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소통 역사교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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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7일은 절기상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된다는 소서였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해수욕장이나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나들이조차 마음대로 나설 수 없는데요.

집과 동네 혹은 집과 회사만 오간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면 변함없이 여행을 다니고 마음대로 외출하는 경우도 있고요.

서로를 위해 착용해야 하는 마스크 역시, 날씨가 덥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거죠.

하나의 생각이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이 공존하는 사회이니까요.

다른 사람의 생각을 알고 서로의 다름을,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은 참 어려운데요.

남북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조금씩이라도 알기 위해서는 소통을 해야겠죠?

사단법인 <물망초>에서 남북 주민이 함께하는 남북소통 역사교실을 진행중입니다.

지난주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소개합니다.

인서트1: (현장음) 맨 꼭대기에 삐죽삐죽 나온 거 있잖습니까? 그게 화살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 문을 홍살문이라고 합니다~

탈북민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며 남한 정착을 돕는 민간 단체, 물망초에서는

10주 과정의 역사교실을 운영 중입니다.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네번째인데요. 올해는 강의에 현장답사까지 함께 합니다.

왕릉과 궁궐 답사를 통해 조선시대부터 구한 말까지의 역사를 배우는데요.

탈북민뿐 아니라 남한 사람들도 함께 참여합니다.

역사교실 운영을 맡고 있는 김요나 간사의 말입니다.

인서트2: (김요나) 북한에 있을 때는 조선의 역사에 대해서 한국 학생들이 배우는 것만큼 많은 양을 교육받지 않잖아요. 그래서 수업을 듣는 것마다 거부감이 있기 보다 우리의 역사이구나 하고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남북 사람이 섞여 있고 역사적인 지식도 천차만별이지만

책에서 글로만 보던 역사를 직접 눈으로 보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새롭게 배우는 부분도 많습니다.

왕릉이나 궁궐을 거닐면서 가볍게 이야기 하듯이 주고 받는 대화도 역사수업이 된 거죠.

역사교실을 진행하는 강사는 역사학자가 아닌 인문여행 작가 황인희 씨 입니다.

인서트3: (황인희) 다른 강좌와는 달리 쉽고 재미있게 그리고 듣는 분들이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강의를 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답사를 한다는 거. 그게 굉장히 큰 메리트이고요. 강의실에서만 할 때는 나는 앞에 있고 그분들을 뒤에 앉아있고 해서 좀 거리감이 있다고나 할까? 그런데 같이 현장에 가서 답사하고 힘든데 앉았다 가요, 쉬었다 가요, 이렇게 하면서 부대끼면 훨씬 더 친해져요.

역사교실 수업이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진행되다 보니

직장인과 학생들의 참여율이 대체로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학생들이 등교하는 날이 줄면서

2,30대 탈북 대학생들의 참여가 가능해졌습니다.

한국 정착 7년차, 대학원을 준비 중인 30대 김수아 씨는

한국에 대해 좀 더 배우고 싶어서 역사교실에 참여했습니다.

인서트4: (김수아) 정기적으로 나오는 인원은 15명 정도인 것 같고요. 이 중에 탈북민 청년들은 5~6명 정도 되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어르신들보다 젊은층이 많다 보니 같이 사진도 찍고 하는데 코로나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많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더라고요. 전체적, 사회적 분위기가 그렇지만… 가까워지거나 그렇지 못했는데 남은 시간 동안 친해질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다른 일정을 조절해서라도 역사교실에 빠짐없이 참석하려고 노력했다는 김수아 씨.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수아 씨의 선입견을 바꿔준 동구릉 답사입니다.

인서트5: (김수아) 구리 쪽에 동구릉 답사를 했었는데요. 그때 강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 매년 이렇게 동구릉에 와서 제례를 올린다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게 조금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강사님이 이런 문화를 지키고 이어나가는 것이 민족의 고유한 것들을 지키는 거라고 말씀을 하셔서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기존에 생각했던 것들과는 달랐거든요. 제사 문화나 이런 게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면서 가부장적이고 유교적인 색채가 많은 문화여서 그런 것에 치우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답사를 통해서 이것도 지켜야 할 문화이고 역사다, 사라진다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나 그런 거를 잃어버릴 수 있겠구나…

수아 씨도 북한에 있을 때 1년에 한번 정도 제사를 지낸 경험은 있습니다.

하지만 매년 수차례 제사를 지내는 남한의 문화를 보면서

고리타분하고 소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사를 준비하는 데 들이는 노력도 상당하니까요.

하지만 역사 교육을 통해

제사는 하나의 문화이자 오랜 시간 이어온 역사라는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지난 5월 6일에 시작한 역사 교실은 7월 8 일, 10주 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데요.

수아 씨는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인서트6: (김수아) 처음엔 몇 개월 과정이라 꽤 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되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더라고요. 같이 수강하고 있는 수강생들과 같이 다과도 하고 얘기하는 시간도 있었으면 되게 좋을 것 같아요.

역사 교실을 준비한 사람도 아쉬운 건 마찬가지일 것 같은데요.

아쉬움보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하네요. 김요나 간사입니다.

인서트7: (김요나) 수업을 진행하는 물망초 사무국의 교통편이 굉장히 안 좋은데, 그래도 꾸준히 참여해주시는 수강생 여러분들께 감사드리고 그리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도 현장 답사할 때 힘들다 안 하시고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시고 따라와 주셔서 너무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김수아 씨는 다른 탈북민 특히 같은 청년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인서트8: (김수아) 사실 아는 만큼 보이고 많이 배울수록 본인이 모르는 것이 더 많다고 얘기 하잖아요. 고등교육을 받아왔던 게 많이 다르다보니까 한국에 왔을 때 배경지식이 많이 적었어요. 부족한 부분이 많아서요. 그래서 책도 열심히 읽고 독서 모임도 하고 그랬는데 본인이 직접 발로 뛰지 않으면 내 안에 지식의 축적이 많아질 수 없는 거고… 그래서 역사에 관심이 없는 친구라도 나의 시야를 조금 더 넓히려면 직접 귀로 듣고 그리고 이 수업 같은 경우엔 직접 답사도 하고 체험도 있으니까 한번쯤 들어보면 뭐랄까… 역사와 같이 걷는다는 느낌이 저는 들었는데 다른 분들도 그런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Closing-

역사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법을 배웠기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수아 씨!

보통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고 하는데요.

오늘을 살아가며 배우는 과거의 일들은 나의 미래를 설계하는데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만나본 수아 씨처럼 말이죠.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