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일어나는 것이 희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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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스토텔링은 ‘이야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story와 ‘이야기하다’, ‘말하다’의 telling 이 합쳐져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의미의 합성어입니다. 스토리텔링 수학, 스토리텔링 역사, 스토리텔링 광고까지! 요즘은 스토리텔링, 곧 '이야기'의 시대입니다.

어떤 것들이든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야 하는 시대, 이야기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기 때문이겠죠.

인서트1: 안녕하세요 청소년 소설을 쓰는 박경희입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실질적으로 제가 만나서 가르치고 같이 책 읽기를 하고 그러면서 이거는 어떤 나의 작가 개인에 국한된 건 아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내가 중간 매체로서 전할 수 있는 그런 어떤 약간 사명자 같은 느낌이..

10년 동안 꾸준히, 탈북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청소년 소설을 펴내고 있는 박경희 작가인데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박 작가의 이야기!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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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2: (rfa영상) 탕! 앞서 달리던 엄마가 물 속으로 푹 엎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강희는 엄마를 필사적으로 끌고 강가로 나왔다. 자갈밭 위에 널브러진 엄마를 안았다. 엄마가 쉑쉑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안돼 엄마, 제발 죽으면 안 됨다!’

박경희 작가가 2003년에 출간한 ‘류명성 통일 빵집’ 중 자그사니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류명성 통일 빵집’은 6편의 남북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인데요. 작가는 이 책에 나온 주인공을 통해 탈북 청소년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려줍니다.

인서트3: (박경희) 류명성 통일 빵집은 여섯 편의 단편소설로 북한 아이들의 사례가 있을 수 있는 사연들이 다 나왔어요. 그 아이들이 어떻게 여기 왔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삶을 살고 있고 현재는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가가 다 나와서 그것만 읽어도 ‘북한 아이들이 여기 와서 이렇게 살고 있구나’ 이렇게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박경희 작가가 쓴 책에는 남과 북의 교차점 역할을 하는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난민 소녀 리도희’, ‘리무산의 서울입성기’ ‘엄마는 감자꽃 향기’ 그리고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디자이너’ 까지! 책마다 주인공은 달라도 공통점이 있는데요. 남한 청소년의 이야기가 접목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디자이너’라는 책은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는데요. 공짜 급식을 먹는다고 놀리는 아이들 틈에서 당당히 피부미용전문가(뷰티 아티스트)의 꿈을 키우는 난희가 있고요. 함께 탈북한 엄마가 꾸린 가정에서 요리사의 꿈을 이야기하는 강희와 기자를 꿈꾸는 유나도 있습니다. 요즘 인기있는 직업을 꿈꾸고, 진로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일과 학업에 열중하는 탈북 청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남한 사회에서 어떻게 성장하며 살아가는지를 보여주고 동시에 남북 청소년들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인서트4: (박경희) (탈북청소년은) 일부 방송이지만 보면 그들의 극심한 상황만 보여 주잖아요. 넘어올 때 정말 꽃제비생활, 구덕이 잡아먹는 거.. 저도 물론 작품 속에 썼어요. 그러나 다 그런 것만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제가 쓴 글을 읽고 저의 독자들이 그렇게 느끼는 게 싫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북한 아이들을 같은 동년배가 아니라 불쌍한 시선으로만 보는 거, 나는 그게 아니라 북한이라는 체제 속에서 태어난, 단지 환경이 다를 뿐이지 사실은 북한에서 온 아이 남한에서 온 아이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늘 강조하는 게 그 아이들은 그 상황에서도 이 땅에 뿌리를 내려서 또 다른 삶을 향해 가고 있는 그 모습을 우리가 예쁘게 봐줘야 되지 않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래서 박경희 작가는 탈북청소년을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편견없이 바라보기!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라고 박 작가는 말합니다. 자신 역시 탈북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수업을 하면서 가졌던 감정은 ‘안타까움’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수업을 하면서, 아이들과 교류를 하면서 서서히 생각과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인서트 5: 아이들이 그 죽음의 강을 저렇게 건너올 수 있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지금 내 앞에 3개월 전에 저기서 굶어 주고 가려던 아이가 앉아 있을 수 있을까. 이 동정과 연민 때문에 굉장히 힘들었어요. 그런데 지금 제가 가르치는 입장이 되면서 이제는 동정을 떠나서 이들을 정말 인정해주는 입장, 그리고 내가 어떤 무게감? 어깨에 짐 이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남한 친구들에게는 내가 이렇게 전하면서 제대로 전하는 건가 이런 무게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저는 그 양쪽을 잘, 평행선을 이루면서 나부터가 편견을 갖지 않고 글을 써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래서 소설 속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표현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실존 인물로 탈북청소년들이 처한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그들의 삶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인서트6: (박경희) 탈북 청소년의 스피커라는 얘기를 제가 스스로 하거든요. 저는 그 친구들의 스피커가 돼서 내가 들었고, 알고, 그렇기 때문에 스피커가 돼서 남한 친구들에게 전하는데 그 전하는 얘기를 들은 친구들이 지금까지 가졌던 탈북 청소년 내지는 탈북자, 통일, 이런 부분에 대한 편견이 깨졌으면 또 깨지고 있음이 보여요.

