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하는 탈북 청년예술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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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우리는 보통 화가라고 부르죠? 그런데 어떤 사람은 우리 누구나 다 화가라고 말합니다. 자기 인생의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니까요. 동의하십니까?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모양을 만들고 생각과 행동으로 삶에 다양한 색을 입혀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강춘혁 씨와 한양대학교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다결 씨가 함께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전시회 제목은 각양각색,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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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강춘혁 랩- 못다한 이야기) 21세기 민족의 태양 우리 장군님, 그 태양 아래 우리는 세상 부럼 없어라. 아홉살 나이 나 초상화 앞에서 한 손에 붉은 넥타이 쥐고 무릎 꿇은 채 장군님만 믿고 따르는 총 폭탄이 되며 조국과 인민을 위해 살아갈 맹세를 해~~

말하듯이 노래하는 음악을 하는 이 사람! 래퍼 강춘혁 씨인데요. 춘혁 씨는 힙합 경연대회 'show me the money'라는 방송프로그램에 참가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화가입니다.

인서트2: (강춘혁) 네, 안녕하세요. 저는 강춘혁이고요. 그냥 캔버스에 제 내용을 그림으로 담아서 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요. 거기(북한)에서 내가 겪어왔던 기억들이나 제3국에서 거치면서 겪었던 아픔, 저희 친구들 이야기나 주변 탈북민분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얻어서 캔버스에 스케치해 작품으로 인권에 대해서 말하는… 예술가라고 할까요. 그렇습니다.

2001년에 한국에 입국한 강춘혁 씨는 음악과 그림으로 자신의 이야기, 북한의 실상을 전하고 있는데요. 개인전뿐만 아니라 탈북 후배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번에 함께한 다결 작가와는 어떻게 의기투합하게 됐을까요?

인서트3: (현장음- 강춘혁) 친구 생일날에 애가 왔더라고요. 그래서 ‘너는 뭐하는 애니?’ 하다가 ‘너, 전공이 뭐니?’ 하다가.. / (다결) 제가 친구 생일이어서 갔는데 오빠가 와 계셨거든요. 오빠가 래퍼이시기도 하고 그림을 전공했다고 해서 되게 관심이 많이 갔죠. 저도 막연하게 전시회를 하고 싶었는데 혼자 할 자신은 없고, 실력있으신 분이랑 하면 좋잖아요. 그래서 같이 하자고 여러 번 오빠한테 부탁을 했었어요.

회화를 전공한 미술전공자와 의류학을 전공한 패션전공자로 전혀 다른 분야이지만 두 사람에겐 북쪽에서 왔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마음이 잘 통했습니다. 다르지만 같기도 한 두 사람은 함께 전시회를 열게 되는데요. 지난 6월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전시장에서 ‘각양각색’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각양한 아름다움과 자연의 각색한 아름다움을 그들만의 감성으로 담아 냈습니다.

