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말하는 탈북 청년예술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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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자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에서 순간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을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거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생택쥐베리가 쓴 어린왕자 중 한 구절입니다.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강춘혁 씨와 한양대학교에서 의류학을 전공한 다결 씨의 공동 전시회 주제는 ‘각양각색’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시회 현장,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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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BG - 라이브 드로잉 배경음악

지난 6월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한 작은 전시장에서 강춘혁 씨와 다결 씨의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각양각색’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는데요. 전시회 기간 중 강춘혁 씨는 라이브 드로잉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관람객들이 보는 앞에서 그림을 그리는 라이브 드로잉… 그의 붓을 따라가보면 어느새 제비 한 마리가 앉아있습니다.

인서트2: (라이브 드로잉 현장음 - 강춘혁) 그냥 새끼 제비 하나 그려봤고, 제비 꼬리를 보면 양 깃털이 크게 나왔거든요. 그것을 한쪽은 파란색으로 한쪽은 빨간색으로 묘사해서 어떻게 보면 나눠져 있는 한반도를 묘사해 봤고 밑으로 내려오면서 뭔가 함께 됐을 때 섞여진 색, 보라색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색을 섞었고요. 그리고 Until the day. 언젠가는 통일이 되면 북한에, 고향에 가겠지 라는 생각으로 이 그림의 제목은 그날까지, 언젠가는… 감사합니다~~

라이브 드로잉에서 선보인 것처럼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춘혁 씨의 작품엔 귀엽고 따뜻한 느낌의 제비가 등장합니다. 우리에겐 행운의 상징이기도 한 제비, 춘혁 씨에게 제비란 어떤 의미일까요?

인서트3: (강춘혁) 어떻게 보면 제비의 삶이 우리의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고향에서 살고 있었지만 결국 이제는 한국에서 정착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너무 흡사하다고 생각해서 재미있게 제비를 표현해봤습니다. 그리고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하는, 언젠가는 돌아가겠지 하면서 기다리는 그런 사람들. 또 날아와서 이제 또 둥지 트고 있는 삶, 이런 것들을 묘사하고 싶었습니다.

제비를 관찰하면 제비의 부리 아래와 이마는 붉은색이고 양 날개와 몸을 감싼 깃털은 짙은 청색인데요. 춘혁 씨는 이 색조합도 주목했습니다.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의 색깔은 빨강, 남한은 파랑 그리고 이 두가지 색을 섞으면 보라색입니다. 하지만 남한 사람이 또는 북한 사람이, 탈북민 개개인이 단지 이 세 가지 색깔로만 표현될 수 있을까요?

인서트4: (강춘혁) 고향에 대한 그리움, 향수, 소식 이런 것들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고. 또 각양각색이라는 게 아름다움으로도 표현되지만 상대가 생각하는 각양각색을 저희 사람들에게 투영을 시켜서 과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색깔은 뭐고 상대방이 저희에게 느끼는 색깔은 뭔지 이런 것들을 물음을 던지면서 이번 작품을 하게 된 것 같아요.

패션을 전공한 다결 씨는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붓을 처음 들었다는데요. 전문 화가는 아니지만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하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도록 자신만의 그림에 색을 칠했습니다.

인서트5: (다결) 빨간색 하면 약간 열정적이고 파란색 하면 조용하고 차분하고 이렇게 사람들이 많이 말을 하잖아요. 그만큼 색다른 사람의 감정을 표현해낸다, 그래서 또 이렇게 아름다운 색상들이 여러 개 조합을 해서 사람들의 각자 가지고 있는 감정 또 내 안에도 하나의 감정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감정들이 있다는 것을 표현을 하고자 사람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다양한 색깔을 써서 표현해봤습니다.

강춘혁 씨의 작품이 세밀한 묘사로 표현됐다면 다결 씨의 작품은 선과 면으로 추상적으로 표현됐습니다.

인서트6: (다결) 추상화는 뜻을 참 드러내기 어려운 그림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은 어렵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쉬워요. 보는 사람마다 각자 해석을 하면 되는 것이 거든요. 보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그 의미를 가지면 되니까요. 국경을 막론하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감정은 다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생김새가 다를 뿐 말투가 다를 뿐이지.

