 것들을 감성적으로 접근하면 사람들이 공감을 많이 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청년들의 생각은 기대보다 많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프로젝트의 취지를 알리는 인터넷 공간엔 공감과 응원의 댓글이 달렸고

탈북 청년의 고향을 주제로 한 메모지 등의 문구류 굿즈를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늘었습니다.

몇주간의 인터넷 펀딩 그러니까 사업 자금 공개 모금 기간을 마치고

드디어 지난 주 상품이 배달됐습니다.

주문한 상품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은 어떨까요?

서울 역삼동에 살고 있는 주부 권성은 씨입니다.

인서트5: (권성은) 대학생 아이들이 어떻게 이렇게 깊은 뜻을 갖고 모일 수 있었을까.. 탈북민 친구들을 도우면서 시작된 것 같은데.. 그것은 북한을 사랑하고 탈북 친구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그냥 어렴풋이 드네요. 이렇게 작은 불씨를 드리면 이것이 아름답게 퍼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 기쁘고 즐겁게 굿즈 사업에.. 작은 금액이지만 투자도 하면서 물건을 구매하게 됐어요. / (리포터) 굿즈는 받아 보셨어요? / (권성은) 네. / (리포터) 직접 보니까 어때요? / (권성은) 호감이 가는 아이템들을 잘 접목시킨 것 같아요. 포스트잇 같은 것은 제가 갖고 다니는 다이어리에 쓸 수 있을 것 같고 노트도 마찬가지고 테이프도 마찬가지고 참.. 구성이 좋았어요. 제가 다른 분한테 선물하기도 좋고 이렇게 호감이 가게 잘 만들어졌더라고요. 받아보니까 기분이 좋았고 두고두고 쓰고 싶다는 마음도 들고 디자인도 아기자기하고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권성은 씨는 평소 보도로 접하는 탈북민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만 갖고 있었습니다.

고향과 가족을 떠나 낯선 남한 땅에 정착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인서트6: (권성은) 북한을 사랑하는 대학생 친구들! 어떻게 그렇게 귀한 생각을 했는지.. 아름다운 일들의 프로젝트에 본인들의 젊음을 바칠 수 있었는지… 너무나 따뜻하고 귀한 마음에 감사드리고요. 제가 이렇게 굿즈를 구입하면서 탈북민 친구들을 위해 귀하게 사용되어 지기를 바라고 그들(탈북청년)이 이곳에서 우리의 이 작은 나눔으로 인해 잘 정착할 수 있는,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구입했습니다. 이 사업에 함께 하는 모든 대학생 친구들을 제가 일일이 다 알지는 못하지만 또 저는 열심히 참여할 겁니다. 정말 이렇게 일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리고 기도와 응원으로 열심히 돕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세요~

서울 시립 대학교 조경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주하영 씨도

굿즈 구입으로 아자브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습니다.

인서트7: (주하영) 제가 이 프로젝트를 알게 된 계기는 친구들의 SNS를 통해서 알게 됐고 그것을 구경하다가 메모지나 공책 같은 것들을 평소 좋아하기도 하고 예뻐서 구매를 결정하게 됐고 그리고 친구들이 그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게 처음이다 보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구매하게 됐습니다. 제일 실질적인 응원이 구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요. 저는 그냥 막연하게 뭔가 도움을 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은 있었던 것 같아요.

하영 씨는 배달된 굿즈를 보고 할머니를 떠올렸습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고향을 오래도록 그렸던 할머니의 마음은

지금 자신과 함께 공부하고 살아가는 탈북 청년의 마음일 것 같습니다.

인서트8: (주하영) 저희 할머니가 (옛날에) 북한에서 오셨거든요. 아직까지도 자기 고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데 아무래도 거기는 가고 싶어도 갈 수 없고.. 탈북한 친구들의 경우엔 가족들이 남아있을 수 있고 아무래도 목숨을 걸고 (한국으로) 넘어 온 거니까 좀 더 마음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

-Closing -

아자브 굿즈를 통해 모두들 고향 생각을 해봅니다.

선명하진 않아도 행복했던 시간들이, 지나간 추억들이 떠오른다고 하는데요.

고향은 모두 달라도 마음 속 고향의 모습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따뜻한 분홍빛과 노란색 그리고 초록빛으로 아련하고 따뜻하게 말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