인서트4: (다결) 각양각색. 말 그대로 사람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예술을 통해서 보여드리고자 저희가 제목은 그렇게 잡은 거고요. 저희가 생각할 때는 사람의 모습 중에 예쁜 모습도, 아니면은 누가 보기에 흉측한 모습도 있는데… 그것 또한 예쁜 모습인 것 같아요. 진정한 흉측한 모습을 볼 수 있을 때 그 사람이 진짜 아름다움을 보게 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는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 그것을 표현을 하고자 그렇게 했던 것 같습니다. / (강춘혁) 다결 작가가 말한 것도 맞고… 저는 또 다르게 표현하고 싶었던 거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 소식 이런 것들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고. 또 각양각색이라는 게 아름다움으로도 표현되지만 상대가 생각하는 각양각색을 저희 사람들에게 투영을 시켜서 과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뭐고 상대방이 저희에게 느끼는 색깔은 뭔지 이런 것들을 물음을 던지면서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전시에서 두 사람은 새로운 도전을 했습니다. 다결 작가는 이번에 처음 붓을 잡았고요. 강춘혁 작가는 색감의 변화를 줬습니다. 강춘혁 씨는 그동안 북한의 실상을 전하며 북한 체제를 직접적으로 비판해왔는데요, 이번 작품들은 훨씬 부드럽습니다. 하얀 도화지에 등장하는 제비는 귀엽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인서트5: (강춘혁) 제비라는 게 옛날부터 행운을 물어다 준다는 흥부와 놀부 이야기도 있고 철새잖아요. 봄에 따뜻한 곳에 왔다가 둥지를 틀어 새끼를 낳고 나중에 다 같이 날씨가 추워지면, 계절이 바뀌면 다시 따뜻한 강남으로 가는 게 제비의 삶이고. 또 다음 해에는 다시 그 둥지를 찾아서 오는 게 어떻게 보면 우리 탈북민들의 삶이 제비의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고향에서 살고 있지만 결국 차가운 현실 속에서 따뜻한 강남을 찾아와 한국에 정착한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고 생각해서 표현해봤습니다. 그리고 제비가 이게 자세히 관찰해 보면 부리 쪽이랑 머리 위쪽이 빨간색이 있거든요. 그리고 이제 이마부터 이렇게 내려가다 보면 또 검은 청색이 있어요. 그래가지고 ‘아~ 한번 재미있게 풀어봐야지’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언젠가는 돌아가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그런 사람들. 또 날아와서 이제 또 둥지 트고 있는 삶, 이런 것들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작품 속엔 나뭇가지 위에 앉아있는 제비도 있고 어린 아이 곁에 있는 제비도 있습니다. 귀여운 제비 그림 옆엔 유리창에 쓰인 낙서 같이 ‘먹고살기 힘들다’는 글씨가 흐릿하게 보입니다.

또 다른 그림엔 랩을 하는 듯한 동작을 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는데 얼굴의 형상이 없습니다. 몸은 있는데 얼굴이 없는 거죠. 얼굴이 있어야 하는 곳엔 어두운 보랏빛의 물감이 물줄기처럼 터져나오는데요. 강 작가는 이렇게 표현한 것도 이유가 있답니다.

인서트6: (강춘혁) 살짝 파격적이잖아요. 머리가 터진 것처럼 표현된 건데 보라색을 넣은 이유는 그러니까 우리를 항상 이미지로 받아들일 때 또 상대방이 우리를 생각할 때 인식할 때는 어른들부터 해서 뭐 북한 사람들은 빨갱이다, 항상 붉은 쪽으로 생각하더라구요. 이제 남한에 와서 살면서 ‘그럼 남한 사람들은 파랑인가?’ 생각하다가 결국 우리의 색깔은 누구도 정해진 그런 색깔이 아니라, 빨강과 파랑 이렇게 나눠진 게 아니라 북한과 남한을 다 같이 경험하고 지금 현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삶, 우리 사람들의 삶은 진정한 색깔은 그냥 보라색이 아닐까. 빨간색과 파란색이 합쳐서 만들어진 색. 그렇게 생각해가지고 누가 뭐라하든 나는 내 색깔을 표현할 거야… 해서 파격적으로 그려봤습니다.

북한을 빨간색으로, 남한을 파란색으로 너무나 당연하게 표현하면서 고정된 생각과 판단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강춘혁 작가는 사람들에게 색깔로 이런 모순을 지적합니다. 색깔에도 소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되는데요. 다결 씨가 들려주는 색깔은 빨간색, 노란색, 보라색 등 다양합니다.

인서트7: (다결) 이 작품의 이름은 사실 ‘컬러’라고 지었는데… 제가 생각할 때 예술을 사람이 안 보이는 감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수단 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까 예술 행위를 통해서 사람의 내면을 보게 되고 그 내면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기가 갖고있는 감정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 역할을 하는 게 또 색깔인 것 같고요, 사실 빨간색 하면 약간 열정적이고 파란색 하면 조용하고 차분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말을 하잖아요. 그만큼 색다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낸다, 그래서 또 이렇게 아름다운 색상들이 여러 개 조합을 해서 사람들의 각자 가지고 있는 감정 또 내 안에도 하나의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표현을 하고자 다양한 색깔을 그려봤습니다.

-Closing-

한 아이가 바다를 빨간색으로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어른들은 ‘바다는 파랗지~’ 라며 아이를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는데요. 사실 그 아이는 석양빛이 가득한 바다를 표현한 것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선입견이라는 벽은 생각보다 견고한 것 같습니다.

강춘혁 씨와 다결 씨가 그림으로 전하는 각양각색한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