하지만 다결 씨의 작품 중에도 추상화라고 보기 어려운 그림이 있습니다. 해가 뜨는 혹은 해가 지는 모습의 바다인데요. 다결 씨는 이 그림을 통해 어떤 마음을 전하고 싶었을까요?

인서트7: (다결) 하나쯤은 나의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어서 바다가 결국 나온 건데 고향에 가고 싶은 마음을 담았어요. 저 같은 경우는 가고 싶지만 국경이 나눠져 있어서 갈 수가 없으니까. 바다는 국경이 나눠져 있지만 사실 뚜렷하지도 않고 또 자유롭게 갈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바다 너머에 있는 그곳에 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막연하게 그렸던 것 같아요.

전시장의 정가운데는 옷 세벌이 차지했습니다. 화려한 꽃을 단 군복이 검은 쇠창살 안에 갇혀 있고 그 주변엔 순백색의 웨딩드레스 그리고 반짝이는 화려한 원피스가 전시됐습니다. 꽃다운 나이에 군대로 떠나던 동기들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입니다.

인서트8: (다결) 여기 안에 있는 군복 같은 경우에는 북한에서 온 군복이고요 저도 이제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떤 경로를 걸쳐서 왔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근데 안에 보시면 꽃이 들어있는데 이 꽃은 북한의 아름다운 나이에 군인들이 군대를 10년을 가서, 감옥은 아니지만 감옥과 같은 생활을 하는 걸 표현을 하고자 했어요. 그걸 표현을 하고자 이제 철창 속에 가둔 거고요. 보시면 밖에 화려한 세상이 있는데 안에서 이렇게 열심히 지키고 있다 그거를 표현하고자 한 거고요. 여기는 저희 10대를 담은 의상으로 배치를 했어요. 다들 10대라고 생각을 못하세요 웨딩 드레스니까. 그런데 10대는 모두들 순수하잖아요. 그래서 순수한 색깔을 표현하고자 하얀색을 썼어요.

강춘혁 작가와 다결 작가 두 사람은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두고 작업을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그 부분만 부각되길 바라진 않습니다. 탈북민이라는 정체성을 작품으로 표현하되 평가는 작품으로 받기를 바랍니다.

인서트9: (강춘혁) 전에 했던 전시들은 사회 고발성이나 인권을 다뤘어요. 그렇다고 이번 전시회에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닌데 코로나 시국이고 사람들 많이 어렵고 만남도 많이 없고 좀 힘들잖아요. 그래서 와서 좀 힐링을 하고 갔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작품들은 좀 밝게 표현했어요. 그리고 탈북 작가들이라는 이런 인식을 좀 깨고 싶어서, 어떻게 보면 곧 두 글자가 빼버리면 그냥 같은 사람이고 같은 작가의 같은 전시 공간인데 그런 틀도 좀 깨고 싶었고 서로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그런 차별화, 인식, 이런 틀을 깨고자 이런 식으로 했던 것 같아요. / (다결) 저 같은 경우엔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산 적도 있어요. 그런데 살면 살수록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가 그쪽(북한)에서 변하는 것은 없고 내가 감추려고 할수록 마음 한 켠이 서리더라고요. 그런 것을 느끼면서 정체성을 결국 없앨수는 없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돼서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친구들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전시회를 통해서 정체성을 드러냈고요. 보는 사람마다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느낀 거지 탈북 작가여서 이런 걸 했다, 탈북 작가에서 이런 의미를 더 가진다, 이런 거는 그렇게 원치 않았던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의 몫에 맡기는 걸 조금 더 원하기도 했고 다만 내가 하고 싶은 건 뚜렷하게 하되 해석은 그 사람이 하면 되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던 거 같습니다

-Closing-

사람마다 얼굴 모습이 다 다르듯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다릅니다. 모양과 색으로 사람을 표현한다면 정말 각양각색이겠죠. 이걸 인정하고 존중한다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좀더 조화롭지 않을까요? 그리고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각양각색’ 전시회는 작품을 통해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