‘리무산의 서울입성기’는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의 이야기를 담아 탈북 청소년들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에 대해 전했고 ‘난민 소녀 리도희’를 통해 청소년의 아픔과 방황에 대해 알렸습니다.

슬프고 아프고 실패했던 이야기들 속에서 한층 더 단단해 진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들을 이제 성숙한 한 사람으로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는데요. 책 속 주인공들을 가장 가까이에 본 하늘꿈학교 김재영 선생님의 말입니다.

인서트7: 오랜 기간 남한과 북한이 서로 다른 그 체제에서 성장했던 부분에 차이는 굉장히 클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 사회를 경험하면서 남한 사람, 북한 사람에서 이제 남한 사람 떼고 북한 사람 떼고 사람으로서 성장했을 때 남북을 이해하는 통일시대의 사람으로서 이야기하는 부분 자체가 굉장히 큰 의미가 있었다라는 걸 저는 보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북한 이탈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오는 여러 가지 어려움들 그리고 시행착오들, 이러한 과정은 당연히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이 되고 이 과정을 겪어야 시간이 흐른 후에 남북이 정말 통일이 됐을 때 시행착오가 더 줄어들 수밖에 없게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설 속 인물이자 남한에서 살고 있는 탈북청소년들의 이야기는 시대의 변화와 청소년들의 가치관의 변화도 느끼게 해 줍니다.

인서트8: (박경희) 예전에는 무조건 힘들었던 친구들이라면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남한을 택해서 온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러니까 변화가 있어요. 유학 오는 학생들 같아요. 빨리 더 영어 한 단어라도 더 외우고 많이 알아서 남한 대학도 좋은 데 가고 거기 가서 출세해야지, 약간 그런 친구들도 있어요. 똘똘해진 거죠. 그리고 확실해진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북한에서 여기 오면 학생들이 진도 따라가기 엄청 힘들거든요. 공부하고 이러는 걸 보면, 쟤네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Closing-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북한. 그리고 그곳에서 자란 청소년들과 제3국에서 탈북민의 자녀로 태어난 아이들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데요. 하늘꿈학교 김재영 선생은 그런 기회가 더 많아지길 희망합니다.

인서트9: 일단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우리 중에 누구도 ‘남한에서 내가 태어나야겠다’라고 해서 태어난 사람이 없고 그리고 ‘북한에서 태어나야겠다’고 해서 태어난 사람이 없거든요. 조금만 더 나아가서 보면은 북한 문제는 남한의 문제와 전혀 무관하지 않는 바로 우리의 문제가 되거든요. 그래서 북한 이탈 학생들이 한국 사회에서 잘 정착이 되고 그들이 우리의 동반자로서 잘 성장을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관점을 가질 수 있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고 그리고 내가 성장한 관점으로 해석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열어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도 각자의 자리에서 당당하고 멋지게 성장하는 탈북청소년들! 그들의 또 다른 삶의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 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